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뇌, 어떤 언어들로 채워넣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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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뇌, 어떤 언어들로 채워넣을까
  • 최원영
  • 승인 2017.08.21 07: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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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존바그 교수의 연구




풍경 #54. 존 바그 교수의 연구 1

  1995년 뉴욕대학교의 심리학과 존 바그 교수는 매우 흥미로운 연구를 했습니다.
  뒤죽박죽 섞여 있는 단어카드들을 다시 배열해서 하나의 문장을 만들어보라고 했습니다. 절반의 사람들에게는 노인과 관련된 단어가 적힌 단어장을 주었고, 나머지 절반의 사람들에게는 젊음과 관련된 단어가 적힌 것을 주었습니다.

  문제는 모두 10개였는데, 실험에 참가한 사람들은 이것이 문장완성 능력을 테스트하는 줄 알았지만, 사실 존 바그 교수가 알아보고 싶었던 것은 사람들이 실험 전과 실험 후에 실험실에서 엘리베이터까지 걸어간 시간을 비교해보는 것이었어요.

  결과는 무척 흥미롭습니다. 노인과 관련된 단어카드들을 조합했던 사람들은 7.5m의 거리를 젊음과 관련된 카드를 조합한 사람들보다 무려 1초 이상 더 걸렸던 겁니다.
  우리의 뇌가 속은 것입니다. 늙음과 관련된 단어들을 조합하면서, 뇌는 마치 자신이 늙었다고 판단하고, 걸음걸이까지 노인처럼 걷게 했던 거예요. 물론 젊음과 관련된 카드를 조합한 사람들은 젊은 사람처럼 행동하게 했고요.

  뇌는 이렇게 현실과 언어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아이, 짜증나!”를 입에 달고 살면, 뇌는 그 말이 다시 자신의 뇌로 들어가, 그렇게 짜증난 상태로 우리가 행동하게 만든다는 거예요. 그러나 반대로 “견딜 만 해!”라거나 “이 정도쯤이야!”라고 말하면, 말 그대로의 행동이 따라 나올 겁니다.

  똑같은 상황도 우리가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 들이냐에 따라 행복과 불행이 결정된다고 해요. 그렇기 때문에 우리들 마음속을 어떤 생각으로 채워놓느냐가 무척 중요합니다. 가능하면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생각으로 가득 채우면 참 좋겠습니다.
  


풍경 #55. 존 바그 교수의 연구 2

존 바그 교수의 후속 연구 하나를 더 소개해드릴게요.
앞의 연구처럼 사람들을 두 그룹으로 나누고, 역시 뒤죽박죽 섞인 단어들을 하나의 문장으로 만들어보라고 했습니다. 

  한 그룹에게는 거친 감정이 포함된 단어들, 예를 들면 ‘공격적’, ‘무례한’ ‘침입하다’ 따위의 단어들이 적힌 카드를 주었고, 다른 그룹에게는 부드러운 단어들이 포함된 ‘공손한’, ‘예의바른’ ‘양보하다’ 등의 카드를 주었습니다.
한 5분 정도의 테스트가 끝나면,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다른 연구실에 가서, 그곳에 있는 조교에게 다음 과제를 받으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연구실에 도착하면, 그 방에 있는 조교가 다른 학생과 사소한 대화를 나누면서 마냥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물론 이 모든 과정은 실험의 한 과정이었습니다. 존 바그 교수는 이 실험을 한 학기 동안이나 진행했다고 하는 데요. 학생들 입장에서 보면, 빨리 과제를 받아야 하는데, 조교를 한없이 기다려야 하니까, 얼마나 짜증이 났겠어요.

실험결과는 역시 놀라웠습니다.
거친 단어카드를 조합한 학생들은 평균 5분 정도 기다리다가 조교의 대화에 끼어들고는, 자신에게 다음 과제를 달라고 요구했지만, 부드러운 카드를 조합한 학생들의 대부분(82%)은 제한시간인 10분 동안이나 조교의 대화를 방해하지 않고 기다렸다는 겁니다.

이렇게 몇 개의 단어만으로도 우리의 삶이 실제로 조급하게 되기도 하고 너그럽게 하기도 한다는 사실이 참으로 놀랍습니다. 일상생활에서 이왕이면 좋은 것을 보고, 선한 것을 듣고, 고운 말을 하며 사는 것이 바로 행복이란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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