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은 흉물이 아니라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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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집은 흉물이 아니라 기회다
  • 윤현위
  • 승인 2019.07.18 08: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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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칼럼] 윤현위 / 자유기고가·지리학박사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인천 동구청장이었던 A씨에 대한 반대 여론이 많았었다. 전임 구청장은 각종 구설도 많았고 지역주민들과도 그다지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자는 동구에 살지 않지만 지인들을 통해 그같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하지만 지난해 지방선거가 끝나고 구청장이 바뀌어 이제 꽤 많은 시간이 흐른 지금, 인천 동구는 시쳇말로 잘 돌아가고 있는지 한번 묻고 싶다. 동구는 인천에서 쇠락한 지역들이 밀집해 있는 지역이다. 노후한 건축물이 많고, 작은 인구 수에서도 고령인구의 비율은 높다. 학생 수가 줄어 학교들은 떠났고 지금도 떠나려 하고 있다.

동구의 화두는 재생이라고 생각한다. 도시재생이라는 말이 나온지도 이제 오래되었지만 도시재생은 쉽지 않다. 짧은 기간에 가시적인 결과물이 나오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책이 시행되어도 유지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림입니다.원본 그림의 이름: 관광반대.jpg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960pixel, 세로 720pixel
'스페이스 빔' 입구의 배다리관광화사업 반대 문구. <출처: 민운기 페이스북>


오래된 동네를 한번에 바꾸려는 시도는 계속 있어 왔고 지금도 진행 중이다. 뉴스테이를 동원해서라도 결국 아파트단지를 짓고 싶어 하고 지금도 조금씩 아파트가 만들어지고 있다. 그러나 조금씩 주거환경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도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지자체장들은 자신들의 임기 안에 무언가를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말로는 모두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이야기하지만 사실은 아파트단지를 짓고 싶어하고 문화재단을 만들고 싶어한다. 지역은 그렇게 하는 걸 좋아지지 않는다. 그 사실은 우리 모두가 안다.

중구에서 동구로 넘어오려면 철길을 넘어야 한다. 배다리는 동구로 들어오는 입구이다. 아직도 끝나지 않은 배다리 관통 고가도로 문제는 누군가엔 생존을 위한 싸움이고 누군가엔 머리 아픈 곳일 수 있다.  시장이 와서 잠을 자도, 주민을 만나도 아직 정리되지 않은 이곳의 상황을 어떻게 하겠다고 시원하게 대답한 적이 없다. 공유가 나온 드라마의 배경으로 배다리가 나오니 사람들이 잔뜩 몰려와 사진을 찍고 자신들이 먹던 커피잔 만 어지럽게 버리고 갔다. 이걸 기회로 삼고 싶었는지 여길 관광지화 하고싶어 한다.

벽화마을 조성사업이 그 동네의 주거환경개선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처럼 지금의 배다리를 관광지로 조성한다고 하면 지역에 어떤 도움이 될지 한숨만 나온다. 오래된 건물을 가꾸고 처음 오는 사람들에게 편의시설과 지역에 대한 정보를 성의있게 제공해주면 될 일을 왜 굳이 건물의 겉면에 뭘 덧대는 작업들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게 벽화마을이랑 뭐가 다른가. 오히려 배다리의 경관만 훼손하는 건 아닐까 싶다. 지금 배다리에 필요한 건 관광지 조성이 아니라 오래된 동네의 소중함과 지역커뮤니티의 가치를 동구가 직접 인정하고 이를 지원해주는 일이 아닐까 한다. 기회는 아직 있다.

 

창영초등학교 전경. 이런 교사가 어디 흔한가?


일제 강점기 밀려난 조선인들의 거주지로 출발한 동구는 인천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도 역사가 손가락 안에 들어갈 초등학교들이 있다. 창영초등학교는 100년의 역사가 있다. 현재 사용하지 않는 원래 교사는 가치 있는 벽돌건물이다. 세월의 흔적이 있다. 학령인구가 줄어들면 학교가 무조건 빠져야 하는 건가? 그럼 나중에는 동구를 들어내야 하는건가?

창영초등학교 교사는 인천의 교육을 기록할 수 있는 공간으로 사용되었으면 한다. 허나 속마음은 재개발에 가 있어 보인다. 인천 교육의 산실이라면서 그런 욕심을 보여선 안된다. 돈을 벌기 위해서 학교를 세우지 않았다면 말이다. 그런 거라면 우리나라의 사립대학들로도 충분하다. 떠나간 학교를 기억하는 게 아니라 그 학교가 교육의 기억을 담는 공간으로 거기에 있어 주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창영초등학교의 학교 이름도 빛날 수 있다.

 

창영초등학교 뒤편 건물 - 확장의 흔적을 볼 수 있다.


동구는 인천에서 빈집이 많은 지역이다. 면적은 가장 좁은데 빈집은 가장 많다. 동구에도 이제 주거형 오피스텔이 슬슬 들어오고 있다. 이런 방식 말고 기존의 빈집을 활용했으면 한다. 필자는 줄기차게 재개발을 반대하는 글을 이 지면에 쓰고 있는데 재개발이 돼서 개인의 재산이 늘어나는 것을 막는 것 아니냐는 질문을 종종 받는다. 개발의 시대가 아니다. 더 중요하고 소중한 일은 앞으로도 새로운 사람이 들어와서 살수 있는 마을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빈집은 흉물이 아니라 기회가 될 수 있다.

연령별 인구를 전체적으로 보면 젊은 인구는 적지만, 가난한 젊은 인구는 많다. 이들을 끌어들여야 한다. 아주 조금씩 천천히 하면 된다. 구청장이 바뀌어도 지역에 일자리를 만들고 젊은 층을 끌어들일 수 있는 정책은 계속 가야 한다. 주민들은 지방자치의 결과물을 내놓으라고 다그치지 않았다. 구의원들이 그리고 구청장이 뭔가를 만들기 위해서 지역에 무리수를 두어왔을 뿐이다.  행정에서 예산을 사용하거나 중앙정부의 예산을 따와서 지역재생이란 이름으로 하는 일들 중에서 지역의 소중한 자산이 지워지는 일들은 너무나도 많다.

동구의 쇠퇴는 위기지만 기회가 없는 건 아니다. 마을기업, 사회적 기업, 협동조합 등등 그동안 우린 많은 실험을 해왔다. 이런 제도들이 왜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았는지 행정이 지원해야 할 일들은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몇 년간의 실적, 지자체장의 업적이 아니라 아주 조금씩 해야 할 일들을 찾아야 한다. 시민들은 정치 커리어가 필요한 지역정치인을 뽑은 게 아니란 사실을 잊어선 안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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