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서중의 아침, 55㎞ 77분 등교 버스로 시작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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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서중의 아침, 55㎞ 77분 등교 버스로 시작하는
  • 이수석
  • 승인 2018.08.07 11: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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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버스에 선탑하며 - 글/이수석 교사, 그림/이다희·이은정 학생


[인천in]이 강화의 작은 학교, 하점면 강서중학교를 중심으로 학교와 마을공동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삶의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공동체의 삶이 체화되어 있는 지역, 교사와 학생 간 서로 존중하는 학교문화, 학생의 꿈과 끼, 비전과 목표를 생활 속에서 실현해나갈 수 있는 이야기들을 교사와 학생이 함께 글과 그림, 사진작업에 참여하여 엮어갑니다.



#1 버스 선탑 – 등교 안전지도

 

생활은 단순하게, 생각은 높게 - 이다희



아침 5시 40분. 핸드폰이 울렸다. 잠에서 깰 시간이라는 알람.
몸을 일으켜 앉으려는데, 그 몸이 내게 말한다.
“조금만 더 자! 여긴 관사야. 관사!” 몸의 유혹에 빠져 자리에 다시 눕는다. 그리고 깜빡, 정말 아주 깜빡 잠이 들었다.
몸을 일으키니 오전 6시 48분이다. 냉장고에서 햇반을 하나 꺼내 전자렌즈에 돌린다. 김치와 김 하나를 꺼내 아침을 먹는다. ‘생활은 단순하게, 그러나 생각은 높게!(Simple Life, High Thinking!)’라는 리영희 선생님의 말씀대로... 7시 12분. 화장실에 들어가 양치질하며 샤워하고 나와 거울 앞에서 로션을 바른다. 7시 24분. 관사를 나와 식당에 들러 생수통에 물을 받는다. 그리고 운동장의 등교 버스로 향했다. 오전 7시 27분. 등교버스 기사이자 사장과 인사를 나누고 버스에 올랐다. 7시 28분.


#2 강서중학교 등하교 차량 사장과의 상견례

“사장님은 이 차를 지입하신 건가요?”
“이 차와 회사의 차 모두가 제 껍니다.”
사람 좋아 보이는 버스 기사님이 빙그레 웃으며 답한다.
“앗……, 실례했습니다. …너무 힘들지 않으세요?”
“메르스 사태(2012년)부터 힘들었지요. ……이 여행업계가 그래요. 사건과 사고가 한번 터지면, 그 여파가 심각해요. 그리고 세월호(2013.4.16.), 사드(2017.03), 포항지진(2017.11)... 고향인 강화도에 내려와 있고, 등교 버스를 회사 직원들, 운전기사가 운행하지 않겠다고 해서, 겸사겸사 제가 하는 것이지요.”
“실례지만 사장님 연세가?…
“54년 말띠입니다.”
“아니 어떻게 이렇게 몸 관리를 잘하셨어요? 저보다 꼭 10년 선배님이시네요. 전 1964년 용띠입니다.^^”


#3 배려하는 것과 나눔

혼자서 잠을 자고 버스를 타기 위해 일찍 나온 창후리의 허준과 창후감리교회의 효정이, 망월리의 송연이를 태우고 황청리에서 성호를 태웠다. 해안도로를 지나가는데, 도로 보수 공사를 하고 있었다. 포크레인을 동원해서 인부들이 공사를 하고 있으며, 그 중 2명은 교통정리를 하고 있다.

“……이 사람들, 정말, 걱정이네요.”
“무슨 말씀이신지요?”
“아침 출근시간 때의, 이런 공사하는 건 불법이에요. 여러 사람들에게 불편을 주거든요. …빨리 해소되어 다행이지, 만약에 더 늦어지면, 곳곳에서 기다리는 등굣길의 학생들은 어떡해요?”
“그런데 저기서 일하시고 교통정리하시는 분들 모두가 외국인이네요?”
“그게 문제지요. 저도 과거 중동에 가서 일했습니다만, …청년 실업수당? 이건 문제가 많다고 봐요. 도대체 청년들이 힘든 일, 3D 업종의 일은 하려고 하질 않아요. 나라에서 돈 나오지요, 부모들이 또 용돈 주지요. …일할 의욕도 마음도 없는 게 요즘 아이들이에요. …문제에요. 문제.”

무언가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청춘만 아픈 게 아니다.


#4 미루어 생각하기

도로 보수 공사 현장을 지나 외포리에서 원경이가 탔다. 그리고 내가면 저수지로 가는 중에 주안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오늘 늦잠 자서 엄마가 학교까지 태워다 준다는 전화였다. 기사님에게 전화를 거는 주안이가 예쁘다. 그리고 버스는 고천4리에 사는 단하를 태우러 간다.

