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 축제, 축제가 일상인 배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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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이 축제, 축제가 일상인 배다리
  • 강영희
  • 승인 2017.10.08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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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통신 10] 여름에서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배다리 마을로 가는 교실 - 손맛나는 프로그램  '뜨개질'팀에서 만든 작품


예년 같으면 한가위 같은 명절 전날은 차례음식을 준비하느라 정신이 없을 때다. 긴 연휴 덕에 조카들과 숙모들, 그리고 식당을 그만두고 쉬시는 어머니께서 준비한다 하시며 ‘니 할 일 있으면 하라.’고 하셔서 출근을 했다.
 


@지난 9월 30일(토) 오후 2시 111회 배다리 시낭송회가 배다리마을 생태공원 정자옆에서 펼쳐졌다._사진 청산별곡

 

배다리 관통도로 반대 집회가 매일 아침 송현터널 입구에서 진행되었기에 도원역에서 철로변길을 따라 걷는 일이 한동안 별로 없었다. 철로변길 입구에 걸렸던 작은 석판그림들은 하나둘씩 떨어져 사라지고 있고, 철로변갤러리 돌액자 안의 작품은 거의 1년 내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같은 작품이 자리잡고 있다. 이 정도 걸어뒀으면 그 작가에게 구입해서 걸어두어야 하는데 ..

 

                                                                         @철로변길 입구에 걸린 석판그림



육교 근처 새 공간에는 ‘캘리생활자’라는 이름표를 달고 캘리그라피 작업공방이 생겼고, 나무로 외장을 마무리한 금속공방이 다시 바닥공사를 했다고도 한다. 창영공원슈퍼가 있던 할머니댁 앞에는 그 예전 처럼 나팔꽃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캘리그래피 공방


사진관에 도착해 문을 열고, 오랜만에 미루고 있던 갤러리카페와 사진관 정리를 하고, 식물들에게 물을 주고, 창문도 활짝 열고, 파라솔도 펴두었다. 음악을 좀 낮은 소리로 틀어두고, 커피 한 잔 내려 마시고 카메라를 둘러맸다.


사촌동생 결혼이 있어 지난 주말 마을공원에 있었던 시낭송회를 못 봤던 아쉬움도 있었고, 미처 명절인사 못 드린 어르신들도 있어서 동네 한 바퀴 돌아보며 명절 인사도 드릴 겸 평소보다 더 여유로와진 마을을 한 바퀴 산책하며 곧 있을 마을사진 수업 준비 겸 곳곳을 둘러봤다.

 


@금곡로 입구 충인상회


배다리 산책길은 윤달이 끼어 한참 늦어진 한가위는 시원한 바람, 따가운 햇살이 가득했다. 평소 보이지 않았던 차들에서 선물상자와 아이들이 달려 나와 할머니 할아버지를 부르며 골목길 안으로 달려가고, 명절 전 처가에 왔던 우신양복점 따님 가족들이 시가로 출발하며 두 어르신께 인사를 하며 차에 오르고 있었다.
 

 


강화쌀집 할머니는 다행히 요양원에 계실 정도로 힘든 상황은 아니어서 퇴원을 하셨고 대신 마을을 돌아다니며 생전 하지 않으시던 운동도 하시고, 이웃들과 말씀도 잘 나누신다. 병원 처방이 식사 꼬박꼬박하고 마실도 자주 나가시고, 이웃들과 대화도 많이 하라는 거였다고 하셨다.

 

도자기공방 <흙길> 친구들은 명절전후 삼일 쉬기로 한 모양이다. 흙길 옆 남양유업 건물은 금곡로 문화반점 앞 도깨비문구 사람들이 매입했는데 이런저런 문제로 건물 보강공사를 했었는데 연휴인데도 실내 공사하는 소리가 들린다. 도깨비 문구 두 따님이 2층에 살고, 1층은 창고로 쓰신다고 한다.
 



@개코막걸리


지난 금요일 <개코막걸리> 어머님께서 야채트럭을 둘러보며 식재료 사시는 걸 뵈었는데 교통사고가 나서 한쪽 팔이 크게 상하셨고, 수술을 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회복하시는데 두어 달은 넘게 걸릴 예정이라고 한다. 개코막걸리는 당분간 문을 열 수 없다.


연세가 적지 않으셔서 회복이 쉽지 않으실 테고, 이후 장사를 계속 하실 수 있을 지 다들 걱정하고 있다. 사실 지난 봄 즈음 가게를 그만하실까 고민하신 적이 있었는데 가만히 있어도 마땅히 할 것이 없으니 그냥 소일꺼리 삼아 계속하시기로 한 상황이다.


필자의 어머니께서도 병원에서 퇴원하시고 일을 계속 하시기로 했다가 심경에 변화가 있으셨는지 갑자기 가게를 그만두신 터라 개코막걸리도 그만두시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수술을 하셨다니 개코 두 어르신이 좋아하셨던 울 엄마의 소머리곰탕을 가져다 드릴 수 없는 게 많이 아쉬웠다.


