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다리, 그렇게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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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다리, 그렇게 봄이다
  • 강영희
  • 승인 2018.04.05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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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오래된 미래를 꿈꾸며...


4월 5일은 식목일이다. 24절기 중 청명(淸明)을 전후로 나무심기 좋은 날이기도 하고, 산지자원화를 위해 1949년부터 공휴일로 지정, 전국적으로 다양한 식재행사를 갖기도 한다. 2006년, 다시 공휴일에서 빠지면서 시들해지긴 했지만 이즈음 꽃 화분이나 다육이 화분이라도 하나 사서 분갈이를 하려는 사람들이 적잖다. ‘산지자원화’까지는 아니어도 ‘생태와 환경’의 중요성이 드러나는 요즘, 그런 의미를 담은 공휴일이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 개인 후 볕이 드는 배다리 텃밭과 공원

@배다리 철로변길 꽃망울이 맺힌 벚꽃나무

 

2018년에 들어서서 오늘까지 한 해 10대 뉴스에서 들을 만 한 일들이 수없이 일어난다. 북한 미사일 위협이 평창올림픽을 즈음하여 급격이 선회, 평화무드가 만들어지고, 정상회담까지 이어져 어제(4월4일)는 남한 문화예술인들이 북한에서 문화공연을 펼치고 돌아오기도 했다.

 

사회적으로는 전 대통령 두 명이 구속되었고, 황해문화 겨울호에 실린 최영미 시인의 ‘괴물’과 서지현 검사의 성추행 폭로로 약자들에 대한 권력의 성범죄를 고발하며 사회변혁을 꽤하는 미투운동이 전개되었고, 남자들은 상상하지도 못할 많은 분야에서 여성들의 피해사례가 지속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경제적으로 글로벌GM이 한국GM을 정리하겠다며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빌미로 세금을 내놓으라고 겁박하고 있고, 정치적으로는 6.1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러 당과 정치인들의 뒤섞이고 있다. 그 뒤섞임이 ‘국민을 위한’ 고민과 노력이어야 할 터인데 영 미덥지 못하다.

 

또 미세먼지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에 이어, 중국의 재활용쓰레기 수입 거부로 인한 폐비닐, 플라스틱 수거 관련 문제가 불거지면서 부분적이고 국지적인 문제인식에서 지구적인 환경고민에까지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의미에서 식목일을 생태-환경이 날로 확대하는 것은 어떨지 생각해본다. 나무와 꽃을 심으며 고민해볼 일이 아닐까?

 


@삼성서림 문 여는 시간 안내판 앞에 매발톱꽃

 

이 와중에 인천은 유정복 현직 시장을 필두로 엄청난 공약을 쏟아내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시민들 사이를 누비고 있다. 부평역에 내리면 사방팔방 거대한 현수막에 누군지도 모를 이름자가 곳곳에 붙어있지만 어째 ‘시큰둥’하다는 생각이 드는 건 나만의 느낌일까?

 

경제대통령을 자임하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그 직위를 이용, 온갖 비리로 개인의 수익사업을 벌여 수 조 원을 숨겼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 아닌가? 그런 정황을 보면 지방정치와 정치인도 그 수준을 의심할 수 밖에 없는 게 사실이다.

 

배다리가 속한 인천 동구도 이흥수 구청장이 채용비리와 뇌물수수 혐의로 입건되는 한편 부인이 자신이 구청장인양 착각하고 구의원에게 막말을 해 물의를 일으키기도 한 수준이다.

'관통도로 전면폐기 주민행동' 200일차 행사에는 홍미영 인천시장 예비후보와 각 정당의 후보들이 들렀고, 205일차에는 박남춘 인천시장 예비후보가 들렀다. 동구청장 예비후보들도 들렀다.

 

  
  
관통도로 전면폐기 주민행동 천막 200일/205일차 모습  @사진_배다리위원회 제공 

 

지난 십 수 년 동안 배다리가 있는 금창동은 관통도로를 막고, 재개발을 반대하여 재개발구역 해제로 이어져 다른 지역이 다양한 방식의 변화를 격고 있는 와중에도 도시 속의 섬처럼, 시골마을처럼 큰 변화가 없다.

