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too #With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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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too #WithYou.
  • 강영희
  • 승인 2018.03.08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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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 관통도로 전면폐기 천막행동 177일차에


봄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오늘은 '관통도로 전면폐기를 위한 천막행동' 177일차. 그리고 110주년 세계 여성의 날이기도 하다. 배다리의 근황을 전하며 이야기를 풀어보려 했는데 밤새 집중이 되지 않아 쓰다 지우다를 반복했다.

개코막걸리가 5월까지는 문을 열기 힘들것 같다는 이야기, 근대문화로-경관개선사업이 스토리텔링 사업과 함께 진행될꺼라는 이야기, 이런저런 지원사업과 공모사업을 준비하는 계절이라 맘만 바쁜 사이에 봄이 오더라는 이야기, 봄맞이 대청소중인 이야기, 마을일을 하려는데 일을 할 사람이 너무 적어서 힘들다는 이야기, 마을이나 도시의 순환에 대한 고민, 40여명이 입학한 창영초 소식을 듣고 올해는 많이 들어왔다고 말씀하시는 어른들과 나눈 이야기, 지방선거와 도로문제의 연계등 많은 글머리들을 잡았지만 글이 쓰여지지 않는다. .



미투운동



 

엊그제 진행된 90회 아카데미 영화제 시상식에서 여배우들이 검은 드레스를 입고 #Time'sUp(=한 시대가 지났다)이라는 핀을 달고 나왔다.

 

지난 해 10월 미국 영화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의 성범죄 폭로를 계기로 미투(Me Too)운동이 시작됐다. 그로 올해들어 힘 있는 남성들에 대한 여성 개인의 성범죄 폭로를 넘어 여성 노동자들이 겪는 일상적이고 제도적인 성범죄 문화 전반을 개선해야 한다는 사회 운동으로 성장한 것이 ‘타임스업(Time’s upㆍ한 시대가 끝났다)‘ 운동이다.

 

여성 자신도 성공, 이익을 얻은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과 함께 이어지는 2차 가해. 슬프지만 늘상 그런 일을 당하는 현실에 있는 여성노동자 단체가 ‘침묵 속 고통’과 생계유지에 대한 부담으로 불만을 제기하는 것조차 상상할 수 없는 현실을 전하며 할리우드 여성들의 폭로를 비하하지 않고 “당신들이 느끼는 상처와 혼란, 고립, 배신감을 이해한다!"며 “당신들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아 달라. 우리는 당신들을 믿고 함께 설 것”이라고 연대를 선언했다. #WithYou.

 

한국에서는 이보다 빠른 2016년 문화계 성추문 폭로를 시작으로 “**내의 성폭력” 고발이 있어왔지만 미국의 미투운동을 계기로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을 통한 문단내 성범죄가 대두되었고, 이어 1월 말 서지현 검사가 jtbc 뉴스에 나와 상관 검사의 성추행과 관련한 상황을 고발하면서 이윤택, 조민기, 조재현, 안희정, 김기덕 등에 이어 끝도 없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차라리 불륜으로 욕을 먹는 김민희 홍상수가 우아하게 느껴질 지경이다.

 

그야말로 “말도 못하는 일”들을 고스란히 안고 살아온 이들이 매일매일 삶을 걸고 자신의 피해사실을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적잖은 지인들이 자신이 격은 성범죄 피해를 심지어 농담처럼 풀어놓기도 한다. 뒤늦게 ‘나 성희롱 당한 거였어!’ 라며 미투운동 상황에서 깨달은 자신의 불쾌감을 표현하기도 했다. 필자 역시 그런 상황이 적잖았다. 어떻게 할지 몰라 지나버린, 비슷한 상황이 되면 소름끼치게 생생해지는 그 불쾌감이 이어지고 있다.

 

피해 사실을 치부로 여기고, 이것이 드러나는 것을 수치스럽게 생각하고, 이를 밝혔을 때 주변인들이 다른 태도로 자신을 대할 것에 대한 걱정과 우려로 전혀 밝히고 싶지 않다는 그러나 그 고통은 계속 이어지고 있는 이들도 있다. 아니 그런 여성들이 훨씬 더 많다.

 

배다리의 여러 이야기들을 담아야 하는데 그 상황들이 손에 잡히지 않은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미투운동에 대해 “젠더 폭력은 강자가 약자를 성적으로 억압하거나 약자를 상대로 쉽게 폭력을 휘두르는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며 “그래서 부끄럽고 아프더라도 이번 기회에 실상을 드러내고 근본적 대책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강자인 남성이 약자인 여성을 힘이나 지위로 짓밟는 행위’라는 젠더 폭력뿐 아니라 갑질로 대변되는 폭력들, 잘못된 일인 줄 알지만 먹고 살아야 해서, 회사에서 잘릴까봐 쥐꼬리만 한 월급에도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노동자나 회사원들, 수많은 ‘을’들의 목소리가 같이 들려온다.

 

“곪을 대로 곪아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문제” 중 전 세대에 걸쳐,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는 성범죄가 다음 세대에 이어져서는 안된다는 이들의 용기로 터졌다. 드러난 상처만이 치료가 가능하다. 힘들어도 그 뿌리를 치료하지 않으면 파국이다. 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화와 의식의 변화, 범사회적인 자정운동은 성범죄에만 국한 되지 않는 이유다.

 

유정복 시장이 시정을 시작하자마자 배다리 지역의 저층주거지 관리사업을 중단했다. 지자체장만 바뀌어도 지역사회의 많은 부분들이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흐르면서 시민들의 삶을 지지하고 보완해야하는 정치와 행정이 오히려 시민의 삶을 흔드는 태도가 반복되었던 것. 이 과정에서 정치와 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다. #Time'sUp

 

‘한 시대의 끝’은 ‘다른 한 시대의 시작’이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적폐’라는 이름의 문제들은 드러나야 했고, 그것을 바꾸는 것은 법이 아니라 ‘문화와 의식의 변화’다. 잘못된 인식들을 드러내는 방법이 고통스럽긴 해도 ‘지속 가능한 세계’를 원한다면, 그래야할 이유가 있다면 ‘변해야’ 한다.

 

오늘의 배다리통신은 #MeToo#With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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