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목고·자사고 폐지만이 교육의 백년대계를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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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목고·자사고 폐지만이 교육의 백년대계를 말할 수 있다.
  • 고보선
  • 승인 2017.07.11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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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논단] 고보선/ 인천석남중학교장

“급격하게 무너진 교육사다리를 복원하여 누구에게나 공평한 학습사회를 구현해 나가겠다.”
“자사고·외고 문제 및 특권교육의 폐해 등과 연계하여 고교 체제 전반을 총체적으로 살펴, 개혁의 방안을 마련해 나갈 것이다.”
 
문재인 정부 초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수장인 김상곤 장관의 취임 일성이다. 교육 관련 단체들은 김부총리의 취임을 축하하며 ‘촛불혁명’의 요구대로 교육을 바로 세우고 각종 사회 현안을 정의롭게 해결하기 위해 협조할 것이라며 ‘교육부 부패, 무능 관료, 기득권 세력, 교육 이권 집단의 방해나 정치권의 무책임한 공세에 휘둘리지 말고 많은 교육주체들과 함께 교육대혁명을 흔들림 없이 수행해주기 바란다.’는 성명과 함께 이해 당사자들에게 밀려 국가의 미래와 아이들을 위해 소중한 정책들을 포기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는 성명을 발표했다니 무척이나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2014년 6·4 지방선거와 함께 17개 시·도교육감 중 13개 시도에서 진보적 교육정책공약을 내세운 교육감이 탄생하였다. 이를 두고 많은 사람들은 보수 단일화 실패라고 말하지만, 분명한 것은 교육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는 국민적 열망이 진보교육감 시대를 탄생시켰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선출된 진보교육감의 성향도 다양했다. 급진적 변화를 추구하고자 하는 교육감, 점진적 변화를 시도하려는 교육감 등등. 어찌하든 지난 3년 동안 각자 진보교육감이 펼치고자 하는 교육정책과 함께 학교문화를 변화시키고자 하였다.

물론 그 정책의 기본에는 정직과 정의가 살아있는 학교, 꿈도 희망도 없는 어려운 여건의 학생들에게 희망을 주는 학교, 행복을 주는 학교, 미래 우리 사회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는 시민을 기르는 교육을 지향해야 한다는 열망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본인의 공약을 적극적으로 시행해 변화의 희망이 보이는 지역이 있는가 하면, 지난 시대와 큰 변화 없이 기존의 정책을 그대로 답습하는 지역도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취임 초부터 자신의 정책공약인 [일반고 살리기] 실현을 위해 외고·자사고 폐지 노력을 해 왔다. 그러나 해당 학교와 학부모들의 집단적 반대에 부딪쳐 결국 좌초되고 말았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은 문재인 정부의 교육정책 공약에 포함된 특목고 폐지를 다시 공언하여 자사고와 외고 폐지를 시도했지만, 결국 금년 재평가 대상인 5개 외고와 자사고 그리고 국제중학교를 모두 재지정하고 말았다.

서울시교육청이 외고·자사고 폐지에 선두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했던 개혁 성향의 교육단체는 교육감이 겉으로는 정부 정책에 찬성하면서 실제로는 미온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하면서 “특권학교 학부모들의 눈치를 살피며 일반학교 정상화를 포기한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하였다.

단언컨대 시·도교육청 차원의 외고·자사고 폐지는 쉽지 않을 것이다. 아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 기득권 세력의 강력한 저항과 함께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미화된 교육열에 부합해 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은 특별한 대우를 받아도 된다는 특권 의식과 인식이 우리 사회 저변에 공공연히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특목고 폐지는 정부차원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한 상황으로 ‘특목고 폐지 없는 일반고 살리기’는 아무리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의 고입전형을 보자. 중학교 내신의 15%까지는 특목고, 자사고에 집중, 진학한다. 15∼20%는 일반고에, 60%까지는 특성화고에 그 아래 하위권 학생들은 다시 일반고에 진학한다. 일반고 학급은 내신 60∼100% 아이들이 학습 분위기를 주도하기 때문에 교사들은 수업에 지치기도 하고 학교가 두렵기까지 하다. 교사가 학생을 두려워하는 순간 새 정부의 [교실혁명] 공약 실현은 불가능하고 할 수 있다.
 
