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가는 빈집과 지역사회와의 연계
상태바
늘어가는 빈집과 지역사회와의 연계
  • 장동민
  • 승인 2018.06.15 11:2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4) 장동민 / 청운대 건축과 교수



오늘날 주거의 절대적 부족에 관한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되어가는 추세로 보인다. ‘전국주택보급률 102%’, ‘아파트 1000만 채’, ‘국민 5명 중 1명은 아파트 소유주’ 등의 숫자가 이를 증명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 속에서 기존의 대규모 정비 사업은 지연되거나 중단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구도심 내 거주하지 않는 빈 건물, 즉 빈집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빈집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고 있으며, 다양한 연구에 의하면 주로 공가, 폐가, 빈 건물 등으로 표현된다. 주로 ‘사람이 살고 있지 아니하는 집’이나 ‘현재 건물 전체가 사용되지 않고 비어있는 건물’, ‘일정기간 동안 사람이 거주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건축물과 향후 거주하지 않게 될 예정인 건축물’등을 의미한다. 또한 국내법에서는 ‘거주 또는 사용 여부를 확인한 날부터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아니하는 주택’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즉, 빈집은 ‘비어있는 기간’과 ‘사용 여부’ 그리고 ‘사람’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빈집이 증가하고 있는 거시적 차원의 이유는 우리 사회의 저출산·고령화와 저성장 기조의 지속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지역적으로 나타나는 빈집 현상은 주로 구도심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던 재개발사업의 취소, 재개발사업재개에 대한 기대, 사회취약계층의 집중과 가로변 공간개발로 인한 상대적인 쇠퇴, 대규모 기피시설의 입지 등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장기간 방치되고 있는 빈집의 경우, 도시미관과 주거환경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지역사회 내 안전사고와 범죄 가능성의 우려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빈집 활용에 대한 움직임이 최근 나타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으로는 도시재생과 관련된 주거지에 대한 유지 및 관리이다. 기존의 주거지 재생이 물리적 개선에 주된 초점이 맞추어졌다면 최근에는 지역주민과 사회적 기업 등이 함께 그 지역의 특성에 맞는 재생방식에 공감하고 빈집 활용 등의 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이며, 인구감소에 따라 빈집이 발생하고 있다. 중앙정부는 법을 마련하여 규제 정책을 시행하고, 지방정부들은 빈집의 매매나 임대를 위한 홈페이지 운영, 리모델링 소요 비용 지원, 최저금리 대출 등 빈집 활용을 위한 방안을 마련, 시행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중앙정부 차원에서는 법 개정, 기금 조성, 개보수 사업 지원, 보조금 지원 등을,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지역 내 빈집 확인부터 빈집 활용 장려정책 마련, 세제 감면, 강제매수 조치 등을 실행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빈집문제에 대해 농어촌 정비법과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 건축법 등으로 다루어 왔다. 활용·지원을 도모하기 위해 경상북도 울진군이 2008년 11월에 조례를 제정하였고, 이후 전국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결국 중앙정부는 제도의 체계적인 정비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2018년 2월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시행하여 적극적으로 빈집 문제에 대해 대응하기 시작하였다. 이 특례법에서는 빈집을 정의하고 빈집정비계획, 실태조사 및 정보시스템 구축, 빈집정비사업의 절차·시행방법, 사업 활성화를 위한 지원 등의 내용을 구체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사실, 빈집은 도시미관 저하, 안전사고·범죄의 발생 등 문제점도 가지고 있는 반면에 지역 자산으로서 그 잠재력이 있음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빈집 주변은 이미 기반시설이 갖춰져 있고 아직 유동인구가 존재하여 가용 자원이 충분함을 주목해야 한다. 주차장이나 편의시설 확충, 임대주택 공급, 공공공간(녹지, 오픈스페이스 등)의 조성을 위해 빈집과 그 주변의 포괄적 활용은 지역사회를 점진적으로 리모델링해 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된다.

실제로 빈집 정책의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인천광역시 남구의 사례를 살펴보면, 마을주택관리소, 학습편의점, 경로당, 무료급식시설 등 해당 주민을 위한 시설과 용도로 활용하였다. 이러한 맥락에서 빈집의 활용은 지역사회와의 연계가 되고 더 나아가 도시재생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도시재생의 목적은 기존의 주된 초점이었던 물리적 개선 뿐 만아니라, 사회·경제, 환경, 문화 그리고 미래 지향성의 내용을 포함한다. 사실 어느 특정 장소의 빈집 발생 원인은 단순히 집 몇 채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늘날 주택보급률이 100%가 넘어가는 시대가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버려지고 방치되는 집들도 늘어나는 상황이다. 빈집의 발생 원인은 지역에 따라 다양하지만 기본적으로 도시가 쇠퇴하면서 발생하기 마련이다.
예컨대 그 누구도 마음속으로 미리 예상해 둔 해결책으로만 도시재생 문제를 해결 할 수는 없다. 도시 재생은 복잡하며 유동적이다. 다각도의 진단과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전략의 조합들이 필요할 것이다. 이미 도시재개발·재건축사업에서 뼈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는 인천광역시의 새로운 돌파구는 도시재생이며, 그 시작이 빈집 활용이 아닌지 지역사회가 함께 나서 지혜를 모아야 한다.

 

장동민 청운대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