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한 사업장 대기오염물질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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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기적인 개선이 필요한 사업장 대기오염물질관리
  • 조강희
  • 승인 2019.05.09 06: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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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조강희 / 한국환경공단 기후대기본부장

 

최근 여수산단에서 발생한 자가측정 대기오염배출 조작사건은 그간의 사업장 대기배출관리에 구멍이 뚫린 것으로 이에 대한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번에 적발된 사례를 보면 (유)지구환경공사등 4곳의 측정대행업체가 측정을 의뢰한 ㈜엘지화학등 235곳의 배출사업장과 공모하여 2015년부터 4년간 총 1만 3,096건의 대기오염물질 측정값을 축소하거나 실제로는 측정하지 않고 허위 성적서를 발행한 것이다. 이를 통해 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등 대기오염물질은 실제 배출농도의 33.6% 수준으로 낮게 조작되었고, 대기오염물질 기본배출 부과금도 면제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환경단체에서는 이번 사태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뿐이므로 전국의 모든 사업장에 대한 철저한 전수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도 5월부터 울산, 대산지역 1,300여개 업체를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전수조사를 하고, 향후 전국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이번 문제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업장 대기오염물질 배출관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현재 국내 사업장의 대기오염물질 배출관리방식은 크게 2가지로 나누어져 있다. 정부가 굴뚝자동측정기기를 부착하도록 하는 굴뚝원격감시체계(TMS) 방식과 사업장이 스스로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을 측정하는 자가측정방식인데, TMS방식과 자가측정방식의 구분은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오염물질 발생량과 배출시설 규모를 토대로 결정된다.

TMS 방식은 1~3종 사업장 중 일정 규모 이상의 배출시설을 대상으로 굴뚝자동측정기기가 설치되어 실시간으로 먼지(TSP), 황산화물(SOx), 질소산화물(NOx) 등 7가지 대기오염물질을 측정하여 원격으로 측정값이 전송되어 관리하는 시스템이다. 그리고 자가측정방식은 1~5종 사업장 스스로 대기오염물질 배출 농도를 측정하거나, 또는 일정 자격을 갖춘 측정대행업체에 의뢰하여 측정하는 것이다.
 
1-3종 전체 사업장 중 TMS가 설치된 배출구 수 비율은 약 3%에 불과하지만 전체 대기오염물질(먼지, 황산화물, 질소산화물) 배출량의 약 70%를 관리하고 있다. 굴뚝자동측정기기(TMS)가 부착되지 않은 배출구와 TMS 미전송 대기오염물질은 대부분 자가측정방식으로 관리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통계를 토대로 가능한 모든 사업장 및 배출구에 TMS 설치를 주장하기도 한다. 물론 설치가 지속적으로 확대되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것이 현실화되기는 쉽지않다. 굴뚝자동측정기기 1대당 가격이 약 1억5천만원 정도 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체사업장 모든 배출구에 설치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지금처럼 사업주와 측정대행업체 간에 갑을관계가 존재하여 발생하는 자가측정방식의 조작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첫째는 기업과 측정대행업체와의 직접적인 계약을 막는 방안이다. 원칙적으로 사업장 대기오염물질 자가측정방식은 기업체가 방지시설을 적정 운영함으로써 대기오염을 방지하고자 하는 제도로 미국, 유럽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운영하는 일반적인 방식이다. 하지만 이번 사건에서 밝혀진 것처럼 기업체가 측정대행업체를 직접 선정하다보니 배출량을 조작하는 여지는 항상 존재해 왔다. 이러한 문제는 개발사업을 추진할 때 시행되는 환경영향평가 절차에서도 지적되어 왔던 문제이고,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서도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과 관련하여서도 우려되는 문제다. 근본적인 해결방법은 기업체와 측정대행업체와의 직접 관계를 막고 중간에서 정부나 공공기관이 역할을 하는 방안이다. 예를 들면 기업체는 정부나 공공기관에 측정비용을 납부하고 측정대행업체 선정에서 배제시키는 방안이다.
 
둘째는 위와 같은 방안이 관련 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하는 문제로 단기간에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여 현재의 자가측정방식을 보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업장 오염배출 방지시설의 적정가동여부를 실시간으로 감시하는 IoT 시스템 구축과 더불어 측정대행업체가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측정 시 그 측정값 등을 실시간으로 정부나 공공기관에 전송하여 측정자료의 조작을 원천적으로 사전에 차단하는 방안이다. 현재 환경부 차원에서 관련 연구가 진행 중에 있다.
 
셋째는 중앙정부 역할의 강화이다. 과거 환경부가 직접 관리하던 측정대행업체와 대기배출 사업장에 대한 관리 업무가 각 지자체로 이양된 후, 이러한 불법 행위는 증가하는 추세다. 따라서 각 지자체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환경부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시스템의 개선이 필요하다. 예를 들면 사업장 밖에서 드론을 활용하거나 원격에서 자외선(UV) 또는 적외선(IR)을 쬐어서 굴뚝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 농도를 실시간 측정할 수 있는 분광학적 측정감시 장비의 도입이다.
 
미세먼지는 이제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니라 국가재난문제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는 전체 배출량의 40%를 넘고 있고, 2차 미세먼지 전구물질까지 고려하며 사업장의 대기오염물질 배출관리는 미세먼지 관리에 있어 핵심적인 과제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업장 오염물질 관리의 새로운 변화를 기대한다.

 
[참고] 사업장 종별 분류기준 (대기환경보전법 시행령 별표1의3)
종별 오염물질발생량 구분
1종사업장 대기오염물질발생량*의 합계가 연간 80톤 이상인 사업장
2종사업장 대기오염물질발생량의 합계가 연간 20톤 이상 80톤 미만인 사업장
3종사업장 대기오염물질발생량의 합계가 연간 10톤 이상 20톤 미만인 사업장
4종사업장 대기오염물질발생량의 합계가 연간 2톤 이상 10톤 미만인 사업장
5종사업장 대기오염물질발생량의 합계가 연간 2톤 미만인 사업장
* 대기오염물질발생량 : 방지시설을 통과하기 전의 먼지, 황산화물 및 질소산화물 발생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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