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봉댁의 손님맞이 노하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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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봉댁의 손님맞이 노하우
  • 문미정, 송석영
  • 승인 2019.05.17 0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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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서로에게 쉼이 되는 만남

 
5월이 되자마자 방문객이 늘어나고 있다. 이모를 만나러 미국에 다녀오셨던 친정엄마가 돌아오시자 기다렸다는 듯이 시어머니와 함께 장봉도를 찾으셨다. 친정엄마의 방문 주 목적은 ‘쑥 뜯기’.

장봉에 오시자마자 쑥 뜯으러 나가신다. 다른 집 친정 엄마들은 딸네 집에 오면 청소며 빨래며 설거지며 다 해주시고 반찬까지 만들어 주고 가시던데... 우리 엄마는 엄마 만의 놀이에 분주하시다. 바쁜 일과 중에 모시러 나가고 주변에 쑥 뜯을 곳을 알려주고 하느라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좀 야속하기도 했지만, 그래도 어떠랴! 그만큼 건강하시다는 것이 아닌가!
 
쑥을 뜯기 위해 장봉도를 두 번이나 방문한 이도 있으니 육지에 살 때, 이웃사촌으로 지내던 두 딸을 둔 젊은 부부다. 아이 둘은 남편에게 맡겨두고 하루 종일 쑥을 뜯었다. 한아름 쑥을 뜯어가며 어찌나 뿌듯해 하던지. 2주를 연이어 찾아 왔는데 한번은 그의 친구 가족도 함께 와서 온 동네가 아이들 천지가 되었다.



 

하루는 남편의 교회 학교 제자의 가족이 찾아왔다. 신세진 것이 있다며 고기를 먹여주고 싶었는지 고기며 탕이며 다 손질하여 준비해온 가족이다. 남편이 늘 입이 달토록 칭찬하던 제자들 중 하나인데 이제는 아이를 둔 가정을 이루어 이렇게 이웃으로 맞이하게 되는 것이 신기하다. 제자 네 가족이라 그런지 오히려 호스트인 우리를 손 하나 까딱하지 못하게 한다. 때가 꼬질꼬질한 씽크대까지 깨끗하게 만들어 주고 갔다. 우리 가족은 그렇게 하루종일 얻어먹고, 받아먹기만 했다.



 

최근 방문한 손님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손님은 자원봉사자 가족이다. 직장에서 하는 일이 영농 일인데 밭에 일손이 달려 주말이지만 자원봉사자를 요청하여서 받은 가족이다.

토요일 오전, 단아하고 예쁜 엄마와 고등학교 1학년의 남학생을 맞이했다. 이 가족은 하루 종일 밭에 모종을 심고, 비료를 주입하고, 씨앗을 파종해 주었다.

손에 흙 한번 만져보지 못한 듯 한 외모와 말투여서 하실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장갑을 끼면 일이 더디다며 장갑도 끼지 않고 맨손으로 남은 일을 다 해주고 가셨다.
 
중간 중간 돌아보며 힘들지 않냐고 묻자, 어머니는 밭을 가꾸며 느낀 사색을 나눠주신다. “이렇게 흙을 만지며 일하니 자연스럽게 깊은 생각을 하게 되어 너무 좋네요. 흙이 좋으면 내가 좀 잘못 심어도, 좀 부족한 씨앗이 날아오더라도 참 잘 자랄 텐데...."

우리 마음 밭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마음 밭이 좋으면 좋은 열매를 맺지 않을까? 마음 밭이 좋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뭐 이런 생각을 하게 되네요.“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났지만 이처럼 마음도 손길도 아름다운 사람은 흔치 않다. 귀한 만남이 나의 손님맞이 일거리를 일거리가 아닌 휴식이 되게 해준다.
 
날이 풀리면서 손님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들어오기 시작이다. 근무 중이거나 쉬는 날이거나 늘 바쁘기 때문에 손님맞이가 쉬운 일은 아니다. 제대로 대접하기는커녕 아이들과 손님은 아빠와 내보내고 나는 밭에서 일하고 밀린 살림살이를 정돈한다.

되돌아 보면 손님맞이는 별게 없다. 그래도 피곤하다. 하지만 손님맞이가 즐거울 수 있는 방법도 있다. 내가 일방적으로 베풀고 섬기는 손님맞이가 아니라 서로 주고받는 만남이 되면 오는 손님도 매번 반가울 것이다. 이번에 있었던 나눔에는 어떤 것들이 있었나 생각해 본다.
 
김밥, 오뎅국, 닭강정, 도시락, 과자, 고기, 쌀, 아이스크림, 호떡 그리고 어린 친구들과 돕는 일손, 제일 기억에 남는 깊은 묵상...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장봉의 자연을 안내하는 일, 그리고 내 삶의 모습을 조금 보여주는 일로 나누었다. 정겹고 즐거웠다.

 



귀농이나 귀촌을 하면 지인들과 친척들이 자주 찾아와 사는 게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혹 우리도 그럴게 될까 염려를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번 일을 통해 마음이 좀 홀가분해졌다.

인기 많은 우리 가족은 앞으로도 많은 손님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그래도 부담스러워 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지나치게 배려하거나 섬기지 않을 것이고, 그냥 나눌 수 있는 것을 나눌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찾아오고 맞이하는 일이 부담과 수고로움이 아닌 서로에게 쉼이 될 터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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