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와 다음 선거에 대한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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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와 다음 선거에 대한 기대
  • 이권형
  • 승인 2018.06.18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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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이권형 / 음악가


2012년, 18대 대선의 분위기는 마치 최후의 결전이 벌어지는 아마겟돈 같았다. 언론에는 온통 빨강과 파랑 일색이었다. 첫 대선 토론에서 당시 통합진보당 이정희 후보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에 대한 원색적인 네거티브가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후 이정희 후보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지지 선언을 하며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당선을 막겠다는 이유로 사퇴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당선. 이게 내 첫 선거 풍경이다.
 
선택지가 많이 주어지지 않았다. 통합진보당 이정의 후보는 사퇴했고, 심지어 당시 노동자 후보를 자처하고 출마한 무소속 김소연 후보가 경찰에게 폭행당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졌음에도 대부분 언론에서는 이에 대해 다루지 않았다. 나머지 무소속 후보들에 대한 언론의 주목도가 얼마나 낮았는지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첫 선거에서 명확한 양당 구도의 실정을 체감했다.

결과에 대한 또래 젊은 층의 여론은 주로 좋지 않았다. ‘헬조선’ 담론이 성행했고, 농담 섞어 이민 준비한다는 사람들도 많았다. 파란만장한 정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상징적으로 기억되는 날이 있다. 18대 대선 정확히 2년 후인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가 8 대 1의 의견으로 통합진보당을 해산하라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의 통합진보당이 "북한식 사회주의를 실현한다는 숨은 목적을 가지고 내란을 논의하는 회합을 개최”한다는 선고 내용이야 어쨌건 간에 해산 결정은 이미 벌어진 일이었고 초유의 사태였음은 확실한 것 같다. 그날 헌재의 결정이 특별히 인상적이었던 건 해산된 통합진보당 의원들의 의원직까지 박탈했다는 점 때문이다. 극단적인 양당 구도가 명확한 상황에서 대안적인 선택에 대한 주권자들의 의지마저 박탈 당한 것이다.
 
18대 대선에서는 양당 외 타 후보의 지지율은 1%도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6.13 지방선거의 결과가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인 승리로 확실해진 지금 그때가 다시 떠오른다. 물론 이것은 부패한 세력에 대한 지역민들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일 것이다. 몇몇 지역의 1당 독식 체재가 무너졌다는 것도 고무적이다. 하지만 과연 이 결과가 주권자들 입장에서 최선의 결과인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더불어민주당의 독식에 가까운 이번 선거 결과가 우려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군소 정당들이 보여준 명확한 의제와 결과로서의 약진이 내심 반갑고 속 시원한 선거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군소 정당의 입지는 좁아 보인다. 그리고 여전히 양당 체재의 벽은 견고해 보인다. 하지만 언젠가 다양한 주권자의 입장이 효과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선택지가 많아질 수 있다는 희망을 품어볼 수 있었다.
 
제1회 전국 동시 지방선거가 이뤄진 게 1995년이다. 이번이 7번째인 만큼 그렇게 긴 역사를 가지고 있지는 않다고 할 수 있다. 여전히 지방자치제도는 지역민들의 의지를 반영하고자 하는 본래의 취지를 온전히 담아내기 위해 주권자의 뜻에 따라 그 모습을 갖춰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정치 참여가 반드시 선거를 통해 이뤄지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지금과 같은 선거 제도가 유지되는 동안은 더 다양한 소수자의 입장까지도 다채롭게 반영할 수 있는 정당과 후보가 나올 수 있길 바란다. 다음 선거 철에는 청년을 위한, 더 다양한 소수자를 위한, 나를 위한 알록달록한 선거 풍경을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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