 
@지난 9월 25일부터 이사를 시작한 인천양조장 안채 모습
 


인천양조장 집이 명절 전에 집을 정리하고 이사를 가셨다. 양조장 건물은 세입자였던 유한상사 사장님이 매입하셨고, 안채를 정리해 이곳으로 이사를 오실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주 월요일부터 며칠간 오래된 물건들을 정리하고 이삿짐을 나눠 옮기시고 이사를 가셨다. 수요일 아침 나무대문 앞에 앉아서 택시를 기다리시던 하얀 파마머리, 커다란 눈, 마른 몸의 할머니께 건강히 안녕히 가시라 인사를 드렸다. 차마 그 모습을 사진으로 찍을 수는 없었다.

 

헌책방 거리며 문구 도매점들은 거의 다 문을 닫았지만 그 한가운데 배다리 머리방은 명절손님이 있었고, 아벨서점에도 발길을 들일 수 없을 만큼 사람들이 많아 괜히 흐뭇했다. 아벨서점은 명절날을 제외한면 계속 문을 연다고 한다.

 


@동성한의원도 문을 닫은지 1년이 넘었다. 그모습 그대로 살려쓰고 싶다는 주인어르신은 건물을 내놓지 않으셨다.
 


배다리 안내소는 새 공간지기를 맞았다. 지난 9월 23일 귀여운 두 아가씨가 9월 내내 색칠하고 정리하더니 ‘인천자매소’(인천자매+배다리안내소)를 꾸렸다. 아직 이곳을 운영하던 ‘나비날다 책방’의 책과 물건들이 채워져 있지만 서서히 본인들의 색깔과 모양으로 채워 가리라 다짐하며 무지개떡과 명함을 돌렸다. 안내소 고양이 ‘반달이’는 새로워진 공간에 동거할 예정이다. 앞으로 두 아가씨의 색깔이 더해져갈 이곳이 궁금해진다.

 

 
@인천자매소 = 인천자매 + 배다리안내소

 

 안내소를 함께 운영하던 ‘나비날다 책방’ 쥔장은 안채를 다시 손보고 있다. 안내소를 비워주며 그곳에 있던 물건들을 옮겨 담아 틈새 책방을 마련했고, 안채를 치우는 동안은 그렇게 손님을 맞을 예정이다. <배다리 요일가게 다多_괜찮아>에는 가을 겨울을 잇는 새 요일 주인들이 예약을 했다고 한다. 어떤 주인들이 어떤 모습으로 꾸려갈지 궁금해진다.





 

배다리 삼거리 지성소아과는 건물을 내놨다. 지하상가 입구 배다리전자 간판이 있는 골목길은 명절 후 2차선 도로 공사를 예정하고 있다. 여인숙 골목 건너편 건물 몇 채가 헐어질 예정이다. 그 건물 중 하나에 살았던 적이 있다는 어느 지인의 기억이 새삼 떠올랐다.


 


 
 








 






지난 8월 말부터 진행된 ‘손맛나는교실’도 마무리되고, 만국시장 별난마켓 마지막 장터가 오는 14일(토)에 ‘별책부록’이라는 이름으로 배다리책방거리에서 진행되고, ‘제1회 인천 독립출판&동네책방’ 축제가 배다리마을공원 한 가운데서 진행될 예정에 있다. 배다리 마을학교 프로그램중 마지막 프로그램인 ‘일상이 축제인 프로그램’도 명절이 끝나면 진행될 예정이다. 물론 배다리 관통도로 반대 집회도 계속 될 것이다.
 

연휴가 끝나기 전에 개코막걸리 어머님 문병도 잊지 말고 다녀와야지. ‘주민이 들려주는 마을사진 이야기전’과 ‘사진과 함께하는 마을신문만들기’도 시작할 참이다. 일상이 축제, 축제가 일상인 배다리는 그렇게 계속된다.





@안내소 고양이 반달이는 계속 그 자리에서 손님을 맞을 예정!!

   
@도자기 공방 귬에서 진행한 도자기 만들기 프로그램은 직접 만든 도자기에 차를 마시고, 꽃을 꽂는 작은 파티로 마무리 됐다.


@아이들의 통학로 보호하자! 주민들의 산책길 지켜내자! 동네기억 지켜내여 물려주자!
 
     
@요일가게에서 진행된 뜨개수업을 기반으로 마음을 더한 이웃들이 보낸 모티브로 아름다운 현수막을 만들었다.

 
@손으로 깍아 만든 도마와 수저 수업은 싸리재 입구 동양서적 건물에 자리잡은 잇다스페이스 주인장인 정희석씨의 지도로 진행되었고 마무리로 간단한 와인파티를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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