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로 과열된 망상, 소화가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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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로 과열된 망상, 소화가 필요해
  • 안정환
  • 승인 2018.10.01 0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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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칼럼] 안정환 / 연세대학교 의공학부


20대를 관통하는 마인드맵을 그려보면 단연 빠질 수 없는 단어가 SNS다. 스마트폰의 도입 이후 꾸준히 주목되어 왔던 SNS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에 촉각을 세우기에는 사람들의 인식은 무뎌졌고 SNS는 우리 삶의 일부가 된 지 오래다. 단순히 신기술에 매료됐다기 보다는 그것이 가진 순기능이 현대인의 삶의 변화를 이끌어냈다는 것이 적절한 해석일 것이다. 그러나 요즈음 일련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들에서 보이는 비상식적인 주장과 행동은 다소 진부할지라도 SNS의 역기능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봐야 할 계기가 되어야 할 것 같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인터넷 커뮤니티 ID를 하나씩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곳에서 우리는 원하는 정보를 찾고 공유하고 교류하며 지식의 목마름도 해소한다. 하지만 인터넷 커뮤니티는 종종 익명을 기반으로 정제되지 않은 감정 찌꺼기를 배출하며 무차별적으로 퍼붓는 언어도단의 폭언으로 얼룩진 공간으로 변질되기도 한다. 그곳에서 떠도는 출처불명의 그럴싸한 글들과 악마의 편집으로 짜깁기 된 콜라주는 우리의 마음 속 깊은 곳에 꽁꽁 싸매놓았던 불편한 감정을 끄집어내어 현혹하고 눈을 멀게 만든다. 심지어 누구는 행동으로 표출하기까지 한다.
 

  대체로 심심함을 달래기 위해서, 대학교 강의 시간표를 짜기 위해서, 필요한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서 인터넷 커뮤니티에 가입한다. 그 안에서 익명으로 재밌는 이야기를 늘어놓고 시간표를 공유하며 서로의 일상에 공감하고 웃는다. 그 만큼 감정에 많이 노출되어 있는 장소가 인터넷 커뮤니티라고 볼 수 있다. 그들의 기쁨에, 억울함과 분노에 절절이 공감하고 일반화의 오류까지 의식이 번져가는 데에 드는 시간은 길지 않다. 공감수와 좋아요, 줄줄이 달리는 자극적인 댓글이 의식의 흐름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커뮤니티의 몇 천, 몇 만 명의 사용자가 자신과 뜻을 같이하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런데, 언제부터 유머와 익명으로 점철된 공간이 나와 세상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된 것일까?
 

  과장 같지만 인터넷 커뮤니티의 글로 세상을 바라보고 인식하는 젊은이가 결코 적은 수가 아니다. 한편에서는 유튜브로 왜곡된 소식을 접하는 어르신들의 뉴스가 또다른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지만, 이것이 비단 젊고 늙음의 문제만은 아닐 것이다. 정보의 바다라고 일컫는 인터넷 공간에서, 그리고 앞으로 더 다가올 발전된 과학문명과 정보의 해일에서 우리가 미래를 받아들이는 태도를 바꾸어야 할 때가 온 것이 아닐까.
 

  모 케이블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에서 게스트들 간의 분위기가 과열되자 한 패널이 나서서 한 마디로 정리 한다. ‘예능은 예능일 뿐, 오해하지 말자’. 우리가 TV를 통해 보는 방송인 누구의 모습을 그 사람의 실제 모습이라고 믿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각자가 방송을 위한 캐릭터로 평소답지 않은 자신을 연기하고 일정 부분 희생함으로써 웃음과 재미를 만든다. 결코 그들의 삶 100%를 방송에 내보이지 않고 스스로를 목적에 따라 분리시킬 줄 안다.
 

  인터넷 커뮤니티의 감정을 찌르는 날카로운 글에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도 이와 같아야 하지 않을까. 오프라인의 자신과 온라인의 자신을 분리시켜 보는 것이다. 우리가 오프라인으로 겪어보지 않은 것들에 사회의 이면을 대입하고 그것을 추리하고 단정 짓는 행동은 장님 코끼리 만지는 격이다. 물론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좋은 글은 많겠지만 그 애매모호함에 허와 실을 찾아내기 어렵고 시간 드는 일이다. 그럴 때는 ‘유머는 유머일 뿐. 오해하지 말자’ 고 웃어 넘기는 것이 나름의 평화로운 방법이 아닐까 싶다.
 

  인터넷은 분명 대단한 발명이지만 아직 세상 전부를 담아낼 정도로 완벽한 완성품이기보다 우리에게 좀더 신중함을 요구하는 시대적 요구로 인식해야 할 것으로 본다. 함부로 판단하고 그 진위를 가리지 못하는 어리석음에 종소리를 울릴 줄 알아야 한다. 대형 모니터 속의 세상보다 더 크고 넓고 먼 곳을 바라보는 우리 눈과 정신의 시야에 집중할 때 비로소 정직해질 수 있지 않을까. SNS로 과열되는 생각 회로와 피 쏠리는 안구를 잠시 쉬게 만들고 시덥지 않은 모니터 속 세상과 유혹들에서 자유로워진다면 이 또한 즐거운 시도가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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