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적 없이 베푼 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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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적 없이 베푼 친절
  • 최원영
  • 승인 2017.11.27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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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한잔 우유의 기적


 

풍경 #65. ‘한 잔 우유로 모두 지불되었음’

 

백여 년 전, 가가호호를 방문해 잡화를 팔며 공부하던 고학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방문판매한다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쉽지만은 않을 겁니다.

 

아주 더운 여름날이었습니다. 그날따라 온종일 발품을 팔아보았지만 하나도 팔지 못했습니다. 몸에서는 비 오듯 땀이 흘렀고 배는 무척 고팠지만 주머니에는 달랑 동전 하나밖에 없어서 샌드위치 하나도 사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하자, 집집마다 식사를 준비하는지 굴뚝에서 배어나오는 음식 냄새는 시장한 그의 배를 더더욱 고프게 했습니다.

 

마침 커다란 저택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청년은 대문을 두드렸고, 이윽고 한 소녀가 문을 열고 나왔습니다. 청년은 어린 소녀에게 물건을 팔겠다는 말을 하지 못하고, 더군다나 배가 고프다는 말은 더더욱 할 수가 없어서 “물 한 잔만 마실 수 있냐?”고 했습니다.

 

그런데 소녀는 물 대신에 우유 한 잔을 가져왔습니다. 단숨에 마신 청년은 우유 값으로 얼마를 주어야할지를 물었습니다. 그러나 소녀는 “엄마는 친절을 베풀면서 돈을 받으면 안 된다고 가르쳐주셨어요.”라고 했습니다. 참으로 고마웠습니다. 사실 청년은 학비를 버는 것이 너무도 힘들어서 학업을 포기할까도 생각했었지만, 그때의 우유 한 잔으로 견딜 수 있는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그로부터 십 수 년이 흘렀습니다. 그 소녀는 중병에 걸렸고, 그녀가 사는 인근의 병원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었습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병원 의사는 큰 도시의 전문의를 불러오면 고칠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오게 된 의사는 ‘하워드 켈리’란 사람이었는데, 그는 산부인과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로, 존스홉킨스 의과대학의 창설멤버이기도 했습니다.

 

하워드 켈리는 그녀를 보자마자 그녀가 자신에게 우유 한잔을 건네주었던 바로 그 ‘소녀’였음을 알아차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온 정성을 다해 결국 그녀를 치료했고, 그녀는 완치되었습니다.

 

얼마 후 하워드 켈리 박사는 치료비 청구서를 그녀 집으로 보냈습니다. 그녀는 엄청난 치료비를 걱정하면서 청구서를 뜯어보았더니, 청구서에는 이렇게 쓰여 있는 게 아닌가요?

‘한 잔의 우유로 모두 지불되었음!’

 

참 감동적인 사연이지요? 목적이 없이 베푼 친절이 이렇게도 기적으로 꽃피워난다는 것이 어쩌면 삶의 이치가 아닐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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