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영향분석은 왜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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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영향분석은 왜 하는가?
  • 김미경
  • 승인 2018.12.04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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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김미경 / 한국갈등조정가협의회 공공갈등분과 회장


 

갈등영향분석은 왜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최근 지자체의 크고 작은 갈등에 대해 갈등영향분석이라는 틀을 이용하여 갈등을 진단하고 갈등관리와 해결을 위한 대안으로 행정절차에 활용하고 있다. 기존 행정절차 상의 문제는 없으나 주민들의 이해관계 등과 얽히면서 교착상태에 빠져있거나 새로운 사업을 진행하면서 갈등이 예상되어 이해당사자들의 입장과 욕구 등을 심층적으로 다루고 파악하기 위해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07년 제정된 갈등예방과 해결에 관한 대통령령으로 규정된 내용으로 살펴보면, ‘공공정책을 수립·시행·변경함에 있어서 국민생활에 중대하고 광범위한 영향을 주거나 국민의 이해상충으로 인하여 과도한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갈등영향분석을 실시할 수 있다’고 정리하고 있다.

 

행정현장에서는 굳이 절차상의 하자가 없는데 갈등이 예견된다 해서 꼭 갈등영향분석을 해야 하는가? 라는 볼멘소리도 있다. “절차하나를 더 만들어 복잡하게 한다.”거나 “모두가 동의하는 내용을 만들어 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예전 우리가 사업을 진행할 때는 그런 말들을 모두 제압하고 밀어붙여 했다.” “그렇게 일일이 대응하는 것은 사업의지가 없는 것이다.”라는 논리로 갈등관리에 대한 긍정적인 동의보다 조롱 섞인 말을 던지곤 한다.

 

중앙부처의 공모사업은 때때로 재정이 열악하거나 사업에 대한 추진의지가 강한 자치단체에서 공모를 통해 사업비의 상당부분을 해소하기도 한다. 공모가 진행되면 사업계획에서부터 사업에 대한 설명회, 실사 등 다양한 검증과정을 통해 결정된다. 이 과정은 지방자치단체 간 경쟁이 치열하고 준비에도 상당한 공을 들인다. 지자체 마다 공모사업에 대한 사업계획과 내용이 엇비슷하여 변별력을 찾고자 할 때 반드시 고려되는 사항이 있다. 실제 ‘이해당사자인 주민과의 갈등은 있는가?’, ‘갈등에 대한 해소방안은 있는가?’, ‘사업 전반적의 갈등관리방안이 있는가?’ 등이다.

 
 


<인천시 부평구 갈등영향분석 보고회>

 

실제로 중앙부처의 실사경험을 했던 필자의 경우 당시의 질문요지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갈등이 예상되는 부분의 총괄적인 갈등관리방안 계획이 있는가?, 갈등이 일어났을 때 어떤 방식으로 대응할 수 있는가? 등의 구체적인 접근방식의 질문이었다. 대답은 이랬다. 사업전체의 통합적인 갈등관리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갈등영향분석과 갈등조정, 갈등전문가 등을 활용하여 갈등의 사전, 사후적인 관리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덧붙여 이러한 과정에서 주민들은 행정과 충분히 소통하고, 이해를 돕고, 자신의 의견을 반영 할 수 있다고 했다. 과정이 복잡하고 어려워 보이기는 하나 결과적으로 실행하는 과정에서 이해당사자인 주민이 행복하고 행정수행 과정도 행복해 질 수 있으며 지속가능한 행정을 펼치는 과정임을 설명을 했다. 후일담으로 들려온 이야기로는 갈등관리의 노력은 사업의 진정성을 느끼게 하고 경쟁하는 다른 지방자치단체와 가장 큰 변별력이라고...

