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발적 시민문화 활동’을 장려하는 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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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시민문화 활동’을 장려하는 공간
  • 배영수 기자
  • 승인 2018.08.08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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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방네 아지트]⑦ - 중구 신포동 ‘인천여관 X 루비살롱’
 

‘인천여관 X 루비살롱’ 입구 전경. ⓒ배영수

 
 
지난해 인천문화재단은 주민들이 직접 영유하고 창조하는 생활문화예술 활동을 민간 공간 차원에서 장려해주기 위해 ‘동네방네 아지트’라는 사업을 추진,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인천시는 올해 문화예술과 산하 ‘생활문화팀’을 신설해 예산을 지원하며 직접 사업을 시도하는 등 활성화에 나서고 있다.
<인천in>은 지난해 동네방네 아지트 사업에 선정된 공간을 비롯해 미선정 공간 혹은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공간 중 생활예술 차원의 문화공간으로서 정체성을 갖고 있는 공간을 소개한다. 


 

‘인천여관 X 루비살롱’ 내부 및 외관 재생을 주도한 이의중 건축가(왼쪽)와 이곳을 운영하는 이규영 루비레코드 대표. ⓒ배영수


 
 
‘인천여관 X 루비살롱’은 지난해 9월 오픈한, 신포동에서는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공간이다. 하지만 대중음악과 관련한 내공은 깊다. 이곳의 운영을 맡고 있는 이규영 대표는 지난 2007년부터 ‘루비레코드’를 설립해 현재도 운영하고 있는 인디 신 기획자로 홍대 중심의 인디 신에서 인기 밴드로 자리한 ‘피터팬 콤플렉스’와 ‘오리엔탈 쇼커스’, ‘이장혁’ 등의 매니지먼트를 해오고 있다.

‘인천여관 X 루비살롱’의 건물은 60년대 여관의 구조를 갖고 있었던 옛날 건물을 거의 손대지 않고 약간의 리모델링 및 청소작업만 해서 옛모습 그대로 운영하고 있다. 이 건물을 최대한 깨뜨리지 않고 카페 겸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기 전문가 이의중 씨를 끌어들였다. 그는 일본 구라시키 도시재생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경력이 있는 지역의 젊은 건축재생 전문가로 이후 인천에 정착해서도 일제강점기 시절 지어져 1960년대까지 얼음창고로 쓰이다 버려진 건물을 최대한 원형 그대로 살려 ‘빙고’라는 이름의 카페로 만드는 등 지역사회에서 건물 보존문화의 정착을 위해 힘써온 인물.

“사실 ‘인천여관’이라는 이름은 제가 지은 게 아닙니다. 원래 이 건물의 영업명이었죠. 제 쪽에서 건물을 매입하고 나서 알게 된 사실인데, 70년대 명 가수로 우리에겐 ‘눈이 내리네’의 주인공인 가수 이숙씨가 한때 여기서 여관영업을 하셨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과거에 어떤 이야기가 있는지 사실 몰랐던 음악기획자인 제가 이곳을 사들이면서, 나중에야 이 건물이 음악인과 적잖이 인연이 있음을 알게 된 거죠. 또 이의중 건축가도 “원형을 최대한 보존하면서 가자”고 했을 때, 이름도 웬만하면 바꾸지 말아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래서 과거의 영업명인 ‘인천여관’과 제가 운영했던 ‘루비살롱’의 이름을 프로젝트화 하자는 취지로 ‘인천여관 X 루비살롱’으로 이름을 짓게 된 거죠.“ (이규영)

 

‘인천여관 X 루비살롱’ 주최로 올해 봄 오픈마켓 ‘대청소하시장’이 열렸던 현장. ⓒ원종은


 
 
