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설토 매립장의 지독한 악취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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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설토 매립장의 지독한 악취들
  • 박병상
  • 승인 2017.05.10 1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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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칼럼] 박병상 / 인천 도시생태ㆍ환경연구소 소장



<토양오염 매립이 확인된 영종도제2준설토투기장 건설현장>

아는 사람이 텔레비전 화면에 나오면 참 반갑다. 하지만 불의의 폭력을 당해 선혈이 낭자한 상태로 나타나면 몹시 놀랄 텐데, 그가 평소 아끼던 후배라면 순간 섬뜩해질 것이다. 최근 그런 일이 백주대낮에, 그것도 우리나라 대표 방송사의 뉴스 카메라 앞에서 창졸간에 발생했다. 이미 전국으로 보도되었듯, 영종도 준설토 투기장에서 지난 4월 26일 벌어진 사건이다.


준설을 담당한 건설업체의 대표가 취재진이 말릴 겨를도 없이 주먹을 휘두르고 욕설을 퍼부은 건 “아무런 연락도 없이 현장에 오는 것”에 대한 항의라고 대꾸했다지만 그는 폭력 허가증을 보유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마와 귀에 10바늘 이상 꿰매야 하는 외과 처치를 받아야 했던 환경단체 중견 활동가는 기자에게 암모니아 냄새가 지독한 준설 현장의 실태를 설명하려 했다. 해양오염에서 그치지 않을 폐기물 매립의 문제를 시청자에게 알려야했기 때문인데, 미처 피할 틈이 없었다. 다음 세대가 누려야 할 환경을 보전하려고 위험한 현장을 마다하지 않는 그는 한 가정의 선량한 가장이다. 그의 아이들은 얼마나 놀랐을까.


인천 앞바다는 갯벌로 가득한 곳이다. 완만하게 드넓던 갯벌 사이의 좁은 갯고랑이 허락하는 항로는 원래 연안의 작은 어선에 적합하지만 광역시 인천은 어엿한 무역항이다. 거대한 상선이 오대양을 누비려면 막대하게 준설해서 넓고 깊은 항로를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데, 갯벌은 유동적이다. 얼마 지나면 항로에 개펄이 들어차므로 항만 당국은 주기적으로 준설하는데, 문제는 준설한 개펄을 어딘가에 쌓아야한다는 사실에서 발생한다.


항로 준설토를 활용해 매립한 땅이 늘어나는 곳이 인천이다. 준설 규모에 비례해 점점 늘어나는 땅은 누구의 이익으로 돌아갈까? 어민은 아니다. 대부분의 준설토는 해안의 갯벌 위에 쌓는다. 갯벌은 해안 생태계의 기반이다. 갯벌에서 얻는 환경과 생태적 혜택, 경관의 아름다움, 그리고 재해에 대한 안정성은 매립과 동시에 사라진다. 그러므로 지금과 내일의 인천시민도 준설 매립으로 이익을 챙기지 못하지만 준설토를 매립해 땅을 챙기면 범접할 수 없는 이익이 발생한다. 그 거대한 현실적 이익에 편승하고픈 사람도 많을 텐데, 그 자체는 분명 불법은 아닐 것이다. 그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제도가 뒷받침할 테고.


그런데 준설토에서 허용 기준치를 훨씬 초과할 정도로 암모니아 악취를 내뿜는 까닭은 무엇일까? 항로에 모여든 개펄이라면 암모니아에 오염될 리 없다. 폭력 현장은 매립하는 땅에 바닷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공사하는 중이었다고 한다. 그를 위해 육상에서 흙과 암석을 가져와 매립지의 가장자리를 둘러쌓는가본데, 왜 그 흙에 암모니아가 과다하게 포함된 걸까? 암모니아는 보통 동식물이 죽은 뒤 썩을 때 발생한다. 혹 그 흙에 어떤 혐오스런 폐기물이 비정상적으로 뒤섞인 건 아닐까?


중견 환경활동가에 대한 폭력을 목도한 인천시민사회단체연대는 성명서를 채택해야했다.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이 무분별한 준설투기장 건설로 인한 성토재 부족으로 오염된 토양을 반입해 매립하고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이번과 같은 환경운동가 피습사건이 일어난 것”이므로 관리청과 사업자의 공개사과와 재발방지를 요구했다는데, 문제의 준설토에 암모니아만 포함되었을까? 매립 현장의 실태를 모르고 지나갔다면 장차 어떤 일이 생길 뻔했을까? 인천시의 새로운 상징이 된 저어새가 근처에 날아오는데, 괜찮을까? 인천 앞바다의 생선들은? 그 물고기를 잡는 어민과 물고기를 먹을 시민들은?


요즘 매립기술이 전과 다를 터이니 침출수로 바다가 오염되는 일은 예전보다 드물겠지만 그렇다고 덮어놓고 안심할 수 없는 노릇이다. 감시가 없다면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게 현실이 아닌가. 사업자는 비용 절감을 위해 오염된 토사를 은밀히 반입하고 싶을 수 있다. 오염된 흙더미를 정화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줄이려고 매립토에 슬며시 섞자고 매립업체를 유혹하고 싶은 자도 있겠지. 텔레비전 환경 뉴스에서 빠지지 않는 사건의 목록에서 자유롭지 않기에 환경단체는 마음을 놓을 수 없다.


1940년대 2만 톤이 넘는 유독 화학 폐기물과 핵폐기물을 매립했던 미국 ‘러브캐널’은 지금도 버림받고 있다. 당시 폐기물 매립에 대한 경각심이 부족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 무지는 치명적 대가를 요구했다. 1970년대부터 정신박약, 선천성 심장과 신장 질환, 백혈병을 비롯한 질병이 매립한 땅에 조성한 마을의 주민 사이로 엄습했고, 피해와 민원을 감당할 수 없던 뉴욕 주 당국은 거주민의 이주시킬 수밖에 없었지만 피해는 그 정도에서 마무리되지 않았다. 1980년대 이후 미 연방정부는 200억 달러 이상의 비용을 부담하며 지역의 정화와 피해자 보상에 나서야했다.


폭력 사건이 적나라하게 드러낸 영종도 매립 현장의 문제를 직감했는지 인천시는 준설토의 안전성을 파악하겠다고 다짐했다. 한 환경활동가의 희생이 있기에 1940년대와 같은 사건이 영종도에서 반복되지 않을 것으로 믿는다. 2000년대의 매립 기술은 분명히 향상되었지만 환경활동가의 희생은 여전하다. 오히려 늘어난다. 점점 흉포화 한다. 2005년 아마존 원주민의 생존권과 생태계 보전을 위해 열대우림의 벌목을 반대하던 도로시 스탱 수녀는 6발의 총탄으로 희생되었다. 그렇게 희생된 환경운동가는 900명이 넘는다고 영종도 준설토 매립현장을 취재한 언론은 밝혔다.


합법 여부와 관계없이, 다음세대의 생존을 염두에 둔다면 자연을 거대하게 훼손하는 개발은 대부분 부당하다. 들쭉날쭉 변하는 허용기준치와 관계없이, 나중에 위험한 것으로 드러나는 화학물질의 목록은 점점 길어진다. 수많은 환경운동가의 희생이 없다면 밝혀지지 않았을 것이다. 그들의 헌신적 행동과 희생 덕분에 우리는 지금 자연의 혜택을 조금이나마 남길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덤으로 사는지 모른다.


제 자식 건강하게 자라길 바라는 우리는 환경활동가들에게 희생만 요구할 수 없다. 함께 행동해야 하지만, 당장 어렵다면, 최소한 그들에게 고맙고 미안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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