인천 교육의 현실은 어떠한가. 인천의 일반고 교육 현실은 점점 깊은 늪으로 빠져가고 있다. 2015년 송도에 포스텍 자사고가 설립되고, 2016년 인천과학예술영재고가 설립되었다. 더욱이 2015년부터 일반고에 중점학교 운영교를 증가시켜 특목고와 자사고, 일반고 서열화는 물론이고, 일반고 간 서열화를 극대화 시키고 있다. 특히, 인천과학예술영재고는 전 황우여 연수구 국회의원의 공약사업으로 추진되어 한 학년 80여명 정원을 전국단위에서 모집한다. 2016-17년 입학생 중 인천 학생은 10여명 내외로 대부분 서울의 강남과 목동, 경기도 일부 학생들이 입학하였다.

인천에는 공립 특목고로 미추홀외고, 국제고, 과학예술영재고, 인천과학고, 진산과학고가 있으며, 사립고로 인천외고와 자사고인 하늘고, 포스텍고가 있다.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수월성 교육정책으로 급속히 진행된 특목고와 자사고 그리고 우선선발권이 있는 중점학교 증가로 인해 인천의 일반고 역시 학교 간 서열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서울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서열화를 조장하고 이끌었던 사람들이 여전히 인천시교육청 내 관료로 주요 직책을 차지하며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그 예로 금년 2월 교육청이 앞서서 특정 특목고의 대입 결과를 성공 사례로 대대적으로 홍보함으로써 입시경쟁교육을 부추기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특목고 중심 지원 정책과 과학중점학교 활성화 정책으로 평등교육을 통한 일반고 살리기는 좌초되어 버린 인상을 지울 수 없다.
 
헌법 제31조 1항에는 '교육의 권리란 모든 국민이 능력에 따라 평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말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능력에 따라'라는 문구에 기대어 차별을 극대화하는 평등도 괜찮다고 착각하는 정책을 과감히 단절하고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미래 사회인을 길러내는 교육정책이 절실히 요청된다.

입시 성과에 따라 학생들을 학교별로 구분 짓는 잣대가 되는 특목고(외고, 국제고, 과학고)와 자사고를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그것은 우리 사회 모든 차별화의 시작이 고교 서열화에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을 부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수월성 교육이라는 미명 하에 차별받는 교육의 평등권을 짓밟지 말아야 한다. 미래 이 나라를 짊어질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갈 우리의 후손을 위한 차별 없는 평등교육이 되어야 한다. 세월호의 비극, 지난 시간 상당수 고위층들의 잘못된 행적들, 학교폭력의 증가 등 이 모든 문제의 시작은 공부만을 강조해온 성적 지상주의가 가져온 폐단의 결과가 아닐까 싶다.
 
바뀌지도 않고, 바꾸려하지도 않고, 바꿀 수도 없이 굳어버린 우리 사회의 차별화와 서열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학력 지상주의 매너리즘에 빠져있는 교육 관료들의 사고를 변화시키는 출발점은 정부와 시·도 교육청 교육관리, 단위학교 교사들이 우리 교육의 책임감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정책에 달려 있다.

이제 우리 교육의 방향은 교육 대개혁을 위한 과감한 교육정책 시도와 단위학교에 대한 균등한 교육 투자로 다방면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현될 수 있는 민주 시민을 육성하여야 한다. 치열한 자기반성과 처절한 교육 개혁만이 우리 아이들을 미래 사회를 주도하고 더불어 살아가는 민주시민으로 길러낼 수 있을 것이다.
 
감히 외치고 싶다. 인천뿐만 아니라 대다수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는 일반고가 무너진 지금 더 이상 교육관계자들은 교육을 말하지 말자. 그럴듯한 미사여구로 교육의 백년대계를 말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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