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굴레 벗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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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굴레 벗기
  • 정세국
  • 승인 2017.08.24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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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국의 경제노트] 정세국 / 인천대학교 산학협력중점교수

박찬주 사령관 부부의 공관병 학대(?) 사건은 이전까지 전혀 문제 될 것이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공관병에 발탁되는 것은 ‘꽃보직’이라고 해서 일선 장병들에게 선망의 대상이기도 했다. 그런 곳에서 이번 사단이 났고 군인권센터로부터 만천하에 공개되자 국방부는 모든 군대내의 공관병 현황을 조사하고 이를 대폭 줄이도록 하는 조처를 취하고 있다. 물론 박 대장에게는 전역을 미루고 철저하게 조사하고 있다고 하나 날이 갈수록 흐릿해지는 느낌이다. 이런 조처로 국방부에서의 모든 공관병과 그들을 지휘하는 이들이 자기역할만을 충실하게 할지는 의문이다. 주한미군의 공관병 근무 사례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우리 사회 적폐의 현주소를 또다시 보게 되었다. 반면 어떤 이들은 박대장 가족인양 공관병의 ‘노예화’에 대해 너무 과하게 반응하고 있다고 한다. 그저 몇몇의 사례가 마치 모든 공관병이 어두운 환경 속에 있다고 하지는 말아야 하며, 공관병들이 소위 노예화 되고 있다는 것은 전혀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고까지 하고 있다. 잘 먹고 잘 지내면서 훈련도 면제되고 일조와 일석 점호에도 참여치 않는 이들이며 박 대장의 가족 입장에서 ‘아들같이 대해 주었다’는데 동조하기까지 한다.





우리 경제에 대한 연세 많이 드신 분들의 태도는 과거의 연장선에서만 이해하려 한다. 80~90년대 개발 고속성장 시대에 직장인이었기에 국가에서 시키는 대로 일만 열심히 하면 찟어지게 가난했던 시절을 넘어서게 했고, 자가용도 타도록 했으며 이제는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되었으므로 나라에서 요구하는 대로 착실하게 살아야지, 촛불이나 들고 맛있는 수입쇠고기를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재벌 대기업에 의한 대외수출 중심의 경제전략은 춘궁기와 가난의 대물림을 지나가게 하였고 이를 위한 제조업 중심 성장 정책은 농촌인구를 줄이면서 도시로 도시로 몰려들게 하였다. 농민에게는 비싸게 사고 도시인들에게는 싸게 팔아 적은 봉급으로도 직장생활을 성실하게 하도록 했던 이중곡가정책은 대표적인 것이다. 이렇게 모인 돈은 연리 10%가 넘는 비싼 이자를 가진 ‘재형저축’ 등을 통해 자본을 축적하도록 하였고 이는 부동산 구입 자금의 기본 자산이 되도록 하였다. 이 자금이 돌고돌아 투기성 자금으로 바뀐 것은 우리나라 경제성장의 한 면을 장식하였다고도 볼 수 있다. 극단적인 양극화의 길로 들어선 것도 다름이 아니다. 더불어 농촌에는 70대 노인이 청년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는 풍경으로 만든 것도 우리가 안아야 할 결과물이다.

고도성장기는 이미 물 건너갔건만 아직도 4%대 이상의 성장만이 살길이라고 보았던 전임대통령은 747정책과 474정책이라는 것을 만들었다가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없던 일로 하였다. 7% 경제성장율과 4만달러 소득, 세계경제 7위를 이룩하겠다는 소위 ‘경제대통령’의 공약은 임기가 마칠 때쯤에는 공약의 반도 이루지 못해 국민을 어렵게 만들고 말았다. 그 뒤를 이어받은 선출직 최고 통치권자는 잠재성장율 4%와 고용률 7%, GDP 4만달러를 내걸었으나 무슨 의미인지도 모르는 것이 아닌가 할 정도로 무지함을 보여주다가 국정농단에 휘몰리게 되었다. 이 두 대통령 당시 국민고통지수가 IMF때보다 훨씬 높아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 성장 신드롬을 잊지 못하여 아스팔트 위에서 태극기를 들고 있는 분들을 종종 만난다. 아무리 우리가 경제활성화 계획을 세워도 우리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돌아가는 세계경기 사이클의 한 가운데에 놓여 있어 독자적 행동에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기 때문이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발표 주체마다 조금씩은 다르지만 2% 중반선에서 이어질 것이라는데 이의가 없다. 이미 우리 경제는 수출 중심에서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국제변동의 라인에서 벗어날 수 없어 어렵사리 상승 분위기를 타고 있지만 반도체 등 일부 제품에 국한된 것으로 아직은 4%의 성장도 기대하기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자동차는 중국의 영향으로 기지개를 펼치지 못하고 있고 효자품목이었던 선박과 PCB나 화학 제품도 아직은 풀리지 않고 있다. 이런 틀 속에 갖혀 있는 인천지역 경기상황도 유능한 선출직이 등장 하더라도 대세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은 나오기가 힘들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양극화된 소득과 소비의 격차를 줄이는 일을 해야 한다. 고도성장 고착증세에 감염되어 사회공동체가 함께 해야 할 일이었던 복지가 강조되는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일도 그런 증상 중의 하나이고 공익적 가치를 위해 헌신하는 사회적경제 단위에 대해 반공 이데올로기 반응을 보이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과거의 틀을 벗어버리는 일은 마치 죽음으로 가는 길이라고 보는 것과 진배없이 이분법적이다. 상투를 자르는 일은 곧 자신의 조상을 해하는 신성불가침의 영역이라고 했던 개화파 반대세력의 절대 가치를 무릅쓰고 해낸 것이 갑신정변이었다. 물론 이를 통해 사대세력이 더욱 보수화되기도 하였지만 과거를 보듬어 안고 사는 것과 그를 벗어던지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나가는 일의 선택이 필요하다. 어느 길이 기회손실이 훨씬 크게 되는지, 가치의 재발견이 되는 길이라는 것은 역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들에게는 필연적인 사실이다. 공관병 학대사건은 우리 사회가 과거 굴레를 하나씩 벗어나도록 하는 계기를 제공해 주기에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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