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어머니의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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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어머니의 사랑
  • 최원영
  • 승인 2017.06.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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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마지막 선물



풍경 #47. 어머니, 그립습니다. 많이!

 

제가 진행하는 방송프로그램(경인방송 ‘최원영의 행복찾기’)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제 어머니와의 추억이 떠올랐습니다. 인천in의 ‘행복찾기’ 독자여러분과도 함께 공유하고 싶습니다.

 

20년 전 일이 생각합니다. 그때 저는 십년의 유학생활을 마치고 귀국해서 분주하게 살 때였습니다. 미국에 계시던 어머니는 그 당시에 약 십여 년 동안 암 투병 중이셨는데요. 제가 귀국했을 때에는 어머니 병이 더욱더 심해져 걸음도 제대로 걷지 못하셨습니다.

아마 의사로부터 얼마 사시지 못할 거라는 말씀을 들으셨는지, 한국에 있는 저와 제 가족들을 한 번 보시겠다고 고집을 부리신다며 미국에 사는 누이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의사는 간곡히 말렸다고 해요. 비행기 안에서 돌아가실 수도 있다는 거예요. 그래도 어머니는 미국에 있으나 한국에 가나 죽는 것은 마찬가지인데, “내 자식 한 번 보고 죽겠다”고 하시니 어쩔 수 없이 보내드린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의사는 어떤 스프레이를 하나 주면서 갑자기 숨이 막히면 목에 뿌리라고 하셨대요.

그렇게 어머니는 저희 집에서 약 한 달간 머무시게 됐습니다. 어머니는 걷는데도 무척 힘들어하셔서 가벼운 지팡이를 하나 사드렸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어느 낯선 분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여보세요, 최원영씨죠? 어머님이 쓰러지셨습니다. 백화점 앞 횡단보도에서요. 쓰러진 어머니께서 스프레이를 목에 뿌리려고 하시던데, 기운이 없으셔서 그런지 제대로 하질 못해 제가 도와드렸습니다. 이제 괜찮으십니다. 어서 오셔서 모셔가세요.”

제가 “감사합니다. 전화번호라도 알려주시면 제가 식사라도 대접하겠습니다”고 하자, 그분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어요.

“괜찮습니다. 그런데요, 어머니께서 쓰러지셨을 때요, 지팡이는 저 멀리 날아가 버렸는데, 한손에 백화점 쇼핑백만은 꼭 쥐고 계셨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갑자기 눈물이 터지고 말았습니다. 그날 아침에 출근하려는데, 어머니가 “아범아, 오늘 백화점에 가서 아범 티셔츠 하나 사러 갈 거야. 이 어미가 아들에게 사주는 마지막 선물이 될 지도 몰라.”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났기 때문입니다.

그랬습니다. 어머니는 백화점에서 제게 주실 빨간색 티셔츠를 하나 사셨습니다. 그것을 한 손에 들고, 얼마나 기뻐하셨을까요. 겉멋을 전혀 모르고 사는 저를 보면서 늘 질책하시던 어머니였습니다. “아범아, 이왕이면 깔끔하게 입고 다니라”고 하셨던 어머니가 자신이 산 빠알간 티셔츠를 입고 있는 저를 그려보셨을 겁니다. 그래서 한 손엔 백화점 쇼핑백을 들고, 다른 한 손엔 지팡이를 들고 계셨을 겁니다.

백화점에서 나와 횡단보도를 걸으시던 중에 갑자기 호흡곤란이 왔습니다. 쓰러진 후 주머니에서 스프레이를 꺼내 입안에 뿌리려고 하셨겠지만, 기운이 없어 도저히 누를 수 없었을 겁니다.

 

천사들은 곳곳에 있나 봅니다. 평상시에 횡단보도를 걸을 때 많은 사람들은 무표정하게 지나칩니다. 그러나 누군가 어려움에 처했을 때면, 무표정하기만 할 것 같았던 그들이 바로 천사였던 겁니다.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그 낯선 신사가요.

그런데 저를 울린 것은 바로 쇼핑백과 지팡이였습니다. 어머니에게 지팡이는 자신의 생명을 지켜줄 보물입니다. 그러나 죽음을 코앞에 둔 어머니는 자신을 지켜줄 지팡이는 내던지고, 제게 주실 5만 원 짜리 티셔츠는 꼬옥 쥐고 계셨다는 그 사실 앞에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자신의 생명보다 자식에게 줄 옷을 더 소중히 여기는 어머니! 독자 여러분의 어머니 역시 그렇게 하셨을 겁니다. 어머니들의 그런 사랑이 우리가 온전히 자랄 수 있게 해준 힘이었을 겁니다.

 

어머니를 모시고 집으로 오는 길에 저는 투정을 부렸습니다.

“어머니, 쇼핑백을 던졌어야지요. 그까짓 옷은 다시 사면되지만, 지팡이는 어머니를 지켜주는 게 아니에요?”라고요.

그러나 이 땅의 어머니들의 마음은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 일이 있고 몇 개월 지나 어머니는 하늘나라로 가셨습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름이면 저는 빨간 그 옷을 입습니다. 비록 조금은 헤어지고, 몇 군데 작은 구멍이 뚫린 옷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사랑이란 참으로 위대한 것 같습니다. 자기 생명보다도 더 소중히 여기는 것이 부모의 자식사랑이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신은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어머니를 만들었다’는 말도 있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많이 보고 싶습니다. 많이 그립습니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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