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청년들은 다시 돌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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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청년들은 다시 돌아올까?
  • 이혜정
  • 승인 2018.01.0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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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이혜정 / 청소년창의문화공동체 '미루' 대표
 

벨기에에 살고 있는 친구의 절절한 애원으로 연말에 유럽에 다녀왔다.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동네 아줌마들도 가세하여 동유럽 여러 나라를 여행하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진짜 외국 같아’라는 동네 친구의 탄성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유럽 각 곳에서 우리나라의 젊은이들을 많이 만났다. 이번 여행은 완벽한 자유여행, 말이 자유여행이지 말도 잘 안되고 컴퓨터에도 능숙하지 못한 우리에게 이번 여행은 무한반복의 여정이었다. 갔던 길을 계속 돌기도 하고 교통권 매표기에서 표를 사기 위해 무한 반복동작을 해야 했다. 그런데 무한반복과 시간 사이의 줄다리기에서 적절한 시간에 나타나는 수호천사들이 있었다. 바로 우리나라의 청년들이었다.

 

독일 뮌헨에 도착했을 때였다. 차표를 무사히 끊고 S반 지하철에 승차했다.(사실 표를 사는 법을 가르쳐 준 것도 두 명의 한국 학생들이었다.) 하지만 아뿔사, 승차 확인기가 보이지 않았다. 또 다시 질문릴레이가 시작되었다. ‘대체 얘는 왜 없는 거지, 그러게 타기 전에 있었던 거 아냐’ 이렇게 답도 없는 질문을 서로 퍼붓고 있는 우리에게 친근한 목소리가 들렸다. ‘한 정거장 정도는 괜찮을 거예요.’ 뮌헨에서 미술사를 공부하고 있다고 했다. 그 어려운 공부를 어떻게 독일어로 하냐는 물음에 어렵긴 하지만 독일에서 공부하는 것이 필요하기도 하고 학비가 무료라 선택했다고 했다. 남의 나라 독일에서 우리 학생들이 무료로 공부를 하고 있었다.

 

한 친구는 아예 퓌센 여행의 동행으로 만났다. 독일 바이에른 표는 사람이 많을수록 할인이 된다. 그래서 동행을 구하는데, 50대 아줌마를 선택한 기특한 청년이었다. 27살의 그 친구는 영국 아일랜드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한국에서 회사를 다니다가 워킹홀리데이를 신청하고 당첨이 되자 무조건 하던 일을 정리하고 아일랜드에 일을 구해 떠나왔다고 했다. 자신이 다니는 회사는 IT의 회사인데 10시에 출근해서 6시에 일을 마친다고 했다.(와후, 10 시 출근이라니!) 차별이나 편견은 없느냐는 질문에 다국적인 회사라 그런 점을 전혀 느낄 수 없다고 했다. 돈을 벌고 다시 여행을 가고 다시 돈을 벌고 여행을 가는 사이클을 가지고 생활하고 있다고 했다. 그래서 계획이 뭐냐고 질문하는 한국아줌마들의 집요하고 꼰대스러운 질문에 인상도 쓰지 않고 이렇게 많은 경험을 하는 것이 자신의 목표이고 계획이라고 했다.

 

우리는 정말 많은 한국인 청년들을 만났다. 어학연수 중인 친구, 디자인을 공부하는 친구. 부모를 따라 공부하러 온 친구. 그냥 여행 중인 친구. 같이 동행한 동네 아줌마는 한국을 빛낼 인재들이 이렇게 많은 줄 몰랐다며 자랑스러워했다. 하지만 나는 마음 한켠이 철렁했다. 과연 이렇게 세계 각 곳을 누비는 우리의 청년들이 연어처럼 한국으로 돌아올 것인가? 워킹홀리데이로 외국에 나갔던 자녀들이 영구 정착을 목표로 다시 외국으로 나가는 일이 거의 다반사이다. 워킹홀리데이로 나갔다가 시민권을 취득한 자녀들도 있다. 이유는 우리가 만난 유럽의 청년들에게서 확인되었다. 학비가 무상이고 청년들에 대한 지원이 있고, 일하는 분위기가 자유롭고 무한 경쟁의 겁박이 없는 곳. 그런 곳이 우리 청년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20∼ 30 대 청년들의 신조어 ‘헬조선’. ‘한국이 싫어서’라는 소설의 저자 장강명은 한국에서 가장 약자는 청년이라고 지적한다. 청년들은 삼포세대, N포세대로 불리며 절망의 세대가 되어버렸다.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2015년 11.1%에 달했다. 20∼30대 가구의 소득증가율은 지속적인 하락 끝에 2015년 -0.6%로 감소세가 되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40대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8% 증가했다. 나이도 권력인 한국사회에서 청년은 경제적으로도 가장 가난한 세대이다.

 

청년들이 포기하는 나라에 희망이 있을까? 옆 나라 일본의 경우 불황이 찾아온 1990년 당시 정부 부채비율은 66%로 나쁜 편이 아니었다. 당시 일본은 성장이 멈추자 사회간접자본 투자에 1조 엔을 퍼부었다. 그 뒤 일본의 정부의 부채는 227%로 세계 최악의 상태가 되었고 경기는 수렁으로 빠져들었다. 일본의 지방정부 연구원들이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건설 경기 부양이 아니라 청년과 교육에 투자했다면 30%나 높은 투자효과를 봤을 것이라고 한다. 청년에 투자하지 않은 대표적인 나라 이탈리아도 청년유출이 심각하다. 매년 4만 명이 넘는 청년들이 이탈리아를 떠나고 이는 다시 노년층의 고통으로 이어지고 있다, 청년 빈곤과 해외유출은 세수의 감소로 이어져 결국 노령 연금은 현재 절반으로 줄어든 상태라고 한다. 한 사회를 떠받히는 경제적 기둥이 바로 청년들이며 청년들이 사라지면 기성세대의 노후도 없다.

 

독일의 경우 1970년대부터 청년에 대한 지원정책을 펼쳤다. 당시 독일은 국민소득이 3000달러가 안 됐지만 투자해야 할 곳이 어딘지를 현명하게 선택했다. 공교육은 대학까지 무상이고 대학생들은 주거비와 생활자금도 지원받는다. 졸업 후 취직에 실패하면 우리나라와 달리 처음부터 실업 수당을 받을 수 있다. 독일의 대표적인 자동차 회사 폭스바겐 사는 자동차 산업 위기가 왔을 때 노사대타협을 통해 청년취업예정자 5000명을 신규로 채용하고 최소 5000마르크의 소득을 보장했다, 이로 인해 새 공장이 세워지고 1만여 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났다고 한다. 청년이 새로운 소비주체가 되면서 내수시장도 지킬 수 있었다.
 

헬조선의 해법은 바로 탈조선. 청년들은 한국을 떠나기 위해 ‘이민계’를 만들기도 한단다. 우리의 청년을 돌아오게 할 수 있는 정책선택이 필요하다. 일본과 이탈리아의 길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독일의 길을 모색할 것인가? 청년들의 고통은 특정세대의 문제가 아니라 전 세대의 공통 과제이다. 내 자녀만 취직하면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라 인구절벽 앞에 놓인 대한민국의 지속가능성은 청년이 있을 때 가능하다. 청년이 없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사회적 합의를 통해 청년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결정할 때이다. 정부와 함께 기업, 시민이 청년문제 해결을 위해 정책합의를 이끌어내는 청년희망 원년, 2018년이 되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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