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없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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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없는 풍경
  • 윤치권
  • 승인 2018.01.17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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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3화 윤치권 / 인천해밀학교 교사


세차게 온풍기가 돌아가고 있다. 밖은 매서운 겨울 기운에 모든 것들이 웅크리고 있는데, 봄 같은 교실에는 온풍기 소리만 가득하다. 12월 절반이 넘어서고 있는데, 2교시 11시 10분인데 학생이 없다. 추운 겨울은 학생의 등교시간을 늦추고 있는 것이다.

수업에 들어가는 중1반의 출석부를 열어 출결 상황을 살펴보았다. 월요일 정상 등교학생 1명, 화요일 정상등교 학생 1명, 수요일 정상등교 학생 2명, 목요일 정상등교 학생 1명 현재 정원 5명이다. 내가 담임하고 있는 반은 정원 11명 정상등교 학생 2명이다. 정원이 많으나 적으나 별 차이가 없다. 중도 탈락 위기 학생을 위해 존재하는 학교에 학생이 오지 않고 있다.
유급일수(62일)를 헤아리며 등교일자를 찍는 학생들...

6교시에 등교하는 학생도 있다. 6교시까지 수업인데 6교시에 등교. 그래도 착한 학생이라고 칭찬해야 할까? 아예 오지도 않는 학생에 비하면 좋지 아니한가?
위탁대안학교는 일반학교와 다른 교육과정을 통해 중도탈락 위기 학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설립된 학교인데, 교육의 대상학생들이 소수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학생이 수업에 성실하게 임하지 않는다.

어떻게 지도해야 하는가? 부모의 마음은 어떻게 하든지 학교를 졸업시켜야 한다는 마음이고, 교사는 적절한 교육을 받도록 지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수업을 받고 싶은 마음이 없다. 달콤한 꿀을 먹기는 좋아하지만 꿀을 얻기 위한 인고의 시간은 건너뛰고 싶어 한다. 왜 라는 질문을 통해 성장하기 보다는 그 질문조차 싫어하고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기만 기다린다. 활동중심의 대안교과에 집중해야 함에도 그 조차 일관성이 없다. 자신이 선택한 과목이 무엇인지 몰라 질문하러 온다. 질문하러 오는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 아무 반에 들어가 활동하다가 지도 선생님에게 ‘너는 이반이 아니다’라고 지적받으면 그럼 내가 속한 반이 어디냐고 되묻는다. 준비가 없는 학생들 어디서부터 무엇이 잘못된 것이고 올바른 방향은 무엇인지 해답이 없다. 위탁하여 교육하는 입장에서는 변화를 강조하게 되고 변화되는 모습에게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인데, 지금과 같은 상황은 그냥 맨붕이다.

교육이 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이끄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면, 이끌림을 받지 않으려는 학생은 지도의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지 않은가?
학교 밖 아이들이 늘어간다는 통계는 교육에 대한 전반적인 검토를 해야 하겠지만, 현 체제를 유지하는 문제 해결방법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날아가고 싶은 새는 새장을 바꾸어주는 것이 아니라, 새장 밖으로 날려 보내야 되는 것이지 않은가? 우리는 왜 아이들이 새장 밖으로 나가는 것을 두려워하는가? 새장 밖은 부정의하고 위험한 세상이기 때문인가? 아이들을 언제까지 새장 안에 둘 수 있는가, 결국은 그들은 새장 밖 세상으로 나가야 하지 않은가? 그렇다면 새장을 바꾸기 위한 노력보다는 새장 밖 세상을 정의롭게 만드는 과정이 우선되어야 하지 않는가?

굳이 특정한 나이에 세상에 나가야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모든 사람이 같은 내용을 기억하고 같은 방법으로 살아가지 않는다면 교육체제도 더 다양한 모습이 되어야 한다.
새장 바꾸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새장 밖 세상의 정의로움을 통해 교육의 문제를 풀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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