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든 감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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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든 감옥?
  • 유광식
  • 승인 2018.08.10 0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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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 유광식 / 사진작가
구월동 로데오 거리, 2018ⓒ유광식


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의 곳곳에서는 인권의 유린과 탄압이 상당수 자행되고 있다. 전쟁과 기근, 정치모략들은 밤 시간도 모른 채 활개를 친다. 모두가 미리 짠 것처럼 지구촌 평화를 부르짖고 있다지만 잘 안 되는 모양이다. 세계는 수직적 극과 극, 수평적 극과 극이 늘 생장하며 증가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고, 우리가 지금 누리는 이 풍요는 가끔은 당연하다는 망각의 시소놀이인가 싶다.

사람들의 즐거움이 한데 뭉쳐있는 인천 신도심의 거리에도 인간을 위해 희생 아닌 희생양이 되는 생명들이 많이 있다. 인류생존에 따른 현상으로 판단하면서도 그들이 태어난 이유가 어쩌면 있지도 않은 희생DNA의 구현처럼 비춰지기도 하는 것이다. 하지만 닭이 오리발을 내놓은들 통하지 않는 단호함 때문인가 그런 마음은 금세 꼬리를 내리며 닭의 운명에 체념하게 된다. 

사실 위 사항과 철창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 다만 거리의 물체들 사이에서 엮여진 연상에 따른 설명일 따름이다. 그러면서도 어떤 생명체에 대한 잔영이 자꾸 떠오르고 미안함이 빠끔히 내밀어지는 심정이 존재한다. 맞닥뜨리는 장면에서 나는 재빨리 어둠 안에 갇힌 닭의 심정으로 심정을 토로하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꼬끼오~!” 그 이상의 진술을 전파하고 싶었던 건 아닌가, 혹은 내 처지와의 무리한 연대감의 풀칠은 아니었는지도 싶다.

한편 한낱 외부창고일 뿐인 푸른 롤테이너는 파란색이 주는 인정 없음을 묘사한다. 최근 시골장터의 한 닭집에서는 좁은 공간의 아파트형 철창우리 안에서 닭들이 여름을 나고 있었다. 지나며 드는 생각이 정 나누던 닭들은 다가오는 한 여름 세 겹(그 날들)의 철창에서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였다. 사실 얼토당토않은 이야기다. 그만큼 현실이 잔인하단 생각이지만 가끔은 미친 척 장마 빗줄기에 갇혀 맘껏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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