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만들기-큰 사회인가, 강한 사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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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만들기-큰 사회인가, 강한 사회인가?
  • 유해숙
  • 승인 2019.07.05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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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유해숙 / 인천복지재단 대표이사




마을만들기는 시민들이 참여하여 마을의 물리적 환경 개선뿐만 아니라 마을의 문화와 공동체를 형성하여 삶의 질을 높이는 활동이다. 우리나라는 2000년 이후 전국적으로 마을만들기가 시작되면서, 마을만들기, 공동체운동, 주민자치운동 등 다양한 모습으로 진행 중이다. 최근 마을만들기의 방향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본 글에서는 ‘큰 사회’와 ‘강한사회’라는 화두를 통해 인천의 마을만들기의 방향에 대해 성찰하고자 한다.
 

큰 사회론
 
큰 사회론(big society)은 정부의 역할은 줄이고 지역사회가 자발적으로 복지를 제공하자는 영국 보수당의 정치철학이다. 캐머런(David Cameron)의 강의에서 처음 언급된 큰 사회론은, 곧 2010년 총선 성명서를 통해서 보수당의 공식적인 이념으로 공식화되었다. 노동당 정부의 역할이 오히려 빈곤과의 전쟁 뿐 아니라 일반 국민의 복지에 대한 선진적이고 진보적인 목적을 이루는데 이제 방해가 될 뿐만 아니라, 큰 정부는 사회적 연대가 아닌 이기심과 개인주의의 만연을 불러왔다는 것이다. 그 대안은 상호 책임감과 유대의 강화, 그리고 시민의 자발적 참여를 통한 공동체의 혁신이라는 것이 큰 사회론의 요체였다.

이 내용은 그대로 2010년 보수당의 총선 성명서에 담겼다. 국가 역할의 재조정에 기반한 사회의 복원과 확장이라는 캐머런의 정치 프로그램은 대처가 당수가 된 후 쇠락해 갔던 일국 보수주의를 신자유주의적 시각에서 재구성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일국 보수주의가 뉴 라이트와 대비되는 가장 큰 인식의 차이가 바로 국가와 정부의 역할에 관한 것이었는데, 큰 사회를 지탱하는 시민과 공동체의 조력자로 기능하는 국가 역할의 재조정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던 것이다.

캐머런의 큰 사회론에 영향을 준 것으로 알려진 브론드(Blond)에 따르면, 영국 문제의 핵심에는 권력이 국가와 시장으로 양분되어 있다는 데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에 힘을 부여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영국 캐머론 수상의 큰 사회론은 사회만들기를 주장한다. 큰 사회론은 시민사회의 역할 증대를 강조하는데, 국가나 시장이 문제를 책임지라고 말하지 않는다. 그 주체는 사회이다. 즉 마을 사람들 스스로가 자신과 이웃을 책임지라고 말한다. 큰 사회론은 궁극적으로 신자유주의의 마을버전이라 할 수 있다.

이상에서 보듯이 큰 사회는 사회를 크게 만들어서 시장의 병폐를 줄이자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은 국가의 역할을 기대하지 말자는 것을 내포하고 있다. 실제로 이 제안을 한 캐머론 정부는 복지 축소를 진행해 왔다. 이런 점에서 볼 때 큰 사회론은 신자유주의의 이념을 전제하고 있다. 시민들의 기본적인 삶의 근거를 그들 스스로 자립, 자조, 근면에 의해 책임지고 문제들은 이웃이나 마을공동체가 해결하되 정부는 최소한의 지원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이 관점에서 사회복지 대상은 취약계층이다. 선별적 복지의 기조로 빈곤층을 대상으로 최소한의 서비스를 국가가 제공하는 것이다. 마을만들기는 이런 방향에서 추진된다. 따라서 이때 주민조직화는 취약계층을 위한 자원연계와 자원조직화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사회복지를 통한 마을만들기는 사각지대 발굴을 위한 복지환경조성이 주요 안건으로 상정된다.
 

강한 사회
 
한편, 스웨덴은 국민의 집을 구상하면서 1950년대에 강한 사회(strong society)를 제기했다. 이는 개인의 행복에 대한 공공의 책임을 증대하고, 산업사회에서 집단 연대의 역할을 강조한다. 여기에서 국가는 강한 사회를 만드는 외곽호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강한 사회의 대표적인 예는 복지기준선의 원조라고 할 수 있는 베버리지 리포트이다. 베버리지는 5개의 거인(악)을 국가가 물리쳐 줘야 한다고 보았다. 그것은 결핍에 대해 소득을, 무지에 대해 교육을, 질병에 대해 의료를, 불결에 대해 주택을, 나태에 대해 고용을 제공하는 것이다.

보편적 복지가 제공되기 때문에 마을은 튼튼하다. 그 속의 사는 주민들은 최소한 생계와 생존의 문제를 걱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마을 사람들은 이런 국가의 역할이 축소되지 않도록 노력한다. 따라서 마을 사람들의 활동은 바로 국가만들기와 다름없게 된다.

이처럼 강한 사회론은 국가만들기를 통한 마을만들기이다. 이는 국가가 사회를 튼튼하게 할 때 마을이 건강하다고 본다. 즉 국가가 아이를 키우고, 국가가 질병을 관리할 때 마을에 있는 주민들은 비로소 마을에 나와서 말하는 존재가 된다. 이 관점에서 마을만들기는 국가만들기의 학습 장소이고 비판과 토론, 더 나아가 저항의 장소가 된다. 주민은 명확하게 자신을 시민으로 이해하고 시민권이 보장되는 더 나은 삶을 위한 구조적 조건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큰 사회론과 강한 사회론

큰 사회가 개인의 자립과 이웃 간의 상호 보호를 강조한다면, 강한 사회는 시민들의 국가만들기 의식과 실천을 통해 국가가 하나의 가족이 되어 시민들의 삶의 토대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전제하고 있다. 

현재 인천에서는 마을만들기가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인천의 마을만들기 운동은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평가된다. 이 시점에서 마을만들기의 방향과 효과를 성찰해보아야 한다.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방향이기 때문이다. 인천의 마을만들기는 큰 사회인가, 강한 사회인가? 인천의 마을만들기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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