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바쁘다 바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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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바쁘다 바뻐!!
  • 강영희
  • 승인 2018.10.18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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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제대로 된 정책이 바탕이 돼야 지속될 수 있는 것들~




도원역 3번 출구에서 나와 도원교를 건너 철로변 내리막길에 들어서면 심기일전心機一轉. 일종의 모드 전환이 된다. 십 수 년 같은 길을 걸으며 많은 시간이 그랬다.
 
부평 빽빽한 주택가를 나와 버스를 타고 높다란 건물들 사이를 지나 부평역 근처, 높다란 건물이 늘어선 도심 한 가운데 작은 버스정류장에 내려 지하상가로 들어가서 닫힌 상가들을 지나 커다란 건물 아래를 통과하고 계단을 이리저리 내리락 오르락 하면 부평역 플랫폼이다.
 
호그와트 마법학교를 가는 9와 3/4 플래폼처럼 부평역 플래폼에서 전철을 타고 도원역에서 내리면 전혀 다른 세상에 들어서는 것 같다. 부평에서는 높은 건물들 사이로 고개를 들어야 겨우 볼 수 있는 하늘이 이곳에서는 바로 내 눈앞에 짠! 하고 펼쳐지기 때문이다. 

대추나무에 대추가, 감나무에 감이 열리고, 5월이 아닌 가을에도 장미가 아름답게 피지만 고고한 국화가 어느집 화단에서나 즐겨 피어있는 것을 만날 수 있다. 이런 자연스러운 변화를 느낄 수 있는 길 위의 풍경은 아침의 즐거움이다. 



  
 
 



노랗던 철로변길 벚나무 잎이 어느덧 붉게 물들어가며 떨어지고 있었다. 발끝에 떨어진 낙엽을 주울까 말까 망설이는데 잔뜩 쌓아놓은 건축자재들에 곳곳에 마구 늘어서 있어 숨이 턱 막혔다. ‘도대체 공사는 언제 끝나는 거지? 왜 이렇게 엉망으로 사람들의 길을 어지럽히지? 위험하고 지저분하고.. ’ 그렇게 즐거운 기분이 망쳐졌다.
 
짜증스런 마음이 들 즈음 어제까지 제법 푸르고 무성하던 나뭇가지들이 싹뚝싹뚝 잘려져 쌓여 있었다. 히말라야 시타의 아름다운 가지도 잘렸고, 치렁치렁 늘어진 넝쿨장미 가지도 꽃망울이 있는데 무심히 잘렸다. 이제 막 물들기 시작한 벚나무 가지도 아랫부분이 삭둑 잘렸다. 속이 시려왔다.
 
‘너무해 .. 10월 말쯤, 아니 11월 중순쯤 잘라도 될 텐데 .. 길고 긴 겨울이 곧 올 텐데 이렇게 미리 잘라 버릴 건 뭐야 ..’ 하며 무심함에 일어난 화는 곧이어 분노에 이르렀다. 눈이 펑펑 내리고 쌓이는 한 겨울까지 무채색인 철로변길에 붉은 열매로 따뜻함을 더해주는 백량금 나무까지 몽땅 잘려 쌓여 잇는 것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벚나무가 많이 자라 가로등이 가려져서 길이 어두워 무섭다는 주민들이 많았다. 그래서 가지치기를 했나 싶었지만 막상 잘라낸 나무들 사이의 가로등은 몇 개 되지 않았다.
 
‘철로변 걷고 싶은 길 조성사업’ 때 야외갤러리 만든다고 1미터 높이로 장식용 가로등을 설치했는데 눈을 어지럽힐 뿐 밝기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았고, 심지어 관리도 되지 않아 고장 나고 깜박이고 꺼진 것도 여러 개 되었다.
 
