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무역 사업가, 순대볶음 명인이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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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무역 사업가, 순대볶음 명인이 되다
  • 문미정 시민기자
  • 승인 2017.06.12 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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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관교동 '만석꾼 순대볶음' - 사람들과 소통하는 주인장

[마실나가기]는 '가까운 우리 동네의 멋진이야기'입니다. 바로 마을 주변에서 숨은 이야기가 있는 가게를 찾아 그곳에 녹아있는 스토리를 담아드립니다. 필자는 사회복지사이면서 <인천in> 시민기자로 활동해온 문미정님입니다. 아이 둘 가진 엄마의 따뜻한 눈으로 아이들과 함께 다니며 알게 된 마을 이야기를 일상의 소비생활을 중심으로 엮어갑니다. 숨은 이야기가 있는 곳의 제보도 받습니다


관교동 신세계백화점 앞 버스정류장에는 독특한 방법으로 손님들과 교감하는 길거리음식점이 있다. 바로 '만석꾼 순대볶음'
 
포장마차가 생긴 것은 14년 전.
당시에도 지금처럼 순대볶음이 맛있었지만 주인장의 숨은 이야기는 더 재미있다. 길거리 음식으로 이렇게 14년 단골을 여럿 둔 주인장은 흔치 않을 것이다. 오늘은 14년 지기 길거리 순대복음 만석꾼 주인장의 이야기를 풀어 본다.


 

그러니까 처음 이곳 관교동 신세계 백화점 맞은편 사거리에 자리를 잡을 즈음, 당시엔 손님 한명이 아쉬웠던 시절이었을 게다.
"어! 여기서 순대볶음을 파네?"
하며 행인들이 기웃거리면 여지없이 만석꾼 주인장에게 걸려들기 마련이다.
"아이고! 마침 잘 왔어요. 간 좀 봐줘요. 하루 종일 내가 간을 보니 맛을 잘 모르겠어요. 맛 한번만 봐주세요."
 
이렇게 포장마차를 지나는 사람들을 그냥 놔두는 법이 없다. 지금은 가격이 많이 올랐지만 14년 전에는 가격도 싸고 맛도 있었기에 간 봐주는 것은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기다리는 동안에는 먹고 있으라고 순대볶음 몇 점을 접시에 놔주기까지 한다. 게다가 말솜씨도 있어서 손님이 별로 없을 때는 이런 저런 살아가는 얘기를 나누며 정을 쌓아 갈 수 있다. 사먹어도, 사먹지 않아도 누구에게나 호호아줌마처럼 싱글벙글 웃는 얼굴을 자랑한다.
 
주인장은 원래 전자무역을 크게 하던 사업가였다. 14년 전 베트남을 상대로 전자무역을 했었는데 안타깝게도 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순대볶음장사를 막 하기 시작했을 때에는 아직 베트남 사업체가 채 정리도 되지 않았던 때라 다시 베트남을 들어갔다가 나오기도 했다.
 
그리고 당시에는 사법고시를 준비하는 아들의 딋바라지를 하고 있었다.
“순대볶음 장사만으로 뒷바라지까지 되세요?”
하고 물었을 때 주인장은 어린 나에게 귀가 솔깃한 얘기를 해주었다.
“주식을 조금 해요. 많이 하는 건 아니고 아주 조금”
“주식이요?”
“오전에 순대 썰고, 야채 썰면서 잠깐 조금씩 해요.”
이런 얘기를 주고받으며 친해진 나는 순대를 사먹지는 않아도 늘 포장마차를 지날 때면 인사를 주고받고 간을 봐주곤 했다.
 
마실이야기에 주인장 이야기를 담고 싶어 찾아가서 물은 첫 마디는
“아직도 주식해요?”
“아이고 이번에 00에 올인했다가 많이 손해 봤어요.”
그래도 싱글벙글 웃으며 오랜만에 찾아온 단골이 반갑기만 하다.
 
중간에 순대볶음 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내어준 적이 있었다. 워낙에 만석꾼 주인장과 친분이 있었기에 아쉬웠지만 그분을 대신할 분이라 생각이 들어 주인이 바뀐 이후에도 몇 번 갔었다. 하지만 음식 맛은 손맛이라 하였던가? 주인이 바뀌니 순대볶음 맛도 바뀌고 늘 바글거리던 포장마차도 파리만 날렸다. 그러다가 다시 만석꾼의 원래 주인장이 나타났다. 새 주인에게 넘기면서 못하겠으면 꼭 말하라고 했는데 못하겠더란다. 다시 단골들이 모여들고 포장마차는 활기를 띠며 생기를 되찾았다.

 



그러다 어느 날은 또 포장마차가 사라진 일이 있었다. 육아와 직장생활로 외출이 줄면서 백화점 쪽으로 갈 일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가보니 그만 포장마차가 사라진 것이다. 다행히 전화번호를 알고 있어서 연락을 했더니 백화점 바로 앞 버스정류장으로 자리를 옮겼단다. 찾아가지 않은 동안에 유명해 지기도 많이 유명해졌다. 가격도 좋고 맛도 좋기 때문에 누리꾼의 이야기 소재로 인기가 좋다.
 
순대볶음을 만들거나 포장하면서 기다리는 동안 먹어보라고 내어주는 맛배기 순대볶음은 단골을 만드는 마법주문이 아닐 수 없다. 여전히 새로운 단골들이 생기고 있는 것이다. 자리를 옮기면서 처음 순대볶음을 하던 소박하고 서툰 모습은 이제 없어졌다. 포장마차 모양도 세련되어 지고 간판도 생겼다. 하지만 처음 순대볶음하던 시절에 만난 단골들은 여전히 만석꾼 주인장과의 소소한 추억들로 그 자리를 다시 찾는다.

 



어떤 손님은 뒤집게를 사다주기도 하고, 어떤 손님은 청첩장을 주기도 한다. 그런 날은 앞치마를 벗고 단장하고 가서 맘껏 축하해주고 온다. 만석꾼 순대볶음은 이렇게 입으로만 먹는 것이 아니라 마음으로 먹고 기억 속에 담기에 오래 오래 단골들의 사랑을 받을 것이다.
 
위치 : 관교동 신세계 백화점 버스정류장 앞
전화 : 010-2768-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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