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뮤지엄파크를 보며 드는 단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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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뮤지엄파크를 보며 드는 단상들
  • 윤현위
  • 승인 2017.05.16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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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지리학박사

인천에 뮤지엄파크가 조성된다고 한다. 지역을 공부하는 입장에서 다소 부끄러운 일일 수도 있으나 필자는 이 소식을 학익동의 어느 부동산에서 전해 들었다. 학익동으로 이사갈 생각에 그 동네 부동산을 찾은 것이었는데, 앞으로 부동산 중개인은 이 지역의 개발호재로 뮤지엄파크를 들었다. 앞으로 박물관들이 많이 들어설 것이니 이 지역의 아파트가격이 오를 것이라 말했다.

박물관이 들어서는 것과 아파트 가격이 어떤 관계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뮤지엄파크는 흥미로웠다. 용현?학익부지에 들어선다는 뮤지엄파크는 인천시립박물관이 이전하고 인천시립미술관이 들어서는 것을 기본 계획으로 삼고 있는 듯했다. 기본설계와 타당성 용역을 진행하고 공사에 들어서면 2020년이 조금 지난 시기에 개관할 수 있어 보였다.

공업지역이었던 비룡삼거리가 모두 택지로 조성되어 거대한 아파트단지가 들어서고 있는 상황에서 박물관과 미술관이 들어서고 오픈스페이스가 조성되는 것은 꼭 그 지역에 사는 주민이 아니더라도 인천시민의 입장에서는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다. 꼭 아파트가격이 오르지 않아도 말이다.

인천에는 생각보다 많은 박물관이 있고, 전시관이 있다. 그럼에도 현재의 인천시장처럼 문화성시를 말하는 이들은 있어도 인천이 문화적으로 풍요롭다고 말하는 이는 아직 없다. 아직 인천은 피부에 닿아 느껴질만큼 동네구석구석 도서관과 주말에 가볼만한 박물관하면 시립박물관 말고는 쉽게 떠오르지 않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다(물론 이민사박물관이나 수도국산박물관은 매우 훌륭하다).

뮤지엄파크를 보면서 인천에 다양한 박물관이 계속 만들어져야하나 이 중에서도 인천이 가진 지역의 스토리나 자산을 활용한 박물관이 더욱 더 만들어졌으면 한다. 그런 점에서 아직 뮤지엄파크의 내용은 아쉽다. 전국 3위의 대도시에서 미술관이 없다는 것도 아쉬운 일이지만 뮤지엄파크에도 인천의 장소적 자산을 활용한 박물관이 더 있어으면 하는 욕심을 내본다.




필자는 이 지면을 비롯하여 여러 지면에서 인천에 염전(소금)박물관, 공업박물관, 야구박물관의 필요성에 대해서 계속 이야기해왔다. 인천의 최고니 최초니 하는 말들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이 세 가지 박물관은 인천의 역사를 기록할 수 있는 중요한 장소적 자산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박물관의 설립취지가 더욱 더 가치 있기 위해서는 염전(소금)박물관은 주안역 뒤에, 공업박물관은 주안산업단지나 부평산업단지 중에 여건이 가능한 곳, 야구박물관은 숭의동의 인천축구전용경기장 부지내에 설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허나 이는 개인적인 바람이고 현실적으로 박물관을 구상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모아야겠다. 기본으로 돌아가 이런 박물관이 필요하고 진정 인천의 지역사와 관련성이 있는지부터 차근차근 따져보는 일부터 시작해야겠다. 뮤지엄파크의 규모와 시설 등 물리적인 접근 이전에 어떤 박물관을 넣을지가 먼저 논의 되어야겠다. 사업기간을 2022년으로 한정하고 있으나 시립박물관의 이전이 분초를 타투는 일도 아닐뿐더러 시립미술관이 하루 빨리 만들어져야할 이유도 없다. 그 전에 어떠한 뮤지엄파크를 만들 것인가에 시민들의 다양한 의견이 수렴되어야한다.

