노동 중심의 대선정국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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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 중심의 대선정국을 기대하며
  • 윤현위
  • 승인 2017.04.12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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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지리학박사



세월호가 물위로 올라왔다. 이제 배가 수면위로 올라왔으니 그 동안 해명되지 않았던 일들이 하나둘씩 풀리길 바란다. 세월호 사건은 전체가 안타까운 사건들이지만 그 중에서 한 가지 눈에 들어온 일이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하늘나라로 간 김초원 선생님과 이지혜 선생님이 3년전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순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사실이었다.

이 두 선생님은 교원 검정고시를 통과하지 않은 기간제 교사였다. 기간제 교사라는 이유만으로 정부에서는 공무원연금법을 근거로 순직을 인정해주지 않고 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러나 세월호라는 비극적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예외를 인정해주지 않는가라고 항변하기 보다는, 더 큰 문제로 이 사안을 바라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우리는 평소에도 같은 조직에 근무하면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받아들이고 살아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이 문제는 아이들을 돕다가 아이들과 함께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한 선생들에 대한 예우의 문제만으로 접근하기 보다는 비정규직의 문제로 접근해야 우리가 이 사건을 계기로 더 나은 사회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왜 같은 일을 하는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정규직은 존중받고 비정규직은 차별을 받아야하는지에 대해서 다 함께 고민하는 사회가 건강하고 같이 잘 살 수 있는 사회가 아닐까? 어쩜 이번 일을 보면서 그러니까 더욱 더 정규직이 되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지도 모르겠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 대상을 비난하거나 교화시키기보다는 인정할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런 사회에서 계속 살아왔기 때문이다.

1968년 1월 13일은 그 유명한 무장간첩 김신조가 북에서 넘어온 날이었다. 이때 종로경찰서장이었던 총경 최규식이 작전 도중 순직했었다. 그러나 이때 작전 중에 최규식 서장 혼자만 총탄에 사망한 것은 아니다. 정종수 경사도 작전 도중 사망하였다. 지금은 정종수 경사의 기념비도 만들어져 있지만 사실 정종수 경사의 순직비는 시간이 꽤 많이 지난 뒤에 만들어진 것으로 알고 있다. 경찰은 군대에서 장교와 병사로 나누는 것처럼 경찰도 간부와 비간부로 내부 조직을 분리한다. 경찰에서는 비간부였던 정종수 경사의 기념비는 만들어주지 않았다. 후에 비간부 경찰관들이 의견을 내서 순직비를 만들어준 것이다. 우린 이런 사회에서 살고 있다.

이제 대선이 얼마남지 않았다. 대선 정국에 들어서면 말의 잔치, 말의 향연이 펼쳐진다. 그런데 노동에 대한 이야기는 들리지가 않는다. 노동문제에도 여러 가지 쟁점들이 있겠으나 가장 기본적인 문제는 비정규직의 문제를 조금이라도 완화하는 것이 가장 급한 일이 아닐까 한다.

세월호같은 비극적인 사건을 통해서가 아니라 평소에도 정규직/비정규직의 온도차는 줄어들어야 한다. 일각에서는 비정규직을 철폐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온당한 이야기지만 현실적으로는 녹록지 않아 보인다. 그러니 일단 이 차이를 줄여보자는 것이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의 차이를 없애면 누가 정규직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겠냐고 반문하실 수도 있겠다. 이 차이가 줄어든다고 해서 사람들이 임용고시를 안보고 공무원 시험을 안보겠는가? 우린 그 동안 자격시험 합격을 통해서 얻는 차이를 위해서 너무나 많은 시간을 허비하면서 자격이 주어지고 나면 그 자격을 지키기만을 위해서 노력하고 사는건 아닌가 돌아볼 때가 되었다.

1200만 노동자를 대표하여...... 이런 이야기를 집회현장에서 자주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정규직은 비정규직을 위해서 노력한 적이 있는가? 혹시 위험한 일을 떠넘기진 않았나? 자신들의 라인에 일감이 줄어들면 비정규직을 다른 라인으로 보내고 일이 많았을 때 같이 쉬자고 했는지 묻고 싶다. 대학에서 전임교원은 학생들의 강의평가에 큰 지장을 주지 않지만 시간강사는 70점 이하거나 하위 10%에 해당되는 점수를 받으면 다음 학기 강의를 할 수 없다. 보통 6개월 단위로 계약이 갱신되는 계약직 연구원들은 급할 땐 휴일에도 나와서 일을 하지만 프로젝트가 끝난 다음에 인건비 이외에 인센티브를 받는 일은 소수의 국책연구원 말고는 없다.

대선 정국이 되었다. 한 달 후에는 새로운 대통령이 국정업무를 시작한다. 우리는 대선 정국에서 민주세력이라고 참칭하는 자들과 누가 봐도 비민주세력임에 틀림없는 자들의 싸움을 계속 보아왔다. 비정규 지식노동자의 입장에서 보자면 민주세력이 덜 부패한 것은 사실이지만 누가 되도 비정규직의 삶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 같다. 선거철이 되면 누구나 복지를 이야기한다. 그러나 복지 이전에 소득불균형 완화되어야 진정한 복지를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국민대타협이니 화합의 시대니 모두 공염불이다. 사람들의 마음속에 있는 불덩어리가 정치적 이념과 지향점의 차이로만 생기진 않았을 게다.

아파트의 온갖을 일을 다시키면서 세대당 몇 만원 더 내는 것이 아까워 경비업체를 바꾸고 건물에서 청소하시는 분들은 어디서 밥을 먹던 쉴 공간이 있는지에 무관심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자식들의 사교육에 이제 10조원이 넘는 돈을 쏟아 붓고 있다. 1950년대에 태어나신 분들께 묻고 싶다. 그래서 자식들이 모두 정규직이 되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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