 

창영초교 2018년 입학생이 40명이라는 말에 어떤 주민은 시골학교 같다고도 하고, “많이 들어왔네~” 하기도 한다. 책방 어르신들은 나이를 먹었고 수십 개가 있었다는 헌책방은 대여섯 개가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 배다리 헌책방들


화요일 밤부터 수요일 새벽까지 꽤 많은 비가 미세먼지를 씻어낸 오늘은 눈부셨다. 도원역에서 내려 사진관까지 오가는 철로변 길에는 여고생들의 수다에 어린이집 아이들의 마실도 즐겁거니와 꽃망울들이 툭! 터지기 시작했다. 주말이 되면 만개하지 않을까? 그러고 나면 꽃비가 내린다. 이 길에 붉은 수를 놓던 할머니들이 거의 보이지 않게 된 걸 생각하면 좀 아쉽고 쓸쓸하긴 하다.

 

이 길에 들어서는 순간 차도 사람도 거의 없다. 작은 텃밭에 새싹들, 들꽃과 꽃나무, 참새와 산비둘기, 까마귀, 까치까지 다양한 새소리와 어슬렁 느리게 길을 걷는 고양이까지 겨우 400여 미터 짧은 길을 30분 한 시간에 걸쳐 걷기도 한다.

 

오늘은 헌책방 거리 입구의 배다리 안내소를 겸하고 있는 '나비날다' 책방과 책방을 내놓은 대창서림, 삼성서림이 문을 열었다. 한미서점 주인장이 손을 다쳐서 문을 닫았고 아벨서점은 목요일까지 개인 사정으로 문을 닫았다. 그리고 가장 오래된 서점인 ‘집현전’이 아쉽게도 팔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이왕이면 그 명맥을 이어 헌책방을 운영하면 좋을 텐데 걱정스럽다.


 

  
@2018년 4월 5일 배다리 헌책방들
 

 @배다리 안내소 역할을 하는 나비날다 책방과  인천 자매소가 함께 있는 조흥상회 

 @보은사는 제2외곽순환고속도로공사 터널공사중 기울어져 위험해져서 곧 헐릴 예정이다.

 

초록한의원은 <활인심방>을 벌써 2강이나 진행했다고 한다. '개코막걸리'는 언제 열 수 있을지, 다시 열 수는 있을 지 걱정스럽기도 하고, 지난 가을부터 공사를 해오던 인천양조장 한옥건물은 언제쯤 단장을 마치고 문을 열지, 동성한의원은 어떻게 될지... 비가 그친 후 꽃 배달을 핑계로 밀린 일을 뒤로하고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았다.

 

챙 넓은 모자 쓰고, 깨끗해진 봄바람과 거닐며 파란 하늘과 새싹들을 보면서 즐겁기만 했는데 이렇게 글에 담아보니 자꾸 좁아지는 배다리와 아이들 없이 나이 드는 어른들, 배다리 바깥으로 높아져만 가는 건물들에 발걸음이 막힌다.





@헌책방길에서 우각로를 따라가면 박의상실과 지성문구사, 개코막걸리, 배다리텃밭정원, 강화쌀집과 흙길 도자공방, 우신양복점과 마을사진관 다행, 갤러리 카페 한.점 등이 있다.
 

마을사진관을 열고, 갤러리카페를 하면서 마을의 평상이거나 사랑방 같은 공간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작은 공간 하나를 채우는 일도 이렇게 어렵다. 거대 도시 한 가운데 오래되고 작은 마을에서는 십여 년 전도, 지금도 참 어렵다.


다만 누군가의 발길과 손길과 마음길이 닿아질 수 있도록 텃밭도 가꾸고, 꽃도 가꾸고, 음악도 틀고, 문화예술 강좌도 하고, 마을학교도 열고, 도시캠핑-텃밭캉스도 열었고, 시낭송회도 하고, 사진전도 했고, 마을신문도 만들고, 벼룩시장도 하고, 만국시장도 열고, 마을회의도 하고, 사랑방도 만들고, 텃밭정원에서 음식나눔도 하고 ... 바쁜 한 해를 준비하고 있다. 그런, 봄이다.




@철로변길에 핀 꽃들 



@어린이 그림이 전시된 마을사진관 옆 갤러리카페 <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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