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촬영의 ‘에티켓’까지도 전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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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촬영의 ‘에티켓’까지도 전달합니다”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8.04.12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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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아지트]③ - 재즈와 사진의 커뮤니티, ‘버텀라인’
버텀라인 재즈 공연. 지난 2016년 이곳을 찾은 프랑스의 재즈 거장 ‘앙리 텍시에르’의 쿼텟(4중주) 연주회 장면이다. ⓒ배영수


지난해 인천문화재단은 주민들이 직접 영유하고 창조하는 생활문화예술 활동을 민간 공간 차원에서 장려해주기 위해 ‘동네방네 아지트’라는 사업을 추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지역사회의 호평이 이어지자, 인천시는 올해 문화예술과 산하 ‘생활문화팀’을 신설해 예산을 지원하며 직접 사업을 시도하는 등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인천in>은 지난해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에 선정된 공간을 비롯해 미선정 공간 혹은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공간 중 생활예술 차원의 문화공간으로서 정체성을 갖고 있는 공간을 소개한다. 


 

‘버텀 라인’ 내부. 최근 한 차례 LP장이 있던 벽면 한 쪽을 리모델링했다. ⓒ배영수


 
◆ 한국에서 ‘가장 오래 한 자릴 지켜온 재즈 클럽’
 
지난 1983년 문을 연 버텀 라인은 사실 재즈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도 적잖은 인천시민들이 알고 있는 곳이다. 현존하는 국내 재즈 클럽 중 이전하지 않고 한 자리를 지킨 지 가장 오래 된 곳이라던가, 1910년대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건물이 일본식 상가 ‘후루다 양품점’이 위치했던 오랜 역사를 갖고 있다는 사실도 아는 시민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허정선 대표는 1983년부터 운영되던 버텀라인의 단골이었다가, 지난 1994년 이곳을 인수했다. 인수 후 몇 년 뒤 건물에 창을 내는 공사를 하다 외벽에서 벽짚 등 옛날 소재들이 발견됐는데, 이 이야기는 이제 웬만한 단골들은 아는 일화가 됐다.
 
버텀라인의 또 하나의 자랑이라면 클럽 내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운 LP와 CD 등 음원들이다. 허정선 대표는 “재즈는 과거의 유산만은 아니다”라는 일념으로 모아온 음반들은 찰리 파커나 스탄 게츠 등 재즈의 옛 거장들의 음반 외에도 브래드 멜다우, 조슈아 레드먼 등 현재 활발히 활동 중인 재즈 뮤지션들까지 비교적 충실히 모아 두었다.
 
버텀라인은 지난 2000년대 중반부터 재즈 뮤지션들의 공연을 주기적으로 해 오고 있다.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8시 혹은 9시부터 열리는 심야 정기공연은 버텀라인이 자랑하는 프로그램이기도 하지만, ‘지금의 한국 재즈 신’의 동향을 인천서도 파악할 수 있는 소중한 콘텐츠이기도 하다.
 


‘버텀 라인’에서 매주 열리는 공연을 관람하고 있는 관객들. ⓒ배영수

 

◆ 재즈 클럽, ‘사진’에 도전한 이유는?
 
버텀라인이 지난해 인천문화재단의 생활문화 동아리 지원사업 ‘동네방네 아지트’에 참가 신청을 한 콘텐츠는 ‘음악’이 아닌 ‘사진’이었다. 인천의 사진 동아리들 대부분이 풍경이나 인물 등은 자주 찍지만, 색깔조명이 난립하는 공연 사진을 찍을 경험은 거의 없었다는 것을 착안해, 버텀라인은 ‘라이브 사진관’이라는 동아리를 결성해 서은미 작가를 주강사로 두고, 공연사진 수업과 현장실습을 함께 해 결과를 내는 활동을 문화재단에 신청했다. 
 
공연사진, 혹은 공연영상 등은 일반인들도 찍고 싶어하는 분야다. 그런데 연주자나 관람자 입장에서 보면 일반인들의 촬영은 대부분 연주 및 관람에 많은 방해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서 작가는 때문에 사진을 제대로 찍으면서도 피해를 주지 않는 매너에 대해서도 사진을 취미로 삼는 사람들이 배웠으면 했다. 
그리고 문화재단이 이를 좋게 평가해 선정한 뒤 사진동아리 경험이 있는 사람들부터 하나 둘 모아서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동아리 일원들은 처음엔 거의 서로 모르는 사이였고, 조금 이후부터 합류한 참가자들 중에서는 제대로 된 카메라가 없이 온 사람들도 있었다. 일단 저가 카메라로도 실습은 가능한 만큼 갖고 와서 참여를 하기도 했고, 그조차도 없는 사람들은 허 대표나 서 작가 측에서 먼저 카메라를 대여해 주면서 이끌어 갔다.
 
이후 그들이 취미를 좀 더 붙이면서 신규 혹은 중고 시장 등을 통해 카메라를 구입해 왔고, 허 대표가 추진하는 매주 공연에서의 실습 및 서 작가의 수업을 통해 ‘세미프로’ 정도의 경지에까지 오른 시민들도 생겼다. 실제 버텀 라인 측은 그렇게 찍어온 동아리 일원들의 사진 결과물들을 모아, 지난 1월 인천아트플랫폼의 공간 한 곳을 빌려 공연사진전까지 열었다. 
 
“서로 몰랐던 사람들이 동아리를 통해 지역에서 커뮤니티를 형성했다는 것이 가장 큰 보람이죠. 실제 그게 재단 사업의 의도이기도 했으니까 꽤 충실하게 잘 했다고 평가해요. 또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였다 보니 동아리 활동 일원들 중에서 음악 하는 아마추어 팀(박수희, 한병범)이 결성되기도 했어요. 우리끼리는 오래 버티라며 ‘버팀라인’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부르기도 합니다.”

 

올해 1월 인천아트플랫폼 A동 칠통마당 전시실에서 열린 버텀 라인의 동호회 ‘라이브 사진관’ 전시회 당시 모습. ⓒ배영수

 

인천시는 최근 신설된 시 생활문화팀에서 ‘천 개의 문화 오아시스 사업’에 버텀라인의 이 콘텐츠를 선정하기도 했다. 현재 이 일원들 중 일부가 ‘프로 사진가’가 될 생각으로 좀 더 심도 있게 사진 공부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로는 ‘생활문화 파트에 대한 공적 예산 지원의 순기능’을 체감하고 있다.
 
올해는 버텀라인이 문을 연 지 35년이 된 해다. 벌써부터 단골 등 주변에서 35주년 기념 이벤트를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기본적으로는 재즈 공간이지만, 여기에 사진 콘텐츠가 하나 늘어나 보다 풍성하게 이 요구사항들을 들어줄 수 있지 않을까. 허 대표 역시 “행복하게 고민 중”이라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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