 

한 달 전 지방자치단체의 갈등영향분석 진행과 관련하여 전문가로 참석하게 되었다. 갈등영향분석의 틀을 제대로 정리하고 있는지, 방향성은 적합한지, 갈등영향분석을 위해 행정은 어떤 준비와 과정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자리였다. 부자치단체장을 포함하여 고위직의 행정 관료들이 참석하여 분석을 진행하게 된 용역사와 함께 회의하는 자리였다. 회의가 진행되면서 갈등영향분석에 대한 내용과 진행에 대한 궁금함이나 질문보다 행정의 욕구를 갈등영향분석에 담으려는 욕구가 크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회의진행 내내 고위직에 있을수록 그간 사업에서 충분히 다뤄내지 못한 미진한 부분이나 새로 추가하고자 하는 영역을 중심으로 이번 용역과정에 포함해 주길 정중하게 부탁하였다. 공모사업에 선정되기 위해 말로는 정중한 부탁이지만 용역을 진행하는 을의 입장인 용역사는 본의 아니게 가이드라인을 종용 받는 모습으로 비춰졌다. 갈등영향분석에 대한 이해가 충분하지 않아서 오는 오해와 편견이 있다고 생각하여 보다 못해 이야기를 꺼냈다.

 

갈등영향분석에서 다뤄야 하는 기본적인 것들에 대해 이야기 했다. 우선 생각하는 것처럼 필요한 사항을 넣어서 분석하는 것이 아니라 분석틀에 맞게 정리해야 한다는 것을 기준으로 반드시 담아줘야 할 사항으로는 공공정책의 개요 및 기대효과, 이해관계인의 확인 및 의견조사내용, 관련단체 및 전문가 의견, 갈등유발요인 및 예상되는 주요쟁점,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영향, 갈등의 예방·해결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 그 밖의 갈등의 예방·해경을 위하여 필요한 사항 등 7가지 정도가 갈등메뉴얼에서 다루는 갈등영향분석의 내용이라 설명했다. 다시 말하면 자치단체의 욕구를 반영하는 과정은 일방적인 과정이 아니라 분석의 틀에서는 행정도 이해당사자로서 입장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아마도 기존의 용역처럼 생각되어 이것저것 욕구를 더 담아 낼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현재 진행되는 갈등영향분석만으로도 훌륭한 평가를 받을 수 있으며 요구한 내용을 담아 낼 경우 갈등영향분석의 진정성을 오히려 의심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있는 그대로의 갈등영향분석이 실제 평가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득했다. 결국 용역사와 자치단체 간의 이야기가 오고가야 하는 회의에서 전문가로 불려간 필자와 또 다른 전문가가 둘이 갈등영향분석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해소하는 회의로 진행되었다. 함께 했던 전문가는 중앙부처의 갈등관리에 대한 평가와 심사를 주로 하고 있어 이러한 변화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기도 했다. 회의 말미에 부단체장은 기존의 용역과 다른 의미를 이해하며 본인이 주장했던 내용들을 철회하였다.

 

지난달 20일 민·관·군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 한국행정연구원, 공군)이 함께 주최한 갈등관리세미나가 열렸다. 아홉 번째인 올해 주제는 ‘갈등은 변화의 기회가 되는가?’ 였다. 보수적인 시각을 갖는 군에서, 갈등관리를 열심히 잘하고 있는 공군에서 매년 실시해왔던 행사이다. 기회가 될 때마다 참석해 오고 있는데 올해 특이 했던 발표 내용이 ‘공군의 방공유도탄도부대 이전 요구에 대한 갈등영향분석’ 이었다. 분석의 추진배경으로는 부대건설 이후 급격한 도시성장이 이루어져 지리적으로 도시의 중간에 위치하게 되었고, 주변에 함께 있던 부대는 이미 이전되었으며, 주변의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이전을 요구하고 선거철이 되면 부대이전이 공약사항으로 항상 언급되고 있는 실정이며, 무엇보다 주변에 고층아파트가 늘어나고 있어 부대 이전에 대한 요구가 기존보다 높아질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갈등발생 이전에 전략적 선택을 위한 갈등영향분석이 필요하다고 하였다.

 

행정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서도 갈등영향분석을 적절히 활용하여, 갈등은 위기라는 의식에서 벗어나 변화의 동력이며 기회로 삼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노력 가운데 사회변화의 혁신적 요소들을 발견하고 만들어 간다면 갈등은 더 이상 불편하거나 힘겨운 것이 아니라 한 단계 성숙한 과정의 학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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