‘인천여관 X 루비살롱’이 ‘동네방네 아지트’를 통해 연재한 다른 공간과 한 가지 다른 점이라면, 그간 이곳은 인천시 혹은 인천문화재단이 지원하는 생활문화 파트 사업에는 한 차례도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기회는 있었다. 인천시에서 공모했던 생활문화 사업 ‘천 개의 오아시스’의 공간 파트에 지원해 최종 선정까지도 됐었고, 지원금까지 받을 기회도 있었다. 그러나 올 3월에 공모한 사업이 계속 미뤄지자 그는 “지원을 받으려고 시민들의 문화 활동에 대한 ‘좋은 시기’를 놓칠 수는 없다”며 과감히 이를 포기했고, 곧 자체 사업을 열었다. 그 결과 지역의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 열린 ‘ㅊㅁㅎ 전시회’를 비롯해 인근 주민들과도 함께 한 프리마켓 ‘대청소하시장’ 등을 통해 지역의 문화와 어느 정도 호흡하는 데에는 성과를 거두었다.
 
지난해 9월 오픈해 아직 1년이 채 되지 않은 이곳에서 이미 수차례의 전시 및 문화 프로그램들이 진행돼 왔거나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점은 놀랍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지난해에도 지역의 문화기획자인 고경표씨가 인천과 부산 등에 있던 한국 록 뮤지션들의 흔적을 모아 연 ‘비욘드 레코드’가 이곳의 오픈 기념 전시회로 열려 호평을 받았고, 이후 20대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과거 인천여관의 콘셉트와 연계해 꾸민 ‘빈 방 있어요?’ 등도 진행됐다.
 
올해도 프로그램들은 ‘ㅊㅁㅎ 전시회’와 ‘대청소하시장’ 외에도, 이곳에서 팟캐스트 형식으로 시작한 프로그램 ‘부둣가 라디오’는 과거 ‘굿모닝 인천’에도 소개된 바 있을 정도로 초기에 주목을 끌었다. 다만 팟캐스트 채널로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하에, 인천 출신의 음악평론가 김성환 등과 함께 조만간 음악 이야기들을 영상으로 전하는 유튜브 채널로 전환해 채널명을 바꾸어 현재 준비 중에 있다.
 
또 인천에서 유일무이한 월드뮤직(흔히 ‘제3세계 음악’이라 표현) 전문 동아리 ‘무지카 시에스타(Música Siesta)’가 지난 6월부터 이곳에서 정기적으로 음악 감상회를 진행 중에 있다.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이 되면 야외 감상회도 준비하고 있고, 독일에 본사를 둔 유럽 최고의 재즈 & 클래식 레이블 [ECM]을 조명하고 여기서 발매된 예술성 짙은 음반들을 직접 전시하는 일정도 마련돼 있다.
 
이런 준비과정과 행사들이 모두 민간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눈여겨 봐야할 대목이다. 또한 최대한 통제하지 않으면서, 이용자들의 자발성을 존중하는 이곳의 문화도 그렇다.

“이곳을 조성하면서 ‘꽉 짜인 목표를 잡기보다 기본적인 방향만 잡고 가자’는 신념이 있었어요. 그 때문에 조성기간이 더 걸리긴 했지만 앞으로도 이는 최대한 지켜가려 해요. 카페에서 일하는 친구들을 비롯해 입주해 있는 문화계 관계자와 전시 등을 계획 중인 기획자들을 묶어 진두지휘하는 것은 전 바람직하지 않다고 봤거든요. 여기선 모인 사람들이 주체가 될 수 있고, 제가 바깥에서 지켜보며 수입관리 등 최소한의 운영에만 관여했을 때 어디까지 발전이 가능할 것인지를 보고 싶고, 또 그들 스스로가 그들만의 방법으로 어떻게 일을 진행시키고 이루어 내는지도 지켜보고 싶어요. 지역에서 가능한 또다른 ‘문화적 재미’거든요.” (이규영)

 

인천여관의 1층 내부. 여관 기본구조 중 건물 하중을 받는 내력벽을 제외한 공간을 터 카페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곳 2층은 원래의 공간을 트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배영수
 

인천여관의 3층 루프탑. 왼쪽 실내공간에는 음악관련 장비와 자료들이 구비돼 있다. 야외 음악감상회 등 주로 음악 관련 프로젝트들이 이 공간에서 열린다. ⓒ배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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