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의 행복은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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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행복은 갈등을 해결하려는 노력에서 나온다
  • 김미경
  • 승인 2019.05.0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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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김미경 / 한국갈등조정가협의회 공공갈등분과 회장

<인처한부모가족지원센터가 진행한 2019년 3월 양육미혼모 프로그램>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4월까지 양육미혼모인 분들과 함께 사회적인 네트워크와 안전망 구축을 위한 자조모임(self help healing group)을 진행했다. 모 가구업체에서 후원하였으며, 양육하는 미혼모들의 자녀에게 필요한 공부방을 꾸며주는 물질적 지원과 함께 엄마들에게는 자조모임을 통해 힘겨웠던 마음을 치유하고, 사회연결망을 복원하도록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이었다.
 
공공갈등을 본격적으로 다루어왔던 십여 년 동안은 대체적으로 법원의 조정위원으로 소송사건의 당사자들을 만난 것 이외에는 개인이나 가족갈등을 본격적으로 다루고 있지 않았다. 자조모임이라는 형태를 통해 자신과 가족에 대한 갈등요소를 탐구해보고 미래에 원하는 자기모습과 가족의 모습을 그려보며 현재의 삶의 태도와 방향, 관계 등을 재구성하는 것을 지원 하는 것이었다.
 
지난달 마지막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고백처럼 이야기하는 참여자가 있었다. 자신의 감정에 충실하고 자신에게 늘 괜찮다고 되 뇌이면서 스스로를 다독인다고 했다. 미혼모이다 보니 타인의 시선이 부담스럽고, 원가족 내에서도 편치 않아 갈등하는 마음을 늘 저변에 갖고 있었는데, 이제 자신에게 손을 들어 줬다고 했다. 미혼모로 살아오며 이중 삼중의 갈등구조 속에서, 당당히 맞서기 보다는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다 보니, 자신이 자꾸 작아지고 초라해지며 하찮은 사람으로 느껴졌다고 했다.
 
첫모임의 기억으로는 당차게 자기소개와 함께 양육을 선택한 미혼모 과정을 스스럼없이 이야기 했었다. 이야기 말미에 부부가 함께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는 혼자 아이를 잘 키우는 것이 좋겠다는 판단에서 스스로 선택한 결과라고 했다. 길지 않았던 생활에서 갈등으로 사사건건 부딪치고 좌충우돌 하며 내린 결론이라 했다. 그리고 지금도 후회하지 않고 잘한 결정이었다고 다짐하듯 이야기 했다. 대단한 자존감과 자기정체성이 어디에서 왔을까 궁금했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면서 자기주변의 관계를 정리해 보기도 하고, 자기 내면의 갈등요소도 탐색하면서, 원가족과의 관계를 깊이 들여 다 보는 기회를 가졌다. 폐쇄적이었던 다른 참여자들도 천천히 마음을 열어가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참여자들이 훌쩍이며 공감하고 동일시했던 과정은 원가족을 그려보고(가계도) 자신의 성장과정과 가족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 할 때였다.
 
이야기를 요약해 보면, 때때로 가족은 내게 많은 힘과 용기를 주기도 하지만 절망과 좌절을 주기도 한다는 것이었다. 어느 부모가, 어느 가족이 절망과 좌절을 일부러 주려하겠는가? 성장과정의 속내와 집안마다 묻어 둔 속살을 드러내고 상처와 소금이 오가며, 가족으로부터 튕겨져 나가고, 가족을 저주하고, 혼자임을 선언하기도 했단다. 시간이 흐르고 상처가 아물고 나이를 먹으며, 아이를 키우고 부모의 마음이 되고서야, 상처의 대상이었던 엄마와 아버지를 향해 어렴풋이 갈무리된 마음을 전해 보지만, 서로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달라 마음 전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는 결론.
 
그리하여 당당하게 미혼모를 선택하고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를 이야기 했던 고백의 주인공은 이제야 아이와 단둘이 가족을 이루어 행복하다는 이야기 속에서, 그동안 갈등하고 마음 졸이던 소심한 상처받은 자신을 보냈다. 자신이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마음도 보냈다. 떠나보내는 과정은 정화와 치유가 임했다고 했다. 왜 아버지와 헤어지게 되었는지,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아들과 어떻게 살고 싶은지. 조근 조근 아들에게 설명하는 모습에서 건강함과 온전함이 묻어나고 고마운 마음이 올라왔다.
 
가족의 모습은 시절에 따라 변하고 역할도 바뀐다. 그 만큼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만들어 지고 있다. 정상가족, 비정상가족이 있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가족과 불행한 가족이 있을 뿐이다. 행복한 가정의 지름길은 갈등을 최소화 하고 갈등해소를 위해 힘써야 한다. 그러자면 이야기를 많이 해야 하고 잘 들어야 한다. 소통을 원활하게 해야 한다. 어떤 억압도 갈등도 느끼지 않을 때 소통은 자유롭고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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