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에 관하여 주의해야 할 점, 4가지
상태바
성격에 관하여 주의해야 할 점, 4가지
  • 김현
  • 승인 2019.05.21 0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4) 성격의 telos(목적)



〔인천in〕이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복합문화공간 ‘서유당’과 함께 어렵게만 느껴지던 동·서양의 고전 읽기에 도전합니다. 고전을 읽고 함께 대화하는 형식을 통해 고전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고 그 문턱을 넘습니다. ‘서유당’의 고전읽기모임인 ‘하이델베르크모임’에는 김경선(한국교육복지문화진흥재단인천지부장), 김일형(번역가), 김현(사회복지사), 최윤지(도서편집자), 서정혜(의류디자이너)등 각기 다른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고전읽기 연재는 대화체로 서술하였는데요, ‘이스트체’ 효모의 일종으로 ‘고전을 대중에게 부풀린다’는 의미와 동시에 만나고 싶은 학자들의 이름을 따 왔습니다. 김현은 프로이드의 ‘이’, 최윤지는 마르크스의 ‘스’, 김일형은 칸트의 ‘트’, 김경선은 니체의 ‘체’, 서정혜는 프란시스 베이컨의 ‘베’라는 별칭으로 연재하고 있습니다.

 
15장
 
“성격에 관해서는 주의해야 할 점이 네가지 있는데 그중 하나요 그리고 최초의 것은 성격이 선량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2는 성격을 등장인물에 적합하게끔 하는 것이다. 제3은 작품 중의 성격을 전설상의 그것에 유사케 하는 것이며 제4는 일관성이다.” 94쪽~95쪽


 
체: 오늘은 성격에 관한 얘기가 나오는데 여기서 ‘선량하다’는 어떤 의미일까요?
 
스: 도덕적인 선량함을 의미하는 것 같지는 않는데...
 
트: 13장에서도 잠깐 언급된 부분인 것 같아요. 선량한 목적을 가진 자가 하는 행위를 뜻하는 것 같아요. 그 결과와 상관없이요.
 
체: 15장에도 보면 ‘인물의 언어 혹은 행위가 일정한 의지를 명시할 경우에 그는 성격을 가질 것이며 선량한 의지를 가질 때 선량한 성격을 가질 것이다’라고 말한 부분을 참고하면 성격은 의지에 의존하고 있는데 의지라는 것은 어떤 목적이 있음을 전제하는 것 아닐까요?
 
베: 일반적으로 선량하다는 느낌은 그 목적을 알아야만 쓸 수 있겠네요.
 
체: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목적(telos)의 문제라는 거죠.
 
스: 법에서도 살인의 ‘고의’라든가 사기의 ‘고의’가 있는지가 중요한 법률요건인 것도 목적과 관련이 있을 것 같아요.
 
이: 범죄 결과를 성립시킬 목적, 의도가 있을 때 선량하지 않음 즉 불량한 목적이 있다고 보는 것이죠.
 
스: 어떤 대상이 가진 어떤 목적을 보고 선량함을 판단한다고 한다면 먼저 그 대상을 보면 좋을 것 같아요. 완벽하고 이상적인 인간은 아니지만 악하고 무능한 사람도 아닌 그 중간의 선함과 능력을 가진 자가 선량함을 가진 비극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전에 본 것 같아요.
 
트: 비극의 대상인 인물을 정의하더라도 그 의도나 목적을 어떻게 파악할 수 있을까요?
 
베: 선한 의도가 악한 결과를 만들 때도 그 목적이 선량하면 그 대상을 선량하다고 규정하는 근거가 뭘까요?
 
체: 아리스토텔레스의 목적론적 입장에서 본다면 판단의 근거는 변하지 않는 것, 즉 목적(telos)일 수밖에 없으며 그 목적을 보고 선량함의 판단을 내리는 것이 행위의 결과를 올바르게 판단한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트: 누군가의 성격을 파악하기 어려운데 어려운 이유가 있었네요.

체: 이 정도로 하고, 제2의 등장인물에 적합해야 한다는 내용을 나눠보죠.
 
이: 적합해야 한다는 것은 고정된 이상형이 있다는 의미로 들려요.
 
트: 고정관념(스테레오타입)처럼 여겨지는 것 아닌가요. '남자는 용감하고 여자는 순종적이다'는 식으로 말이지요. 
 
