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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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열렸다."
  • 은옥주
  • 승인 2017.12.05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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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은옥주 / 공감미술치료센터 소장

긴긴 비행 끝에 다다른 이스라엘.
나는 그곳의 하늘에 압도 되었다.
붉은 흙과 바위더미만 가득한 광야에 서니
풀 한포기 나무 한그루 없는 막막하고 적막한 그곳에 찬란한 하늘이 있었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구름과 하늘의 빛깔에
가슴이 뻥 뚫리는 듯 하고, 하늘과 땅 그리고 나.
그 외엔 아무 것도 없는 대 자연이 두렵기도 경이롭기도 하였다.
나는 얼마나 오랫동안 하늘이 있다는 걸 잊고 살았던 것일까?
길, 건물, 사람들 그리고 자동차들 등등 그 위에 배경으로 흘낏흘낏 보이긴 했지만
그렇게 하늘이 가슴을 치고 들어온 것은 처음이었던 것 같았다.





뻥 뚫린 가슴에 시원한 골바람이 한 줄기 지나가듯이
어쩌면 풀이나 나무 하나 없는 광야여서 더 하늘이 간단히 가까워졌는지도 모르겠다.
늘 눈앞의 것들에 몰두해 있던 내 생각들이 어느새 하얗게 정리되어 그냥 멍하니 서서
한참동안 하염없이 하늘만.. 하늘만 바라보았다.
‘이렇게 가까이 하늘이 있었구나!
온 천지를 하늘이 둘러싸고 있었구나.
눈으로는 하늘을 보는 듯 했으나 마음으로는 느끼지 못하고 살았었구나.
나는 혼자 중얼중얼 하며 넋이 나간듯 멍하니 서있었다.

어린시절 읍내로 가는 신작로(울퉁불퉁한 자갈돌이 많은 비포장도로) 양 옆에는
가을이면 온통 색색의 코스모스가 가득 피어 있었었다.
코스모스 꽃밭에 들어가 머리를 젖히고 위를 바라보니 파아란 가을 하늘은 배경으로
하양, 분홍, 자주빛깔 코스모스 꽃망울이 하늘하늘 바람에 나부끼는 것이 마음이 찡하게 아름다웠었다.

코스모스보다 내 키가 작았으니 아마 5세 정도나 되었을까.
그 때 그 이미지는 오랫동안 내 마음에 선명하게 남아있어서 가을이면 코스모스 핀 길을 찾아다녔고
지금도 가장 좋아하는 꽃은 파란 가을하늘 아래 하늘하늘 핀 코스모스가 되었다.

아들러라는 심리학자는 첫 기억의 중요성을 주장하며 한 사람의 어린 시절의 기억이 성격 형성에 주는
영향에 대해서 강조한 바 있는데 정말 나는 그때 본 코스모스와 가을하늘을 평생의 치유의 이미지로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것 같다.
살아오는 동안 가끔 현실이 힘들면 “휴~” 하고 큰 숨 한번 내쉬고 하늘을 우러러 보곤 했는데 그때마다
건물에 가린 하늘 혹은 나무나 산, 자연에 배경이 하늘만 보았던 것 같다.

융 심리학의 공간 도식으로는 용지 윗부분 즉, 하늘부분은 이상이나 꿈이라고도 하고
초자아의 영역이라고 하며, 용지 중간 부분이하는 현실영역이라고도 무의식 영역이라고도 하는데
나는 어린시절 이후 현실에 급급하여 그것에 매여 이상이나 꿈을 잃어버리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시 내 마음의 하늘을 찾아야겠다.
그리고 좀 더 먼 하늘을 바라보며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했었다.
돌아오기 이틀 전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미처 우산도 비옷도 준비되지 않았기에 방수점퍼 하나로 비를 맞으며 이곳저곳을 다니다 갑자기 바라본 하늘에는 찬란하게 떠오르는 쌍무지개가 걸려 있었다.

“와아!~”
세상에 그렇게 땅에서 땅까지 이어지는 크고도 찬란하게 아름다운 엄청난 쌍무지개는 처음 보았다. 가슴 속에 쌓여있던 모든 응어리가 다 풀어지듯 나는 그냥 “와아~ 와아~ 와아~!” 소리만 질러댔다.
무지개는 ‘약속’의 의미가 있다.
그럼 쌍 무지개는 ‘굳건한 약속’이 아닐까!
나는 마음속으로 기도하던 것에 아주 확실한 대답을 들은 것 같아 참 마음이 행복하고 편안해졌다.





수많은 질문을 안고 떠난
순례의 길.
절면서 절면서
걷고 또 걸었습니다.

주님은 나에게
단 하나의 질문
“네가 나를 사랑하느냐”

네 주님.
그 질문에
답하기 위해
살아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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