“학생들 등하교 버스 운전하면서, 뭐가 제일 힘드냐고 물으셨죠?”
“……?, 아… 예”
“고천 4리 사거리 입구에서 차를 돌리기가 너무 힘들어요. 보이지가 않아요. 위험하죠. 겨울에는 더욱 위험하죠. ……지금 지나가고 있는 이곳 삼별초 야영장이라면 너무 좋아요. 그런데 거리가 멀지요. …고천4리 사거리에서 이곳 삼별초 야영장까지는, 한 10분에서 15분을 걸어야 해요.”
“……아침의 15분은 너무 크고도 멀지 않나요?”
“……저 어렸을 때는… 1시간 거리는 그냥 걸어 다녔어요.”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판단은 고천 4리 사거리에서 타는 단하와 그 부모님들이 해야지요. 제 생각은 그렇습니다.”


#4 소통이 필요한 사람들

단하와 단하 어머니, 단하 할아버지가 나와 계셨다. 단하를 태우고 버스를 돌렸다. 단하 어머니가 나와 버스 기사에게 인사 한다. 답례를 위해 창문을 연 기사에게 질문한다.
“사거리에서 조금 올라와서 지금 저 있는 데서, 버스를 돌리면 되지 않나요?”
“이 버스가 커서, 밑에 단이 답니다. 사고 위험도 있습니다.”
버스 기사의 말에 상황 파악을 하셨는지, 단하 어머니와 할아버지는 아무 말씀이 없었다.
그리고 미꾸지 고개에서 효은이를 태우고, 명신초등학교에서 찬미와 다희, 신삼리에서 재현이를 태웠다. 이어 현우와 윤건이도 신삼리(천곡)와 삼광교회에서 탔다. 난 그동안에 1학년 반장인 송연이와 버스 안 상담을 하였고, 지금 단하는 내 옆에서 학교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5 최종 선택은 자신이 해야 하는 것

“2015년, 석남중학교에서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었단다. …‘왜 식사를 3학년부터 해야 하나?’는 이의제기였지. 또 과거 동산고등학교 학생자치회에서도 ‘왜 3학년이 수학능력평가 시험을 보는데, 1, 2학년들이 떡 값을 왜 내야 하냐?’며 이의제기가 들어왔지.”
“이의제기가 뭐예요?”
“앗, 미안^^ 이의(異意)는 다른 의견이나 생각을 말하는 것이지. 제기(提起)는 의견이나 문제를 내는 것을 말하지.”
“그래서 어떻게 되었어요?”
“학생회의를 열었지. ……어떻게 되었을 거 같아?”
“자기들도 선배가 되잖아요. 혼란보다는 질서가 좋잖아요. 아마도 그대로 3학년부터 밥을 먹도록 하고, 떡 값도 냈을 거 같은데요.”
“그게 편한 거지. 많은 사람을 배려하는 거고. 물론 당장은 자신이 손해 보는 거 같고, 억울한 거 같겠지. 하지만…….”
“그렇지요. 모두가 편한 거고 행복해 질 수 있는 거잖아요. ……선생님이 하시고자 하는 말씀 알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택은 언제나 네가 하는 것이란다. 왜냐하면 네 인생은 네 것이고, 아무도 대신 살아줄 수 없는 너만의 인생이기 때문이지.”


#6 등교 맞이 학생인사

그리고 큰 길로 나오면서 부근리에서 나휘가 탔고, 하점우체국에서 예찬이, 하점 초등학교에서 현서, 신봉리 정류장에서 보람이가 탔다. 그리고 끝으로 교은이를 태우러 양사로 향했다. 이때의 시간이 08:43분이었다. 교은이를 태우고 강서중학교로 돌아오니, 08:52분이었다.

새롭게 단장한 학교 정문 앞에는 비가 오는데도 교장 선생님이 호르라기 불며 인사를 한다. 버스에서 내리는 아이들에게 교무부장과 학생부장이 나와 학생들과 자유롭게 인사하면 학생들을 맞이한다. 이렇게 ‘작지만 큰 학교’ 강서중학교의 아침 등교 지도가 끝났다. 총 55㎞, 77분 소요의 등교 안전지도. 이렇게 강서중학교의 아침은 시작하였다.


#7 풀꽃과 같은 아이들

‘인성교육 활성화를 위한 설문문항은 학생의 꿈과 끼를 발현할 수 있는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았다.
‘그 교육계획을 진행할 시간이 학생들에게 없다. 학생들이 너무 바쁘다. 등하교의 버스 시간 때문에 더욱 그렇다. 2학기에는 오히려 행사를 줄이고, 학생들 간, 교사들 간, 학생-교사들 간 상호소통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 진행하면 더욱 좋을 거 같다.’라고 대답했다.

풀꽃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이 시가 딱 어울리는 강서중학교의 학생과 교직원들. 그들 모두는 거칠고 투박해 보이지만, 너무나 부드럽고 따뜻하다. 나도 이들 가운데 한 사람이다. 어느 덧 강서중학교 공동체 식구들은 서로가 서로의 존재감을 인정하면서도 그 자신의 빛을 내며, 주변을 따뜻하게 물들이고 있다.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주변을 따뜻하게 물들이는 관계 - 이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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