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 오시는 자손분들에 대한 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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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오시는 자손분들에 대한 배려
  • 김인자
  • 승인 2017.08.15 0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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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 고마운 병원 주차원

"지금 옷 입어?"
"예 엄니 내가 주차장 가서 차 가지고 올테니 요기서 잠시만 기다리셔요."
울 심계옥엄니가 다니는 치매센터 사랑터가 방학을 한지 목.금.토.일.월 오늘이 5일째. 매일 아침 눈뜨시면서 주무실때 까지 "오늘이 며칠이야? 16일에 오라고 했는데 선생님들이"하며 매일 매일 생각날 때마다 오늘이 며칠이냐고 물으시는 우리 심계옥엄니.
"오늘밤 자고 낼 밤 자고 그러구 나믄 그때 가시면 되요, 사랑터."
하고 알려드려도 우리 심계옥엄니 금새 또 까묵으시고 "오늘이 며칠이야?" 하신다.
"왜 엄니 빨리 사랑터 가고 싶으셔요?"
"지루해서. 하루가 너무 길어.사랑터 가믄 금방 시간이 가는데."
"언제는 사랑터 가기싫다믄서?"
"내가 은제?"
"접때 그르셨잖어. 힘들다고 안가믄 안된냐고."
"그때는 다리가 아파서 그랬지. 어깨도 아프고.
"지금은 다리도 안아프고 어깨도 안 아퍼요 엄니?"
"지금도 아프지.왜 안아퍼."
"근데 사랑터 가구 싶어?"
"싫으나 고우나 가는 거니까 가야지.
여기는 가는 사람 하나도 없고 나만 가는데 나 땜에 차가 일부러 오는데 내가 정신놓고 있다가 차 타러 안나가믄 선생님들이 허탕치구 그냥 가버릴거 아니냐?
일단 가기로 한데니까 가는 날은 가야지."
 
일주일 정도 울심계옥엄니가 다니시는 치매센터 사랑터가 방학을 해서 집에 계셨던 울 심계옥엄니. 집에만 있으시니 심심하셨나보다.
다른날 같으면 병원가는 날이 되어 가시자고 해도 "안간다, 힘들어.가서 약이나 타와라." 하셨던 울 심계옥엄니.
"엄니가 가셔야지 내 약인가?
"내가 가나마나야. 맨날 먹는약 거서 거기지."
"그래도 엄니가 가셔야 돼."
"안가 그냥 네가 가서 타와. 내 이름 대고."
"어떻게 나만 가서 약을 타와? 엄니가 직접 가서 의사 선생님 보고 어디가 아픈지 얘기하고 약을 타야지 그래야 약이 효과가 있지."
"내가 안가도 돼. 니가 가서 소상히 말하믄 되잖냐."
"소상히 뭐라고 말해?"
"요기도 아프고 여기도 아프고 오만군데 안 아픈데 없이 몸땡이가 죄다 아프다고 말해. 니가 의사선생님헌테가서 말만 잘하믄 내가 가나마나지."
"그래도 엄니가 직접 가셔서 의사선생님헌테 얼굴도 뵈드리고 약을 타는게 낫지?"
"아 싫다아. 그냥 니가 가서 말해."
지난달에 약 타러 갈때도 그렇게 가기 싫어하시더니 갑자기 그날도 싸인팬 없냐? 그러셨다.
"싸인펜은 왜요?"
"내가 표시해주께. 어디가 아픈지."
"표시를 해준다고? 어디다가 표시를 해?"
"요기다가." 하며 심계옥엄니 내 팔이며 무릎이며 어깨에 싸인펜으로 동그라미표시를 하셨다. 심계옥엄니가 하두 심각하게 싸인펜으로 동글뱅이를 치시길래 허리는 안아퍼? 하고 물었더니 허리는 그만그만하시단다.
"이제 다 치셨어? 아픈데?"
"응, 아 참 나 발등도 아프다. 가지가지 오지기지야."그러셨던 울 심계옥엄니 사랑터 방학이 길긴 길었나보다. 병원가시자하니 오늘은 새벽부터 즐거운 나들이 가는 사람처럼 신나하신다.
 
에구 많이 답답하셨나보다. 진작에 모시고 나갈걸.
병원에 도착하니 월요일이라 그런가. 주차장에 차 세울 곳이 없다.
주차하시는 분이 내차 가까이 오시더니 나갔다 다시 들어오라신다..
"무슨 말인 줄 알죠?나갔다가 들어오믄 요기에 세우게 해주께요" 하신다.
주차원 아저씨가 말씀하시는 요기란 주차선 안이 아니라 기둥옆이다. 뒤에 차들이 줄줄히 따라와 앞으로 밀려 나오는데 마침 출구 앞에 주차된 차가 나가려한다.
잘 걷지못하시는 심계옥엄니가 병원안으로 들어가시기엔 여기가 낫겠다싶어 그 차가 나가길 기다리는데 바로 출구 옆이라 병원서 나가려는 차들이 내 차 뒤로 줄줄이 서있었다. 나갔다 들어와야겠다 생각하고 있는데 검침원 아저씨가 주차박스안에서 나오시더니 내차 뒤에 서있는 차로 가셔서는 잠시만 기다려 달라 양해를 구하신다.너무도 감사한 마음에 차를 세우고 나와 인사를 드리니 할머니 모시고 병원에 오시는 자손분들께는 이건 당연한 배려라 하신다. 당신은 당연한 배려라 하시지만 내게는 너무도 감사한 마음의 자리다. 입구초입에서 기둥옆에 주차자리를 마련해주시겠다는 아저씨에게 이미 주차했음을 알려드려야하는데 심계옥엄니를 혼자 두고 갈 수가 없어서 어쩌나 하고 있는데 때마침 주차원 아저씨가 저만치서 걸어오셨다. 내가 왜 안오나 해서 혹시나 해서 와 봤다고 하시는 아저씨. 고맙고 죄송한 마음에 달려가 앞자리에 자리가 나서 주차했다 말씀드리니 참 잘 됐네요 하신다. 고마운 주차원 아저씨들.
 
"엄니 참 고마운 분들이시네"하니 가만히 옆에 서 계시던 심계옥엄니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꺼내 주차원 아저씨에게 주신다.청포도 사탕이다.
"아고 어르신 잘 먹겠습니다."
심계옥엄니 아저씨의 그말에 가타부타 대꾸없이 지팡이 찍고 앞으로 휘청휘청 걸어가신다.
쫒아가며 엄니 아저씨가 감사허다고 그르시는데 왜 대답 안하셔요?
"했는데?"
"은제?"
"지금."
"뭐라고?"
"예 하고. 했는데 내가.~
"하하 그르셨구나."
뒤를 돌아보니 주차원아저씨가 구십도로 허리를 굽혀 인사를 하신다.
나도 허리를 깊숙히 숙여 인사를 드렸다.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에 만난 고마운 아저씨들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싸인펜있냐?
엘리베이터 앞에 서 계시던 심계옥 엄니 갑자기 물으신다.
"싸인펜은 왜?"
"아까 그 고마운 양반들 표시해둘라고" "어디다가 표시를 해?"
"어디든"
심계옥엄니와 다닐땐 싸인펜을 꼭 챙겨가지고 다녀야겠다.
울 심계옥엄니 아픈데도 표시하고 고마운사람도 표시하게 싸인펜을 꼭 챙겨서 다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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