당시 주민들 공청회며 설명회며 다 가졌지만 그 계획은 거의 수용되지 않았고, 애초의 설계 그대로 진행되었다. 겨우 5년 지났는데 애초에 마련된 갖가지 설치물들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은 문제가 그대로 드러났다. 만드는 것 보다 관리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 알텐데 전시성 사업이라서 그런가? 관리가  소홀해 다양한 문제들이 발생하는게 마을에서 보는 관 사업의 특성이기도 하다. 





철로변길 입구 빌라옆에 2007년 심어 커다랗고 아름답게 자란 벚나무를 뽑아버리고 덩그러니 철재하트를 꽂아두었는데 역시 관리가 되지 않아 몰골이 말이 아니다. 이리저리 자란 풀은 자르지도 않고 관리되지 않으니 지나가는 차량과 빌라 주민들이 버리는 쓰레기가 쌓여 그 길을 오가는 주민들의 원성이 적지 않다.

2007년 원래 흑무더기 쌓여있는 공간에 팬지 같은 조성용 꽃이 심어진 것이 전부였는데 지역환경개선을 위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작은 쉼터를 만들었고, 벚나무를 심었고, 다양한  꽃들도 심어져 있어 오가는 학생들과 주민들이 쉬어가는 <한평공원 하루터>였다. 



@2007년 한평공원애 심은 벚나무

 @소박하게 가꾼 공원에서 멋진 꽃을 피웠다.

@2014년 빌라가 들어서며 마구잡이로 쌓아놓은 건축자재속에서도 버텨냈다.





2015년 4월 이렇게 커다랗고 아름다운 벚나무는 마지막 꽃을 피웠다.  유정복 전 시장이 펼친 애인정책에 맞춰 하트조형물을 한 가운데 박아 공원을 조성한다며 이 나무 가지를 몽땅 자르고 파내 옮겨 심었는데 결국 죽고 말았기 때문이다. 

주민이 심은 나무 한 그루  살리지 못하고, 멀쩡히 만들어 놓은 공원조차 관리가 안되는데 사업비 지원을 할때 지속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받아서 쓰고 버리는 문화가 아닌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는데 집중해야 하지 않을가? 

정권이 바뀔때 바뀌는 담당자와 사업내용들에 주민들은 혼란스럽다. 지역과 지역민을 위한 사업이라면 그것을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은 누가 되도 진행되어야 하는 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법을 위해서는 주민의 자발성 뿐만아니라 정치인과 지자체 지자체 공무원이 원칙적으로 합의하고 갈 수 있는 방안도 마련되어야 할 것 같다.





10월 도시 곳곳이 바쁘다. 밀린 숙제를 하듯 다양한 행사들이 하루에도 몇 군데씩 진행된다. 회계연도라는 것 때문에 쉽게 바꿀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봄가을 집중된 행사에 가고 싶어도 못가고, 보고 싶어도 볼 수 없는 것들이 많다. 회계연도를 나눠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든 계절에 다양한 활동들이 지속되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배다리는 금창동 쇠뿔마을 희망지에서 주민들과 동네마켓이며 도자기 문패 만들기, 천연염색 체험 등 소소한 공동체 사업과 활동들을 하고 있고, 생활문화공간 달이네에서는 '배다리 마을로 가는 교실-일상이 축제가 되는 프로그램과 자립을 위한 손맛나는 교실이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프로그램 문의는 010-9007-3427  또는 페이스북 페이지 '생활문화공간 달이네'에 관련 글에 쪽글을 남기면 된다.






10월 13일 쇠뿔마을 동네마켓과 만국시장 별책부록, 인천 독립출판&동네책방 두번째 북마켓도 함께 열렸으나 지독한 더위와 가뭄으로 배다리 텃밭정원 들꽃과 풀섶이 일찍 정리가 되어 아쉬움이 크다.









꽤 쌀쌀해진 날씨가 마켓 당일에는 맑고 따뜻해졌다. 아쉽게도 볼 수 없었던 코스모스는 작년 풍경을 빌려 누려보는 걸로~ 책과 코스모스가 참 잘 어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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