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학문’이 아닌 ‘마음’으로 공감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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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은 ‘학문’이 아닌 ‘마음’으로 공감해야죠.”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8.06.13 0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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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아지트]⑤ - 장서 2만권, 강화 ‘김유자 인문서당’

ⓒ배영수


 
지난해 인천문화재단은 주민들이 직접 영유하고 창조하는 생활문화예술 활동을 민간 공간 차원에서 장려해주기 위해 ‘동네방네 아지트’라는 사업을 추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인천시는 올해 문화예술과 산하 ‘생활문화팀’을 신설해 예산을 지원하며 직접 사업을 시도하는 등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인천in>은 지난해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에 선정된 공간을 비롯해 미선정 공간 혹은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공간 중 생활예술 차원의 문화공간으로서 정체성을 갖고 있는 공간을 소개한다. 


 
일반적으로 ‘귀촌’이라면 어느 정도 여력이 있는 중산층이 정년을 전후해 초야에 편히 묻혀 남은 생을 조용히 보내고자 할 때를 떠오르게 한다. 헌데, 그 귀촌을 ‘인문학 교류’를 목적으로 했다면?  잘 이해가 가지 않을 수도 있다. 인문학이라는 것의 기초가 ‘인간’을 모티브로 하는 것이고, 때문에 사람이 많은 도시에서 더 활성화되는 것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면 인구가 7만 명 조금 안 되는 강화에서 인문학을 펼치겠다고 내려오는 것이 그렇게 이해가 잘 되지 않을 수도 있다.

 

‘김유자 인문서당’의 김유자 대표. ⓒ민경찬
 

◆ “‘귀촌’이라는 의미, 다양하게 두고 싶었죠.”
 
자신의 이름을 따 ‘김유자 인문서당’을 운영하는 김유자 대표(60)도 강화에서는 오랜 기간 살아온 사람이라기보다는 ‘귀촌 인구’에 해당된다. 원래는 서울에서 교사와 시민활동가, 시인 등으로 활동해 왔었는데, 서울에서의 활동과 생활이 어려웠을 때는 이사만 14번을 했다고 한다. 정년을 10여년 앞둔, 이른 시점에 귀촌을 해야겠다고 작정한 김유자 대표 부부는 자신이 고향으로 생각하는 곳, 그리고 자신의 후손들이 고향될 수 있는 곳을 찾았고, 고결한 역사가 숨쉬는 강화지역의 양오1리로 '귀촌'했다.
 
서울에서도 인문학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았던 김유자 대표 부부가 평생을 모아온 서적 2만여 권은 강화로의 귀촌은 물론 양오1리 주변 일대의 사람들과 교류하는데 큰 힘이 됐다. 옛 한옥을 사들여 되도록 형태를 보존하는 선에서 내부를 고치고, 다양한 테마를 담아 공간화했고, 여기에 책을 모아두는 여러 공간과 인문학 관련 문서방, 그리고 담화를 나눌 수 있는 공간들을 나누어 배치했다. 방마다 천정 높이가 제각각이어서 처음 방문했을 당시에도 여러 채의 집을 돌아본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고 했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을 때가 있잖아요. 그런데 수많은 생각이 머릿속에서 섞일 수밖에 없을 때, 마음 편히 숨을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었어요. 그런데 저는 평생 인문학 활동을 해온 사람이고, 또 교사로 ,활동가로 일을 해왔거든요. 그렇다면 제 귀촌을 저한테만 의미를 두지 말고, 여기 오시는 주변 주민 분들에게도 의미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다양하게 공간화하기로 한 거예요.”  김유자 대표의 말이다.
 
때문에 인문서당을 찾는 사람들은 무겁지 않은 인문학 강의 외에, 그저 잠시 들러 책을 읽거나 생각에 잠기고 싶은 경우도 종종 있다고 한다. “편히 책을 읽다가 돌아가는 것도 의미가 있다”는 김유자 부부의 생각 덕분에 주변 주민들은 ‘지식의 창고’ 외에도 ‘쉼터’를 얻은 셈이다.

 

김유자 인문서당의 다른 한 쪽 서재방. 수많은 장서와 정리중인 인문학 문서들이 보인다. ⓒ 민경찬

 
◆ 글쓰기 등 활동 통해 ‘공감과 소통의 장’ 이끌어 내다
 
지난해 ‘김유자 인문서당’은 인천문화재단의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에 참여해 ‘엄마 탐험대’라는 인문학 공부 및 글쓰기 활동을 하는 동아리를 공간 안에서 운영해 왔다. “아이들을 위해 강화지역으로 귀촌해온 어머니들을 중심으로 활동을 만들어 봤다”는 김 대표는 처음엔 귀촌의 결단을 내린 부모들의 다양한 사연을 듣게 됐고, 이를 풀어놓을 기회가 이들에게 필요하다는 생각에 어렵지만 운영을 해보고자 했단다.
 
“사실 글쓰기라는 게 처음 접근하면 어렵다고 느끼는데, 그만큼 자기 속내를 털어놓기에 좋은 수단도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참여하시는 분들 스스로가 일종의 ‘자기 탐험’을 하면서 한 달에 한 번씩 모여 책도 읽고, 독후감 겸 세상살이의 어려움도 털어놓기로 했던 것이 ‘엄마 탐험대’의 시작이었습니다.” 
 
모인 이들은 폭넓게 인문학 공부도 해보고, 시도 한 편씩 발표하고, 산문도 한 편씩 발표하면서 이것들을 돌려 읽는 합평회도 했다. 서로의 작품에 감동도 하고 공감도 하면서 “우리들이 왜 이제 만났을까”라며 신기해하기도 하고, 서로 격려하고 서로 울기도 하면서 자기를 열어놓았다.
 
그러다보니 동아리 활동을 위해 초청된 강사들도 ‘강의’보다 ‘진심’을 먼저 내보이고, 이 모임이 돈독하게 엮어질 수 있었다. 연말에는 서로 작품집도 엮어냈다.
 
“저도 사실 예상하지 못했던 엄청난 결과였어요. 특히 양오리 주민 어르신들에게 새로운 어울림의 방식을 제안하고 이를 통해 지역 차원의 공감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게 정말로 큰 결실이라 생각합니다. 귀촌한 사람들이 자기 마음을 열고 이웃과 함께 하고 주민과 함께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든다면 그것이야말로 마을공동체를 만들어가는 저력 아닐까요?” 
 
이에 올해도 김유자 인문서당은 ‘엄마 탐험대’를 이어간다. 물론 공공기관의 지원도 힘이 되는 건 사실이지만, 모임이 지속될 수 있는 것은 구성원의 공감과 협력이라는 것임을 절실하게 깨닫게 됐다. 올해는 어린이들도 함께 자기들의 흥미와 재능에 따라 함께 합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려 한다.
 
“인천 내의 다른 지역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강화지역은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도 더 큰 저력이 있는 지역입니다. 이 활력을 어떻게 잘 풀어낼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가운데서 우리 엄마들, 가족들이 또 어떻게 다른 사람들을 새롭게 만나고 탐험하는지를 제시해보려 해요. 강화군청이 올해를 ‘2018 올해의 관광 도시 강화’로 정했습니다. 어떻게 접목할 수 있을지도 한번 과제로 삼아보려 해요.”

 

‘김유자 인문서당’의 외경. ⓒ 민경찬 (주소 : 인천 강화군 송해면 장정양오길 2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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