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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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리×불리
  • 유광식
  • 승인 2018.06.15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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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 유광식 / 사진작가
부평지하상가, 2018ⓒ유광식


1인 가구로 살게 되니 여러 가지로 숙지할 게 많다. 일상적인 영역에서 생경한 경험을 하게 되었을 적의 기분이라고나 할까? 라면이 지겹다면 직접 밥솥을 다뤄야 한다는 것, 프라이팬에 기름 두를 일이 은근히 많다는 것, 생수는 빨리 없어지고 괜시리 아깝다는 것, 매일 건조 음식만 먹을 수 없어서 찌개를 갈구하고 도전하는 것, 야채관리는 필사적으로 신경 쓸 것, 빨래건조 시간이 길어질수록 냄새가 밴다는 것, 먼지가 나를 무시하는 것, 물때가 늘 생떼를 쓴다는 것, 가스밸브와 온도조절기는 애지중지 해야 한다는 것 등등, 이전에는 내 삶의 외곽에 있던 일들이 많아졌고 그렇기에 부지런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중에는 쓰레기 분리도 중요했다. 집에 쌓아 두거나 창밖으로 몰래 던질 순 없다. 덜 성숙했을 적에는 잘 모아서 버리면 배출은 완벽하게 다인 줄 알았다. 분리 불안이 없던 시절이다. 

이사를 자주 다니다 보니 쓰레기 배출항목 및 일자, 대형폐기물 열람표를 출력해서 아예 문짝에 붙여 놓았다. 그렇게 자칭 분리배출전문가가 되었다. 이미 바다쓰레기, 우주쓰레기가 사회문제시 되고 있고, 엉뚱하지만 인간쓰레기는 되지 말자며 다짐도 한다. 인천 또한 쓰레기매립장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으니 나만이라도 잘 해 보자는 파이팅이기도 했다. 

앞으로 잘 버리지 못하면 인류는 상당히 불리한 삶을 감내해야 할 것이다. 광고현수막 아래 놓인 쓰레기. 흘깃 보면 폐기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니 재활용, 재사용인 것들이다. 의도된 풍경은 아니겠지만 재활용 및 재사용 쓰레기는 지혜롭게 버리자는 캠페인의 느낌이 짙다. 친절한 분리를 선전하는 장소가 비록 불리한 환경이었을지언정 긍정적으로 보면 꽤나 러블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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