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관상어의 원조, 45년을 지켜온 신흥동 '한일어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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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관상어의 원조, 45년을 지켜온 신흥동 '한일어조원'
  • 문미정 시민기자
  • 승인 2017.06.26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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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점포정리 하려다 '철회', "인터넷 때문에..."



'45년 성원에 감사했습니다. 점포임대 1층 40평, 2층 50평' 

지난 5월, 신흥동 가로 언덕에 45년을 자리잡고 있던 '한일어조원'에 점포정리 현수막이 걸렸다. 45년이면 나보다도 나이가 많은 가게이다. 게다가 한일어조원은 어릴 적부터 동물을 좋아하던 우리 식구한테는 기억에 남는 가게이다. 아쉬움 때문에라도 그냥 지나칠 수가 없어서 차를 세우고 가게에 들어갔다. 이리저리 물건을 싸게 내 놓으며 어수선한 모습이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저 배다리에 살던 사람인데요. 가게를 내 놓으셨기에 궁금해서 들렀어요.”
“아, 네. 가게를 정리 하려고 저렇게 붙여 두었는데 손님들이 너무 성화여서 못 그만 두게 되었어요.”
“그럼 그냥 계속 하시는 거에요?”
“네, 계속 할거에요. 그래도 내가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크게는 못하고 좀 정리를 해서 조그맣게 소일거리 삼아 하려구요. 바로 옆으로 이전해서 다시 할 거에요.”
“어머! 정말요? 너무 잘되었네요. 나중에 가게 정리 되면 제가 꼭 다시 놀러 올게요.” 

그렇게 가게 문이 닫히는 게 아쉬웠던 발걸음이 이야기 거리가 되었다. 한 달 뒤 다시 찾은 가게는 작지만 깔끔하게 잘 정리가 되어 있었고, 사장님도 여유가 있어 보였다.

 


“사장님, 저 다시 왔어요.”
“응, 어서와. 여기 앉아요.”
“가게가 작아 졌지만 깔끔하니 좋네요.”
“아효, 요정도만 해도 수족관하기엔 충분해. 내가 맨 처음 애관극장 옆에서 할 때는 이것보다 더 작았는 걸.”
“와! 애관극장 옆에서부터 하셨어요? 옛날 얘기 좀 해주세요.”
 
그 시절엔 있는 집들은 대부분 수족관을 갖고 있었다. 웬만한 극장이나 큰 상점에도 장식용으로 대형 수족관을 두었다. 게다가 지금처럼 여과기가 발달하지 않아 설치에서 어항청소까지 대부분 설치해준 가게에서 했었는데 그 품이 3~5만원이나 했다고 한다. 20년 전에 그 가격이었으니 상당한 서비스 비용이었음에 분명하다. 하루에 2~3번은 꼭 어항청소 출장이 있었는데, 직원 한 달 월급 50~60만원이었던 그 시절에는 직원 몇 명을 두고도 사장님 몫까지 챙길 수 있었다고 한다.
 
“게다가 그 때는 수족관 설치하거나 청소를 하면 별도로 쌈지 돈을 챙겨주는 사람이 많았어.
우리 직원들은 그걸 한데 모았다가 한 달에 한 번씩 나눠 갖고 그러더라고.
그 땐 그렇게 정이 있었어.
나도 수족관 설치하고 그러면 주머니가 두둑했지.
요즘은 그런 사람이 거의 없어. 그래서 재미가 좀 덜한지도 몰라.”
 
사장님은 점점 온라인 상점과 대형 마트에 밀려 동네에 있는 점포들이 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을 아쉬워하기도 했다.
 
“배다리에서 살아서 잘 알겠네. 어릴 적 살았던 동네라는 게 궁금하고 그러잖아.
나도 가끔 내가 태어난 내동 골목길을 가보고 그런다고...
그런데 다 너무 바뀌고 없어지고 그래서 아쉬워.
요 앞에 있는 판촉물 가게도 40년이나 됐는데 문을 닫고, 사진관들도 그렇고...
뭐 그런 가게가 많아.”
 
“인터넷으로 대부분 사고 팔아서 이렇게 된거죠?”
 
“그렇지, 그나마 나는 생명 있는 것들을 팔아서 이렇게 자리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
물건이야 인터넷으로 보고 제일 싼 거 사면 그만이지만 물고기들은 안 그렇거든.
요즘은 물방 차려놓고 개인적으로 인터넷으로 사고 파는 사람도 많아서 나처럼 수족관을 운영하기는 쉽지가 않어.
내 직원들도 지금은 부천이며 부평에서 수족관들을 하는데 다들 힘들어해.
좋아서 하는 일이지 돈 벌려고 들면 못 할거야.
그저 손님들하고 오며 가며 물고기 이야기 나누고 그게 즐거운 거지.“



 

인터뷰를 마치고 물고기 구경을 시켜주시려고 어항근처로 자리를 옮긴 사장님은 달려드는 구피(열대어)들을 보며 물고기 설명은 뒤로하고 먹이통을 집어 드셨다.
“아이고, 이거 밥 달라고 하는 거야. 나보더니 배고프다고 난리네.”
사장님의 물고기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진한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광경이었다.
가게는 작아졌어도 45년 넘게 한자리를 지킨 노장의 마음은 온 인천을 담을 만큼 크다고 밖에 할 수 밖에...
 
한일어조원은 말 그대로 물고기와 새를 취급하는 가게이다. 가게 앞에는 작은 새장이 나란히 놓여 있었다. 새에 대한 이야기를 물었더니 아파트가 아닌 단독에서 대부분 살 던 그 시절에는 집에서 공작새까지 키울 정도로 호화스러운 집들이 많았단다. 꿩이며 금계며 요즘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종류의 새를 가정에 키울 수 있었으니 많이 사가고 했단다. 가게 뒤편에는 마당이 있는데 마당 가득을 넘어 옥상에 까지 새들이 있을 정도였다고 하니 옛날사람들의 취미생활이 지금보다 더 화려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앞으로도 한일어조원을 같은 자리에서 오래도록 볼 수 있도록 마음속으로 사장님의 건강을 기원하며 가게 문을 나섰다.



업체명 : 한일어조원
전화 : 032-762-2233
주소 : 인천 중구 제물량로 111 (신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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