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도시를 꿈꾼 청라와 공촌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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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도시를 꿈꾼 청라와 공촌천
  • 장정구
  • 승인 2019.02.19 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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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공촌천 -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황새, 큰고니, 흑두루미, 검독수리, 저어새, 노랑부리저어새, 검은머리갈매기, 알락꼬리마도요, 수리부엉이, 칡부엉이, 올빼미, 소쩍새, 검은머리물떼새, 황조롱이, 잿빛개구리매, 가창오리, 말똥가리, 큰말똥가리, 큰기러기, 금개구리, 맹꽁이, 삵, 물장군
 

지금은 경제자유구역 또는 국제도시라 불리는 청라에서 2006년 관찰된 멸종위기종과 천연기념물 야생동물들이다. 이들 대부분이 경제자유구역개발사업을 위한 환경영향평가서에 누락되면서 당시 큰 사회적 논란이 되었다. 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4계절이 반영된 자연환경조사가 기본이고 상식이다. 그런데 새는 2월 중순부터 6월 중순까지 3차례만 조사했고 그 외 생물종도 3월부터 7월까지만 조사한 것으로 기록되어 있었다. 당시 청라 어디에서나 흔하게 발자국이나 배설물만이 아니라 실물을 어렵지 않게 관찰할 수 있는 대형포유류, 고라니도 평가서에 누락되어 있었다.
 

청라지구는 두루미도래지로 1980년대 중반까지 천연기념물 제257호였던 곳이다. 청라지구에는 동서로 두 개의 하천이 흐른다. 공촌천과 심곡천이다. 공촌천에는 2006년 황새가 나타났다. 사진으로만 봤던 황새를 공촌천 청라구간에서 만난 후 하루가 멀다하고 청라와 공촌천엘 다녔다. 그러나 그날 이후 더 이상 황새를 볼 수가 없었다. 황새는 ‘송단(松檀) 황새’ 또는 ‘관학(鶴)’이라 하여 그림 등에 자주 등장한 우리나라에서 제법 흔한 텃새였다. 그러나 1960년대 이후 서식지의 파괴 등으로 겨울에만 소수가 도래하다가 최근 종복원이 추진되고 있다. 교동도에 황새서식지 복원이 언급되어 기대감 부풀었던 적도 있다.



 

<2006년 청라 공촌천에서 만난 황새>


인천시민들은 식수원은 한강이다. 300만 시민 중 약 절반은 팔당 물을, 나머지 절반가량은 잠실에서 취수한 물을 먹는다. 남동정수장과 수산정수장에 공급되는 원수는 팔당에서, 부평정수장과 공촌정수장에 공급되는 물은 잠실에서부터 온다. 부평정수장과 공촌정수장에서 정화한 물은 부평구와 계양구, 서구 주민 등 약 150만명에게 공급된다. 공촌정수장은 공촌천 상류에 있다. 공촌천은 천마산에서 계양산으로 이어지는 한남정맥에서 시작된다. 계양산 정상부와 피고개산 기슭에서 발원하는 물줄기와 인천인재개발원 뒤 산너머에서 시작된 물줄기가 공촌정수장을 지나면서 만나 제법 큰 물줄기가 이루고 지방하천 공촌천이 된다. 
 

계양구에서 서구로 징맹이고개를 내려가다 보면 양쪽으로 철조망이 보인다. 사유지임을 알 수 있는 영역표시이다. 이곳은 90년대 간이골프장, 눈썰매장 등 위락시설이 추진되었던 곳으로 공촌천 최상류 계양산자락이다. 대규모 위락시설계획이 알려지자 첫 번째 계양산살리기범시민운동이 시작되었다. 93년 인천시가 개발계획안을 반려하면서 첫 번째 계양산 대규모 개발 논란도 인천시민의 승리로 끝났다. 조금 평평한 곳으로 이르면 예비군훈련장이다. 훈련장으로 지나면 공촌정수장이다. 공촌천에도 복개된 부분이 있다. 경명대로를 따라 공천정수장 내에 폭 8m, 길이 600m 녹지가 있는데 바로 이 부분이 복개구간이다. 
 

