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빔을 지켜야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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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빔을 지켜야하는 이유
  • 윤현위
  • 승인 2017.04.2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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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지리학박사

 그 동안 배다리의 지킴이 역할을 충실히 해왔던 스페이스빔에 대한 이야기들이 인천의 지역일간지뿐 아니라 중앙일간지에도 언급되고 있다. 표면적으로 스페이스빔의 건물주가 더 이상 임대계약을 연장할 수 없다고 해서 스페이빔이 건물을 비워줘야하는 모양새지만 뭔가 여러 가지로 미심쩍다. 스페이스빔은 과거 양조장으로 사용하던 건물로, 스페이스빔이 들어오기 전에도 무언가 활발한 모습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하며 건물주 역시 지역의 역사와 문화활동에 많은 관심과 지지를 보냈던 것으로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난 10년간 임대료를 올리지 않고 자동으로 임대계약을 갱신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

현재 배다리 일대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조짐이 보이는 것도 아니다. 민간 부분이 들어와서 상업적인 건물을 새로 짓거나 지을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닌 것으로 안다. 그렇다면 왜 이런 일이 벌어지게 된 것일까? 스페이스빔을 밀어내려고 하는 자들이 누군지 알기 위해서는 후에 누가 들어오는지를 보면 알 수 있겠다. 허나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스페이스빔이 지역에서 주목 받은 것은 신흥동부터 배다리를 관통하는 산업도로 건설을 저지하기 위한 운동에서부터였다. 1997년에 시작된 산업도로는 배다리를 거쳐 수도국산 아래의 터널을 지나서 만석동으로 이어지는 도로였다. 그러나 시장이 두 번 바뀌는 와중에도 이 도로는 완공되지 못했다. 온전히 스페이스빔이 막아냈다고 할 수는 없겠으나 스페이스빔은 저항의 수단으로서 지역커뮤니티의 활성화와 지역역사의 중요성을 일깨워줬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성과를 이루어냈다.

스페이스빔의 의의는 단순히 산업도로건설을 막은 것이 중요한 지점이 아니라 그 동안 단순히 헌책방이 모여 있다가 쇠락한 지역, 혹은 예전 인천 사람들이나 가던 곳으로 여겨지던 배다리를 근대도시 인천에서 조선인들의 거주지역으로 조성되어 전후 인천의 상업과 교육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던 곳임을 새삼 일깨워주었다는데 있다. 자신들의 살고 있는 지역의 역사를 인식하고 지역공동체의 복원이 도시의 삶에서 얼마나 중요한지를 지역을 매개로 자각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스페이스빔은 단순히 동구, 인천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전체 지역문화에서 몇 안 되는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스페이스빔 건물은 과거 양조장을 크게 변형하지 않은 상태로 다양한 문화활동을 진행하고 있고, 건물 내에서뿐만 아니라 스페이스빔을 기반으로 다양한 활동과 인천에 다양한 현안에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제 중구와 동구에서도 도시의 흔적이 점점 지워지고 있다. 스페이스빔이 배다리에 들어 온 지도 이제 20년이 다 되어간다. 이 문제는 단지 스페이스빔의 문제 뿐 만 아니라 배다리 전체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배다리에서 길 하나만 건너면 동인천역 뒤편에 유정복 시장이 거대한 재개발을 하겠다고 선포를 한 상태고, 배다리에서 도원동 쪽으로 올라가면 접하는 전도관 일대는 뉴스테이 때문에 소란스러운지 좀 됐다. 동구는 전성기 때 인구가 30만이었는데 지금은 8만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재개발지구로 지정되고 개발된 지역은 아주 일부이며 그나마 2000년 이후에는 별로 나아진 것이 없다. 그렇다고 개발이 답일 리가 있는가?

인천의 일부 자치구들 중에서도 지역문화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는 구들이 더러 있는 것으로 안다. 관의 지원은 사실 매우 중요한 부분이긴 하다. 그러나 관이 주도한 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민간 차원에서 지역문화 활동과 공동체를 위한 활동이 동반되어야한다. 그런 점에서 스페이스빔의 지난 활동은 도시 내에서 평가를 받아야할 부분이 분명이 있고, 직접적인 지원은 고사하고 방해 혹은 중단하려는 행위가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어리석은 짓이며 비난받아야할 것이다. 혹 스페이스빔이 이전하고 그 자리에 무슨 기념관이나 박물관 같은 것이 들어서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마법의 성, 편지의 작곡자로 유명한 가수 김광진씨의 고향도 배다리라고 한다. 최근에 배다리라는 자신의 추억을 담은 노래를 발표했다. 오늘 칼럼은 배다리의 가사를 소개하는 것으로 마무리할까 한다.


태어나 자란 동네
배가 들어왔던 다리래
배도 다리도 이제는 없지
예쁜 이름만 거리에 남아
헌책방 많던 동네 교복 입은
친구들 모여
깔깔 이야기가 너무 많아
낙서 없는 교과서를 찾지
세월 지나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도시를 찾아 떠나네
음…음…떠나네

기차가 지나던 곳
제일 큰 사거리 너머에
매일 기다리던 나를 찾아
단발머리 소녀가 달리네
오늘도 보물찾기
헌책방 구석에 숨겨진
형들 누나들의 비밀얘기
어깨가 으쓱한 낡은 책들
먼지 속에 겨우 찾아 냈던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낡고 또 해어진

변한 게 없는 거리
추억도 그대로지
불어오는 바람도 시원해
세월은 변해가도
내 모습이 변해도
수줍은 내 어린 날 미소를
마주칠 것만 같은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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