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하대학교를 시민의 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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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하대학교를 시민의 품으로
  • 윤현위
  • 승인 2018.05.30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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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지리학박사



인구 300만을 운운하지 않아도 인천은 지난 수 십 년간 우리나라에서 순위 안에 드는 큰 도시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인천은 대도시다. 그러나 서울에 가깝다는 점과 수도권 규제로 인해서 많은 인구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예나 지금이나 4년제 종합대학은 늘 그렇듯 인하대와 인천대뿐이다. 현실적으로 새로운 대학을 만들 수 없는 구조에 있다. 수도권에 대한 규제가 풀리지 않는 이상 인천에는 앞으로도 이 두 대학과 함께 가야 한다. 인천에서 이 두 대학이 소중한 이유이다.

사립대 시절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인천대는 시립대에서 국립대로 전환되었다. 박정희 정권 군부통치의 흔적이었던 인천대는 이제 공공의 영역으로 넘어왔다. 사라진 선인체육관은 두고두고 아쉽지만 본캠퍼스를 송도로 이전하면서 과거 인천대와 단절시킬 수 있는 효과도 일정 부분 거두었다. 아직도 상당수의 택배가 도화동으로 가지만 이제 내년이면 송도로 온지도 10년이 되어간다. 산적해 있는 문제가 없지 않지만 그래도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문제는 인하대학교이다. 인하대는 소유주가 너무나도 분명한 사립대이기 때문이다. 설립자의 손자들이 재단의 이사진에 참여하면서 문제가 붉어진 여러 사건들은 땅콩회항 사건이 터지면서 새삼스럽게 회자되었다. 동문들에게 ‘욕설’을 하고 이 학교의 주인이 나라고 외친 사건들은 재단 일가의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며 우리나라 현대사에 꼭 기록되어야 할 장면이다.

대한항공에서 준비한 땅콩회항에 이은 물컵 투척 사건으로 이 회사와 인하대학교 문제가 다시 수면위로 올라있다. 재단 이사장의 아들이 온당하지 못한 방법으로 학교를 편입했음에도 아무 문제 없이 졸업하고 살아가고 있다. 당시에도 문제제기가 없지 않았지만 결국 조용히 넘어갔다. 이 사건은 이대에서 발생한 ‘정유라 사건’과 다르지 않다.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대학입시마저 공정하지 않다면 대한민국에서 공정하다고 할 수 있는 일들이 이제 몇 개나 남을까 싶다. 자신들이 학교재단을 인수했다고 해서 학교가 자신들의 소유물이라고 생각하는 발상 자체가 천박하고 잘못된 일이다.

1968년 한진그룹에 인수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는 인하대학교는 한진재단이 인수하고 소유한 것은 맞지만 학교는 기본적으로 재학생, 교직원, 교수, 졸업생, 학부모, 그리고 지역사회의 것이다. 한국의 재벌 중에서 학교를 소유한 경우는 많다. 한국 사회에서 대학이 가진 힘 때문에 다들 머리를 조아리지만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사학재단은 많지 않다. 더더욱이 재벌의 학교소유는 그러한데, 이는 학교의 운영을 사회봉사와 공헌차원에서 운영하지 않고 돈벌이의 수단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더 강하기 때문이다.

모기업 없이 학교 자체만으로 재단을 꾸려가는 사학재단들도 큰 문제지만 뒤에 모기업·모그룹이 있는 사립학교들도 하는 짓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들 학생들에게 비싼 등록금을 받아가지만 그렇다고 정부지원을 국공립대에 비해서 적게 받아가지 않는다. 학교에 들어온 돈 중에서 재단으로 들어가는 소위 재단적립금을 밝힐 수 있는 떳떳한 사학이 이 땅에 과연 존재하는가.

그러면서 마치 자신들이 교육분야에 큰 사회적 공헌을 하는 것인 양 홍보물을 만들고 홈페이지를 요란하게 장식한다. 한진가의 자식이라고 해서 무슨 근거와 자격으로 학교 운영에 참여한단 말인가? 대학은 계열사가 아니다. 인하대학교가 전국구 대학으로 성장한 근원적 이유는 인하대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가르친 사람들과 그들을 위해 헌신한 가족들 덕분이지 재단이 지원해 준 게 뭐가 있는가? 인하대학교 정석학술정보원은 모두 한진그룹의 금고에서 나온 돈으로 지은 것인지 묻고 싶다.

대한항공은 국가가 독점시장을 만들어 국민들이 이용해주고 대한항공의 노동자들이 노력해서 커진 회사이다. 소유주 일가가 잘해서 된 게 아니다. 대한항공이 지금 대대적인 흑자를 내지 못하는 이유는 운항부분에서의 손실이 아니라 호텔 때문이 아니었던가? 호텔부분 책임자가 그 유명한 땅콩회항의 주인공이라는건 우리 모두가 안다. 한국의 재벌들은 그 동안 축적한 부에 비해서 사회적 기여를 많지 하지 않았다. 자신들의 회사에서 다친 사람들도 제대로 치료해 주지 않는데 사회적 공헌을 할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 점에서 작게나마 사회적 공헌을 하고 싶다면 더 이상 대학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하지 않고 대학 위에 군림하려는 시도를 하면 안된다.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사람을 총장으로 내세우거나 자식들을 이사진에 보내 학교일에 간섭하게 하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 자식을 불법으로 편입학시킨 것이 명백한 사실이면 재단은 학교일에 관여할 자격이 없다. 그게 맞고 올바른 사회이다.

필자는 인하대 출신이 아니다. 그러나 인하대를 사랑한다. 둘째 외삼촌, 이모부, 제일 친한 친구, 심지어 그 친구의 큰 형님, 고등학교 동창의 대부분이 인하대학교 졸업생들이다. 이들은 모두 인천을 떠나서 살아 지금 자신들의 모교가 어떤 상황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인하대 출신이 아니어도 인하대는 지역사회에 꼭 필요하다. 정상화가 진행되어야 한다.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에서 불타올랐던 촛불이 인천광역시 남구 용현4동에서도 다시 불타올랐으면 한다. 대학이 비정상이면 그 사회는 절대 정상이 될 수 없다. 대학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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