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할 마음은 있는 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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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할 마음은 있는 거니?
  • 임원영
  • 승인 2017.05.18 08: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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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화 졸업사진 신 풍속도 - 임원영 / 학교 밖 독서 논술교사
 
“카톡 카톡 카톡”
 
5월17일, 식곤증이 미세먼지처럼 달려드는 오후. 눈은 감기고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는데 갑자기 요란하게 핸드폰이 진동을 한다. 무음으로 돌려놓지 못한 실수가 미안해서 아이들을 향해 하트 하나 발사해주고, 얼른 핸드폰을 조용히 시킨다. 그럼에도 핸드폰 화면은 쉬지 않고 무언가를 자꾸 보내온다.
 
“선생님 뭔데요? 궁금하니까 그냥 한 번 확인해 보시죠?”
 
“음, 얘들아 지금 수업 시간이거든? 좀 참았다가 이 궁금증을 선생님 혼자 해결해 보련다. 그러니 집중!!”
 
하지만 아이들은 끈질기다. 한 번 물면 좀처럼 포기하려 들지 않아 잠시 휴식을 핑계로 핸드폰을 열어 본다.



 
 “헉~!!!!”
 
이게 뭐냐? 잠옷을 입고 서서 잠든 아이와 금방이라도 모내기를 하러 갈 것 같은 새마을 옷, 그리고 저건 필시 영화에 나오는 조커가 맞다. 저 총으로 누구를? 그런데 물총 같은 느낌은 뭔지...... 이 화창한 날 뭔 퍼포먼스인가 싶어서 아이가 보내온 문자를 확인했다.
 
“선생님, 저희 오늘 졸업사진 찍었어요. 각자 자유롭게 캐릭터 정해 오라고 하셔서 전 3년 내내 잠만 자서 잠옷, 수능 떨어지면 농사지으러 간다는 친구는 새마을 옷, 그리고 아무 생각 없는 친구는 아시죠? 악당으로 세상을 지배해 보겠다네요.”
 
학생으로서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는 고3 친구가 보내온 사진이다. 요즘은 (미리찍는)졸업 사진을 저렇게 재미있게 찍는구나!
생각해보니 내 나이 때는 그냥 가만히 앉아서 찍었던 거 같다. 그러다 보니 작은 증명사진, 좀 더 큰 증명사진, 사람 많은 증명사진 그렇게 표정도 모습도 같은 사진들뿐이다. 컬러도 없는 흑백이었으니 더 우중충하고 재미없어 졸업한 후로는 한 번도 꺼내보지 않은 거 같다.



 

사진을 보니 아이들 표정이 너무 밝다. 서로 자신이 생각한 모습들로 옷을 입고, 분장을 하면서 얼마나 웃었을까 싶으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그려졌다. 수능에 대한 부담감으로 하루가 힘겨웠을 아이들이 오늘 만큼은 실컷 웃고 즐거웠을 생각에 마음 한 부분이 가벼워졌다.
저렇게 즐거운데 졸업할 마음은 있는 걸까?
문득 궁금한 마음이 든다.
 
‘저 조커 여인은 화장을 지우고 집에 갔겠지, 설마??“
 
날씨도 좋고, 표정도 좋고, 다양한 모습들도 멋졌던 졸업사진.
시간이 흐른 후에도 자주 꺼내 볼 수 있는 추억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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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20 17:37:43
왕!!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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