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으로 가기 전에
상태바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으로 가기 전에
  • 윤현위
  • 승인 2017.06.28 11: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치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 · 지리학박사

얼마 전 문재인대통령이 연방제 수준으로 지방분권을 강화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광역자치단체장들과 연례적인 회의를 만들어 제2국무회의로 운영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나왔다. 환영할 만한 일이다. 지방분권은 단순히 중앙과 지방의 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정책적인 근간이라는 도식을 넘어서 어쩌면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로 가는 길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민주정부 10년간 김대중대통령과 노무현대통령이 지방자치를 위해서 노력했던 모습과 같은 맥락이다.

민주주의의 절차를 아무리 꼼꼼하게 제도화한다고 해도 지도자를 잘못 뽑으면 시스템 자체가 망가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고 우리는 지난 9년간 이러한 과정을 정치학 혹은 지방행정 교과서 아닌 현실에서 혹독하게 더군다나 많은 비용을 지불해가면서 체험하고 배워왔다. 권력의 분산은 개별 권한의 분산이 아니라 각 지역에게 되돌려 주어야한다. 그래야 특정 세력이 권력을 휘두르는 일들을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어떤 분들에게는 이 분권이라는 말이 새삼스럽게 들릴 수도 있겠다. 우리는 이미 20년 넘게 지방자치를 해왔고 따라서 일정부분 지역정치라는 리그를 보유하고 있다. 개발의 측면에서도 이제 국가차원의 기반시설에 관한 개발만 아니면 광역지자체장들은 대부분의 사업들을 자체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그리고 수도권 이외에 인구 50만 이상의 도시들, 가령 전주, 천안, 청주 등의 시장들은 수도권의 시장들보다 더 자유롭게 개발사업들을 자체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다. 이는 각종 법률에서 그 동안 개발에 관한 권한이 상당 부분은 지방에 내려왔기 때문이다. 물론 법률에서 정한 만큼 예산을 사용할 수는 없어 현실적으로는 그 권한이 작아 보일 수는 있다.
연방제 수준의 지방분권은 지방 스스로 결정하고 운영할 수 있는 일들이 늘어나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리고 그에 따른 예산집행권도 늘어날 것이다. 그러나 한 가지 걱정이 있다. 지방분권을 강화하기 이전에 그 동안에 지방자치제도를 통해서 생겨난 문제점들을 반성하고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되어야하기 때문이다.

지방자체제도는 풀뿌리 민주주의의 시작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고 이루어져야할 내용이지만, 한국의 지방자치제도는 그 동안 너무나도 많은 과오를 지질러왔다. 국가차원에서 관리되던 규제가 지방의 권한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지방으로 그 권한을 이양되었지만 지역의 발전보다는 주로 특정 세력과 지방의 토호들의 이익을 지켜주는 수단으로 전락한 감이 없지 않다.

인천에서 그 동안 벌어진 일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인천은 그 동안 문학경기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중앙정부의 만류를 뿌리치면서까지 서구에 아시안게임 경기장을 새로 지었다. 지금 아시아드경기장이 최소한 서구 구민들에게나마 도움이 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서구에 찜질방과 영화관을 더 짓기 위해서 경기장을 만든 것은 아닐 거라고 필자도 믿고 싶다. 월미은하레일은 사용 조차 하지 못했음에도 반성은 커녕 미련을 버리고 있지 못하고 있으며 2009년에 송도에서 개최된 세계도시축전은 공식 도시엑스포도 아니었다. 배다리는 산업도로를 만드느라 동네가 반토막이 났고 최근 중구에서는 건축 연한이 100년도 넘은 건물이 어이없게 주차장을 만든다는 이유로 철거되었다.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19452936_1520799171312656_5850089281770751711_o.jpg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1440pixel, 세로 810pixel
 

이런 현상이 진행되고 있는 와중에 지방분권을 강화한다고 하니 사실 걱정도 좀 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분권이 강화되어야할까? 앞서 필자가 언급한 인천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들은 어쩜 중앙에서 통제를 했다면 가능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중앙에서 모든 내용을 통제할 수도 없을 뿐더러 그건 지방자치의 원래 취지와도 거리가 멀다.

지방정부의 입장에서는 예산을 사용할 수 권한을 내려 보내는게 지방분권의 강화라고 생각할 것이다. 재정에 대한 뒷받침 없이 권한만 부여하는 방식은 사실 의미가 없다. 그러나 우선적으로 지금 필요한 건 지방정부의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의 권한을 강화해주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한다.
지역에 주민이 시의회를 감시하고 시행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지방분권이 이루어져야한다. 그래야 더 이상은 지방자치 때문에 지방이 망가지는 일을 줄일 수 있다. 이른바 주민기반형 분권을 제안한다. 지역에 사는 시민들이 지방자치 정부와 시의회를 감독할 수 있는 시스템이 선행되어야한다. 그래야 지역 유지들의 행포를 막을 수 있다.

현실적인 방안을 언급한다면, 각 광역자치단체와 100만 도시인 수원, 창원, 고양시는 산하에 연구원을 두고 있다. 연구원의 이름을 하고 있지만 학술연구라기 보다는 지방정부 산하의 정책보고서를 만드는 일을 한다. 형식상으로는 독립적 연구기관임을 자임하지만 운영비가 지방정부에서 나오기 때문에 주로 지방정부와 같은 입장을 갖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환경에서 지방정부의 정책을 비판하거나 쓴소리하기는 매우 어렵다. 현실적인 문제들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지방연구원의 원장들을 입용할 때 공모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시장이나 도지사와 관련된 사람들이 내려온다. 시민구단이라 이름은 붙지만 시에 의해서 운영되는 축구구단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각 지방의 연구원들의 독립성을 높이고 시민사회의 의견을 연구주제로 만들 수 있는 구조로 개편해야한다. 그래야 지방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할 수 있는 근거가 강화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작업들이 선행되어야 진정한 의미의 지방분권을 시작할 수 있다. 지방분권 강화를 빨리 할 필요도 없고 빨리 해서도 안 된다. 준비도 되지 않은 현재의 상황에서 지방분권을 강화하면 각 지방은 더 망가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