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도심에 사는 젊은 부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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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도심에 사는 젊은 부부 이야기
  • 김찬미
  • 승인 2017.05.01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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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김찬미 / 인성초교 교사




나는 인천광역시 중구 전동이라는 곳에 산다. 전동이라고 하는 이유는 예전에 화폐를 제조하던 전환국이 있었기 때문인데 동전 전(錢)자를 따서 전동이라고 한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전에는 많은 사람들이 살았던 도심이지만 지금은 시간이 멈춰버린 곳, 그래서 구도심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이곳에는 큰 아파트보다는 아담한 주택단지들이 많다.   

 요즘은 젊은 부부들이 결혼을 하면 큰 아파트 단지, 그리고 가능하면 신도시에 사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신도시 쪽에 가면 실제로 아이들을 키우는 부모들이 많아 아이와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간들도 많은 편이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나의 직장이 가깝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구도심인 전동을 선택 했다. 처음에는 마냥 거리가 가까웠던 것이 좋았다. 임신을 했을 때도, 어린 아이를 키울 때도 직장에서 금방 퇴근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은 아이들이 조금씩 커가며 우리 동네가 마냥 좋은 것이 아니라 정말로 좋아지고 있다. 이 근처는 도로에 노인보호구역이라는 큰 글씨가 적혀있을 정도로 어르신들이 많이 사시는 곳이다. 그러다보니 아이들과 함께 길을 지나가면 너도 나도 아는 척해주시고 예뻐해 주시니 그 정이 참 감사하다. 우리 가족은 자유공원에 매일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을 하는데 자유공원에서도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알고 지나갈 때마다 불러주시는 분들이 계신다. 

 아이들을 데리고 다니면 지나가던 가게에서 할머니가 들어오라고 손짓해 주시고 들어가면 예쁘다고 해주시고 사탕을 챙겨주시기도 한다. 그럴 때 할머니 눈에서 정말 예뻐해주시는 마음이 느껴져서 참 감사하고 시골에 계신 할머니가 생각난다. 근처 문구점에서는 할머니의 손녀가 어렸을 때와 우리 아이가 닮았다는 이유로 항상 보고 싶어 해주신다. 물건을 사지 않을 때도 한 번씩 찾아가서 인사를 드리기도 한다. 

 근처의 시설도 너무나 만족스럽다. 일단 자유공원이 가까워서 매일 아이들을 데리고 산책도 하고 실컷 놀아준다. 자유공원에는 산길이 있어서 산길을 걷다보면 그냥 산에 있는 느낌이 든다. 추울 때도 비가 올 때도 걱정 없다. 동인천 지하상가에 가서 필요한 것도 사고 아이들과 한 바퀴 걷고 올 수 있다. 우리 학교인 인성초등학교 가까이에는 꿈벗도서관이라는 곳도 있고, 그곳보다 더 가까운 곳에는 동인천동 동사무소 3층, 동인천동 작은 도서관이 있어서 아이들과 이용할 수 있다. 특히 작은 도서관은 이용객이 많지 않아 아이가 도란도란 얘기해도 사서선생님이 웃으며 괜찮다고 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이다. 또한 가까이에 인천학생문화회관에는 아기놀이터가 있어서 초등학교를 다니지 않는 어린 아이들이 이용할 수 있는 놀이시설이 있다. (물론 그 곳에는 초등학생 이상의 청소년들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 훨씬 많지만) 가까운 곳에 신포시장이 있고 동인천역이 10분 거리인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말이다.





 요즘 구도심 살리기 사업이 많이 지정되고 있다. 2003년 송도 청라 영종 등 3곳의 경제자유구역이 지정된 이후 투자가 집중됨으로서 원도심에 주거환경이 상대적으로 뒤처지는 문제가 생겼기 때문이라고 한다. 원도심 주민들도 함께 하는 ‘원도심재생협의회’도 만들어졌다. 
 실제로 우리 학교를 보내는 학부모님들도 학교 근처인 우리 동네로 오고 싶어도 살기에 마땅한 집이 없어서 못 온다는 이야기를 여러 명에게 들었다. 이 근처에는 예전부터 있었던 사립학교들이 여러 곳이 있어서 학교를 보고 먼 곳에서 오는 아이들이 있다. 멀리 다니는 아이들이 안타까워서 학부모님들이 가까운 곳으로 올만한 집이 없어서 못 오는 경우가 많다. 한 학부모님은 6개월간 주말마다 이 근처를 뒤져가며 살만한 집을 찾아보려고 했는데 결국 못 찾았다고 한다. 
 아무래도 아이가 있는 젊은 부부들은 아파트가 편리하다. 찻길이 없어 안전하고 아이들의 놀이터도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이 근처에는 일단 아파트가 없다. 주택들도 예전에 지어진 경우가 많아 사게 되더라도 수리를 많이 해야 하는데다 매매 위주라 전세를 찾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우리 부부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를 매우 사랑한다. 동네 한 바퀴를 돌며 꽃과 열매를 구경하기도 하고 지나가는 분들과 반갑게 인사하는 이 곳, 그리고 주택들이 많아 동네가 더욱 한적한 이 곳, 우리는 이곳을 사랑하지만   이곳에는 사실 우리 같은 젊은 부부가 거의 없다.
 젊은 사람들이 인식을 바꾸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실제로 구도심이 젊은 사람들이 살기에도 편리한 아파트와 같은 집들이 들어온다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요즘은 젊은 부부 중에서도 층간 소음을 피해 주택에서 정원을 가꾸며 사는 것이 꿈인 사람들이 많다. 최근에 구도심에 빈집이 많아 문제가 된다는 글도 보았는데 이러한 수요와 공급이 절충된다면 앞으로 우리 동네도 많은 아이들과 어르신들이 함께하는 행복한 동네가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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