스: 여기서도 여자는 용감하거나 지나치게 똑똑한 체 하지 말아야 한다고 언급한 것을 보면 예전 어르신들이 말씀하시는 내용과 비슷한 것 같아요.
 
체: 요즘은 남자는, 여자는 어떠해야 한다는 인식이 점차 사라지고 있잖아요. 막스 베버는 자본주의 정신형성에  대한 고정관념에 대한 의문으로 낸 책이 프로테스탄티즘의 윤리와 자본주의 정신이지요. 지금 우리 의식속에 잠재된, 학습된 고정관념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먹고사는 문제에 파묻혀 그럴 여유가 없긴 하지만...





베: 어쩌면 고정된 삶의 패턴으로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스: 맞아요. 정형화된 삶의 궤적에 맞추어 사는 것이 보편적인 인생 방정식에 적합하다고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체: 바람직한 인생이란 무엇인지 늘 고민하며 살지만 백이면 백가지 길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 삶의 조건은 바람직한 인생에 적합하게 있는지, 부족한 것은 무엇인지 고민하면서 사는 우리들은 점점 지쳐가는 것 같아요.
 
트: 그래서 요즘 가장 인기있는 책들이 ‘위로’하는 내용들이 많아요. 2018년 가장 많이 팔린 책이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라고 하네요.

 



이: 실체가 없는 그 무엇에 적합하려고 살다보니 지치고 힘들고 불안해 하는 것은 아닐까요? 곰돌이 푸 캐릭터 자체만으로 귀엽기도 하지만 포근하게 전하는 위안의 말들이 모두에게 큰 힘이 됐을 것 같아요.
 
베: 비극의 주인공도 그래야 하는데 대상과 지역과 역사가 달라서 그런지 괴리감이 있네요.
 
체: 제3은 성격이 전설, 즉 신화적인 것과 유사케 해야 한다고 하네요.
 
트: 신화의 플롯이 완결되고 이상적인 원형의 모습을 하고 있으니 성격도 신화와 비슷하게 맞추어 표현되어야 한다는 의미인 같아요.
 
이: ‘성격’의 성격을 규정하려면 그리스 신화만 한 것이 없겠죠.
 
베: 선량하고 적합해야 하는데 빈 구석을 메우기 위해 신화와 유사하게 규정해야만 완벽하고 이상적이기 때문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

체: 마지막으로 일관성을 얘기하고 있는데요. 성격이라는 것도 이미 플롯의 필연성에 의해 정해져 있는 것이기 때문에 인물의 성격은 일관적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고 보고 있는 것 같아요.
 
스: 악인은 일관적으로 악하게, 의인은 일관적으로 의롭게 표현되어야 한다는 거죠.
 
트: 국어시간에 배웠던 전형적 인물, 평면적 인물의 성격을 말하는 것 같아요. 성격이 변하지 않고 일관성 있게 그려지는 인물들이잖아요.
 
체: 일관성도 필연성의 굴레를 벗지 못하니 비극의 몰입도를 높이려면 극적 변화, 자극적인 소재, 다양한 배경 등이 필요할 것 같아요. 그렇지 않으면 뻔하고 지루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베: 일관성이 논리성과 필연성을 위한 필수불가결한 요소이기는 하나, 반대로 정형화되고 고정된 무변화의 맥빠진 극을 만들 위험성도 있을 것 같아요.
 
이: 인물의 성격이 주의해야 할 요소들이 오히려 성격을 옥죄는 위험요소일 수도 있을 듯 한데요.
 
스: 시간의 간극이 주는 한계일 수도 있겠죠. 성격의 정의를 수 천년 전에 내리다 보니 지금의 우리가 인지하는 체감온도차 때문일 수도 있어요.
 
체: 다들 선량하지도 적합하지도 그렇다고 신화적이지도 않으니 당연히 일관성도 없겠지만 이 모임 만큼은 일관성 있게 계속 쭉~하길 희망합니다.

 

정리: 이

 

참고문헌:
아리스토텔레스, 손명현역(2009), 시학, 고려대학교출판부.
아리스토텔레스, 천병희역(2017), 수사학/시학, 도서출판 숲.
Aristoteles, Manfred Fuhrmann(1982), Poetik, Griechisch/Deutsch, Philipp Reclam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시민과 함께하는 인터넷 뉴스 월 5,000원으로 소통하는 자발적 후원독자 모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