주안염전은 우리나라 최초의 염전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 외에 염전에 관한 기록은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 않고 학술적으로 연구되거나 자료의 구축이 되어 있지 않은 상태이다. 단지 이 자리가 1904년에 염전이 있었다는 비석만이 하나 남아 있을뿐이며 인천의 주안공단과 부평공단을 포함하여 인천의 산업시설은 그 역사가 해방 이전까지 올라가는데도 불구하고 공업의 발자취를 느낄 수 없다. 울산의 공업탑, 구로의 수출의 다리와 같은 조형물도 없을뿐더러 인천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모습 중에 하나인 ‘공업도시 인천’을 기록하고 있는 공간은 없다.

인천의 대표적인 공단인 주안공단, 부평공단, 남동공단은 모두 구도고도화라는 현실적인 문제에 직면해 있고, 과거의 공단에서 공업용도 이외에 다양한 이용방안을 모색 중에 있다. 딱딱한 박물관이란 이름이 아니더라도 그 동안 인천에서 생산된 제품들, 거기서 일하던 노동자들의 삶, 현재 공단에서 많이 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이주자들의 모습을 담을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한다면 굳이 구조고도화에 역사와 문화라는 거창한 수식어를 달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역사와 문화가 기록될 수 있다.

또한 인천야구는 우리나라 전체 야구사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작지 않을뿐만 아니라 그 동안 인천시민들의 애환을 함께 머금고 있는 종목이라는 점에서 인천야구의 역사를 기록하는 작업도 매우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인천야구를 상징하던 도원구장이 숭의운동장재생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사라진 이후에 인천야구의 기억이 상당부분 지워졌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도원동에서 더 이상 야구를 하지 않지만 야구박물관을 만들어 인천야구의 발자취를 기록하는 작업이야말로 그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용현5동 토지금고, 용마루 공원에 가면 자그마한 컨테이너박스 두 개가 있다. 토지금고 마을박물관이다. 토지금고는 수 십 년 동안 용현5동을 지칭하는 지명으로 사용되었는데, 토지금고는 염전이었던 이 지역을 주택단지로 조성할 당시 시행자의 역할을 했던 회사의 이름이지 실제로 토지금고가 존재하지는 않았다. 오래된 지명이 과거의 기억을 매개한다는 점에서 착안하여 마을박물관의 이름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박물관을 위시한 크고 작은 문화시설들은 주민 삶의 질에 있어서 어메니티에 있어서 중요한 역할을 할뿐만 아니라 지역이 같고 있는 역사와 기억들을 붙잡아주는 소중한 역할을 한다. 또한 규모가 커진다면 연구의 역할까지 겸할 수 있어서 이러한 시설들은 계속 만들어져한다. 결과와 완료시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방법과 내용이 더 중요하다.

아마도 치적의 도구로 사용한다고 하면 전자의 것들이 더욱 더 중요할 수도 있겠다. 우리는 지방자치 4기에 적어도 수도권의 시와 자치구에서 무수히 많은 문화센터를 만날 수 있었다. BTL방식이 결합되면서 문화센터는 결과적으로 많은 부채를 양상했다. 이는 모두 결과와 시기에 대한 조급함 때문에 생겨난 일이었다. 지금 뮤지엄파크를 빨리 만들려 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 참고로 내년엔 지방선거가 열린다.

소금박물관과 야구박물관에 대해서 다소 회의적인 의견을 보내실 분들이 있으리라 생각된다. 전남 신안군에는 이미 소금박물관이 있고 부산도 야구방망이 모양의 등대와 야구박물관을 조성 중에 있는 것으로 안다. 신안은 현재도 활발하게 소금을 생산하고 있는 지역이고, 부산은 열성적인 구도의 야구팬들과 그 열정 때문에 야구를 지역의 상징물로 선점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최초에 집착할 필요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인천의 염전과 인천의 야구를 기록한다고 그 가치가 퇴색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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