경명대로를 건너온 공촌천은 넓은 들판을 만난다. 인천광역시 서부교육지원청에서부터 청라도발전소까지 약 9km가 지방하천이다. 공촌천 주변으로 아직도 논이 있고 비닐하우스가 있다. 논에 물을 공급하는, 한강에서부터 온 또 다른 물길 농수로가 남아있다. 봄이면 비닐하우스에서 공촌천에 호스가 드리워지고 모터가 돌아간다. 공촌천 상류에는 공장과 같은 오염원이 없다. 수질이 제법 괜찮아 아직 농업용수로 쓰이기도 한다. 하천이 정비되면서 징검다리가 놓였다. 공촌천 하류에는 배수갑문이 있고 중간중간 보가 남아있고 복개구간도 있지만 지금도 제법 괜찮은 도시하천이고 앞으로 더 좋아질 하천이다.

 
창포꽃 하늘거리는 하천, 자연형하천사업 당시의 공촌천의 테마다.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불과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인천 하천들은 도시화, 산업화로 전국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수질이 안좋았다. 2003년 하천을 정비하여 자연생태계를 복원하고 시민들에게 쾌적한 생활환경을 제공할 목적으로 인천시는 민관거버넌스기구로 하천살리기추진단을 구성했다. 이후 굴포천, 승기천, 공촌천, 장수천, 나진포천 등 5대 하천 살리기사업을 추진했고 공촌천도 2009년 자연형 하천공사가 완료되었다.

 
‘공촌천아! 사랑해!’ 공촌천 둑방길을 따라 내려가면 누군가가 가꾸고 있는 화단이 보인다. 붉은색 조끼를 맞춰 있는 주민들이 집게와 자루를 들고 하천에서 쓰레기를 줍고 있다. 2014아시아드경기장이 보일 만치 내려오니 하천에는 왜가리와 흰뺨검둥오리 떼가 불청객의 등장에 급히 날아오른다. 좀 더 내려오자 공장인지 고물상인지 알 수 공간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 뒤로는 민간특례개발이 언급되는, 2020년이면 일몰제 대상인 공원예정지이다.



 

주물공단을 지나자 청라의 아파트 숲이다. 저 멀리 요즘 인천의 핫이슈인 청라소각장 굴뚝과 발전소 굴뚝이 눈에 들어온다. 저 멀리 계양산을, 또 저 멀리 마니산을 계속 볼 수 있을까 생각하는 사이 송아지만한 개를 산책시키는 아저씨를 지나간다.

 
“공촌천, 바다, 심곡천, 중앙호수공원, 한 바퀴를 돌면 약 10km에요”
”발전소 구간만 지날 수 있게 해주면 조깅하고 산책하기 딱 좋은 곳이에요“
”물론 악취와 미세먼지가 없은 날이어야겠지만요. 하하하”

 
한때 청라지구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한국의 베네치아’, ‘물의 도시’라는 표현이 주를 이뤘다. 개발사업자인 한국토지공사(현재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기공식에서 청라를 이탈리아 베네치아에 버금가는 수상도시로 만들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수상교통뿐 아니라 관광과 레저를 위해 청라지구 중앙에 대형 호수를 조성하고 공촌천과 심곡천을 연결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이었다. 당시 심곡천과 공촌천이 비록 지방하천이긴 하지만 하천길이가 작고 유량이 적어 운하유지에 필요한 수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평가였다. 물을 가두는 방식보다는 자연스럽게 유통시키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는 제안은 이미 10년 전의 일이다. 새가 날던 공촌천 하류 한쪽에는 아파트가 빼곡하게, 다른 한쪽에는 골프장이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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