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학러를 위한 지방선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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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학러를 위한 지방선거는 없다
  • 이김건우
  • 승인 2018.04.09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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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이김건우 / 서울시립대 1학년

새 학기를 준비하며 덮어두었던 고민을 다시 하게 되었다. ‘자취를 해야 하나?’ 자취를 하자니 못 해도 30만원은 훌쩍 넘는 월세가 부담되었다. 또 인천에서 하고 있는 활동을 관둘 수도 없어서 결국 자취는 하지 않기로 하였다.
 
대학생이 되고 나서 내 고민거리의 중심에는 항상 통학이 자리 잡고 있었다. 오전 10시 수업에 가기 위해 쏟아져 오는 아침잠을 참고 오전 6시쯤에 일어나야 하는 것은 당연히 감수해야 할 일이었다. 시험기간에 학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려 해도, 시험이 끝나고 술을 마시려 해도 막차시간이 항상 걸린다. 알바를 구할 때, 다른 대외활동을 할 때, 친구를 만날 때도 삶이 두 곳으로 조각난 나는 항상 애매했다. 학교와 집의 먼 거리는 처음에는 별 거 아닌 것처럼 여겼지만 아니었다. 학교를 다니면 다닐수록 굉장히 중요한, 얼른 해결하고 싶은 문제가 되어갔다.
 
어쩌면 이 불편함은 개인적인 문제일 수도 있다. 물론 내가 인천에서 하겠다고 욕심 부렸던 활동을 포기하고 조금 비싸지만 학교 근처에서 자취방을 구하려 한다면 더 이상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나와 같은 통학러들이 이러한 불편함을 감수하고도 집과 먼 대학에 진학했고, 학교 근처에서 살지 않고 먼 집에서 왔다, 갔다하는 것은 구조적이며 정치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서울에 지나치게 많은 것들이 집중되어 있는 구조이다. 또한 수용률이 턱없이 부족한 기숙사 시설과 비싼 전월세 역시 학생들을 통학하게 만든다. 이 구조로 인해 사람들이 무언가를 포기해야 한다면 이것은 구조적인 문제이며 정치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다.
 
하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이는 후보들은 지역에 무엇을 유치하고 무엇을 신설하겠다는 개발공약을 내세울 뿐 통학러를 대표할 수 있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통학러는 삶의 많은 부분을 학교 근처에서 보냄에도 불구하고 서류상 집이 있는 지자체의 주민이다. 즉,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학교가 있는 곳의 지자체장, 의원은 뽑지 못 한다. 그러나 통학러는 지역 주민만큼이나 훌륭히 그 지역사회의 일원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학교 근처에서 돈을 쓰고 여기서 알바를 하는 등 말이다. 하지만 정작 이들이 정말 해결을 필요로 하는 주거문제에 관해서는 정치적 영향, 발언을 행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이들에게는 표가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많은 대학교가 임대 수입이 줄 것을 걱정하는 주민들의 반발로 인해 기숙사 신축과 증축이 자주 무산된다. 왜냐하면 학생들에게는 표가 없지만 주민들에게는 표가 있기 때문에 이를 심의하는 지자체는 주민들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처럼 지방선거는 통학러를 대표할 수 있는 후보가 나올 수 없다. 또한 설령 어느 후보가 당선되어 주거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더라도 서울에 모든 것이 집중되어 있는 구조까지 바꿀 수는 없을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방분권을 지향한다는 내용이 담긴 개헌안을 함께 논의하고 있다. 그래서 더욱 더 이번 지선이 지방분권이라는 이슈와 함께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통학러뿐만 아니라 더 이상 한 곳에서 몇 년씩 정주하며 그 지역사회에서 오래 있는 사람 역시 많지 않다. 그렇다면 지방선거는 점점 한 곳에 오래 살 수 없는 대다수의 사람을 대표하지 못 하고 오로지 지역 토호세력에 휘둘리는 장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지방분권에 관한 논의 그리고 지방분권을 실천하려는 전국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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