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적 지방자치의 전제 조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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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적 지방자치의 전제 조건
  • 류권홍
  • 승인 2017.12.20 0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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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류권홍 / 원광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우리 헌정사를 볼 때, 1949년 최초의 지방자치법이 제정되었지만 6?25로 인해 시행되지 못하다가 1952년 처음으로 지방의회가 구성되었다. 하지만 1961년 군사정권에 의해 지방의회는 해산되고 지방자치에관한임시조치법에 따라 지방자치법의 효력이 정지되었다.
 

그러다가 현행 1987년 헌법에서 지방자치제도가 다시 도입되었는데, 1991년 지방의회가 먼저 구성되고 자치단체장에 대한 선거는 무기한 연기되었으나 1994년 공직선거법에서 1995년 6월 27일까지 지방자치단체 장에 대한 선거를 실시하도록 규정함으로써 실질적인 지방자치의 시대에 들어서게 되었다.
 

한편 지난 19대 대통령 선거 기간 중,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연방정부 수준의 지방자치를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서구 유럽의 농경사회는 왕권과 지방 영주의 계약에 의한 적절한 권한 분배를 배경으로 했고, 미국이나 호주는 영토의 광대성과 식민지 통치의 합리화를 위해 지방정부 중심의 역사를 유지해오고 있으나, 우리는 의식이나 제도 측면에서 아직도 중앙집권성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뿌리 깊은 유교의식은 물론, 일제강점기와 6·25를 거치면서 위기 극복을 위해 요구되었던 중앙집권적 통제, 여기에 획일화된 국가구조를 요구하는 군사정권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중앙정부를 중심으로 하는 획일적 통제가 경제적 발전이라는 국가적 과제를 실현하기에 더 적합했던 것이다.

이제 우리 사회는 중앙의 일방적 또는 획일적 통제와 관리로 운영되는 시기를 벗어났다. 외교·국방·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거래와 갈등 해소, 관세 등 연방제를 취하는 국가에서 연방 정부의 권한에 속하는 수준의 역할을 중앙정부가 수행하고 나머지는 과감히 지방정부에 이전해야 할 시점이 온 것이다.

 

 지역에 맞는 발전, 민주주의의 성숙을 위해서는 이에 걸 맞는 제도가 필요하다. 또한, 연방정부 수준의 지방분권에 대한 제도가 성숙하기 전까지는 통일 이후에 국가 통합을 연착륙시키기도 어렵다.


그런데 연방수준의 지방분권을 도입하기 전에 선행되어야 하는 조건들이 많다. 그 첫째가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의 선출에 대한 선거제도 및 정당제도이고, 둘째가 단체장과 지방의원들의 의식 전환, 마지막이 자치단체와 지방의회의 옳지 못한 권한행사에 대한 국민 또는 사법적 통제의 강화이다.


단체장이나 공천에서 여전히 중앙당의 입김이 세다. 지역에서 일해 온 사람보다는 어느 날 갑자기 낙하산을 타고 등장하는 후보들이 여전히 많다. 지방의원은 공천권을 행사하는 사람들 특히 국회의원들이 본인과의 친소관계에 따라 공천이 주어지는 확률이 높다. 비정상적인 공천이고, 아직 우리 정당들의 민주화 수준이 낮고 지역 중심의 정당시스템 또한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올바른 지역의 지도자를 선출할 수 없다면, 지방자치는 실패할 수 밖에 없으며 그 대안으로 대의민주적 지방자치보다는 직접민주적 지방자치에 대해 고민할 필요도 있다.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공천절차가 민주적이지 못하다보니 선출된 지방의 대표들이 주민의 눈치보다는 공천권자의 눈치를 더 보지 않을 수 없고, 주민의 이익보다는 자신이 속한 정당의 이익을 위해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또한 권력분립에 대한 인식도 없어서, 지방의회 의원이 자치단체의 위원회에 위원으로 참여하고 의회 사무국 직원이 시나 군·구에서 파견된 공무원들로 구성되어 있다. 자치단체와 지방의회를 따로 두는 것은 서로 견제하고 감시하라는 국민적 의지에 기초하고 있다. 이런 문제는 헌법 개정이 아니더라도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쟁점들이다.


마지막이 지방자치단체장 또는 지방의회의 월권 또는 불법적 권한 행사에 대한 통제이다. 주민투표, 소환 등의 제도는 이미 도입되어 있다. 그래서 새로운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단체장의 권한행사 또는 의회가 제정한 조례의 위헌·위법성에 대한 통제를 사법부에 맡기자는 것이다. 일종의 추상적 규범통제인데, 일정한 수의 주민 또는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권한행사 또는 의회의 조례제정과 동시에 법적 판단을 해당 지역의 법원에 요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소환과 주민투표의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 주민의 단체장과 의원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자는 것이다.


이런 전제조건들이 충족되면서 동시에 조례입법의 권한 범위 확대, 사무에 따른 중앙과 지방의 재정 분배가 이루어져야 하며, 지방의회의 보좌관제도 도입 등도 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헌법 개정이 아니더라도 지방자치는 지방자치법의 개정을 통해 충분히 현실화할 수 있다. 국민적 합의와 실천만이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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