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기억, 무심히 변한 골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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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한 기억, 무심히 변한 골목
  • 고제민
  • 승인 2018.12.14 0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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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기억 따라 걷는 율목동 좁은길
율목동 골목길에서 32×24(cm) Pen, watercolor on paper 2018

 
 수인선을 따라 걷다 보면, 일제 강점기 인천항을 통해 거둬들인 우리 쌀을 일본으로 실어 날랐던 아픈 역사를 떠올리게 됩니다. 전국에서 실어온 쌀을 정미하던 신흥동, 쌀 거래 투기장 미두취인소가 있었던 신포동, 미곡 중계사업소 근업소가 있었던 율목동 일대는 일제강점기 때 제일 번화했던 곳입니다. 지금은 낙후한 구도심이 되었고 옛 흔적이 별로 남아있지 않지만 율목동 서쪽 언덕만큼은 옛 모습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 시간 여행을 할 수 있습니다.
 
 어릴 적 친구들과 율목동 언덕 꼭대기에 있던 풀장에서 놀던 기억과 율목도서관에서 시험공부 한다고 모여 수다 떨던 기억들이 아직도 선명한데 지금은 길을 잃을 만큼 너무 많이 변해 버렸습니다. 그 시절만 해도 적산가옥이 많은 부자 동네이었지만 지금은 비좁은 골목길만 남아있고, 이마저 재개발로 옛 모습이 다 사라질지도 모른다 하니 좀 안타깝기도 합니다.
 
 싸리재로 넘어가는 깊은 축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지은 지 백 년쯤 되어 보이는 옛집들이 줄지어 서있습니다. 어릴적 높은 언덕에 서 있는 집들이 하늘에 닿을 만큼 높아 보여 인천항이 한눈에 내려다보이고 저녁때면 안방에 앉아서도 아름다운 인천 바다 노을을 바라볼 수 있었을 것 같아 부럽기도 했네요....

하지만 지금은 너무 쇠락하여 여기저기 허물어진 담벼락도 보이고 낡은 기와지붕 위에는 잡초가 무성합니다.
 
                                                                                                  2018. 12. 13 글 그림 고제민



율목동 기와지붕 32×24(cm) Pen, watercolor on paper 2018

 

    
    율목동 담벽 32×24(cm) Pen, watercolor on paper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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