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조류 대체서식지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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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도 조류 대체서식지의 명암
  • 지영일
  • 승인 2019.08.22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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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칼럼] 지영일 / 가톨릭환경연대 대외협력위원장

매립공사가 진행된 송도 11-1공구 


얼마 전 송도 9공구 매립지 내 공원 예정 나대지에서 알 상태로 구조된 검은머리갈매기 중 15마리를 잘 키워, 자연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특별한’ 행사가 진행됐다. 그들이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이라는 등급에서, 발견지가 매립지였다는 점에서 안타까움과 동시에 귀중함을 느끼게 했다. 그리고 그러한 현실로부터 생태계의 붕괴가 우리 가까이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고 있으며 일부에 대한 구조와 사후 보완조치 정도로는 생태자원의 소멸을 막을 수 없음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었다.

대규모 갯벌매립의 현장이자 개발지역인 송도지역 내에 저어새를 비롯한 멸종위기 조류가 쉴 수 있는 공간이 조성된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송도 11공구에 대해 이러한 계획을 담은 환경영향평가서를 한강유역환경청에 제출했음이 최근 알려졌다. 이를 일단은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아쉬움도 갖게 한다. 이왕에 더욱 과감하고 충실한 생태적 도시계획으로 반영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관계당국에 따르면 조류 대체서식지는 매립 중인 송도 11-2공구와 향후 매립될 11-3공구의 남동쪽 해안에 길이 1.4㎞, 평균 폭 100m의 띠 형태(총 10㏊ 넓이)로 조성된다. 당초 유사사례 분석과 전문가 자문을 통해 최대 20ha 규모가 적정할 것으로 추정됐다. 검토 과정에서 축소된 면적에 완충녹지로 예정된 곳 일부를 대체습지로 변경,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인천경제청은 이번 환경영향평가가 심의를 통과하면 3년가량 소요되는 조류 대체서식지 기본·실시설계를 거쳐 2022년 공사를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갯벌매립에 의해 빠르게 서식지를 잃어감은 물론 도시의 확장과 인간의 간섭으로 번식도, 휴식도 쉽지 않은 조류의 현실을 고려하면 그나마 다행스럽다. 하지만 여러 이유로 ‘생색내기용’이라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그럴 것이 송도갯벌을 찾는 조류의 규모와 행동특성, 활동반경에 비추어 보면 면적 자체가 절대적으로 협소하다. 또 사업지구와 송도갯벌 습지보호구역과 만나는 완충녹지에 들어서는 대체습지의 특성상 간섭요인을 배제할 수 없다. 독립성을 지켜줄 충분한 넓이의 공간 확보, 휴식과 먹이활동이 동시에 가능한 공간 배치가 대체서식지로서 갖는 중요한 조건이다.

사실 본래 송도갯벌은 새들의 천국이자 생물다양성의 보고, 그 자체였었다. 널리 알려진 바처럼 송도갯벌 일대는 멸종위기종인 저어새를 비롯해 괭이갈매기, 재갈매기, 도요물떼새 등의 주요 서식지다. 송도갯벌은 2014년에 국내 19번째로 람사르 습지로 지정되었다. 하지만 계속된 매립과 신도시의 건설로 옛 모습의 풍요로움은 사라지고 없다. 참고로 송도를 중심으로 서울 여의도 면적의 17배에 이르는 53.4㎢ 갯벌이 매립돼 신도시로의 변모가 진행 중이다.

이제는 인간과 동물들의 공존, 도시와 생태환경의 조화가 계획과 개발의 시작, 과정에서 모색되고 자리 잡아야 하는 때다. 대규모 개발과 인간 중심의 효율성, 부가가치 극대화 지향에서 생태적 가치와 생명의 공존으로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도시를 설계하며 습지와 조류의 서식지를 함께 구상하고 생태공원이나 자연학습장이 자연스럽게 배치되며 숲길, 물길을 내어 생명다양성을 가능한 살려내는 친환경적인 개발이 불가능하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는 알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나아가 인천광역시, 환경부 등이 생태적 도시계획과 친환경 건축설계의 전형을 만들기 위해 선도적으로 나서야 한다. 아울러 추후 개발계획 수립, 추진 시 선제적으로 생태공간에 대한 구상이 반영되기를 강력히 희망한다. 끝으로 필자는 인천의 품격과 명소로서의 특징이 지속가능한 생태도시, 잘 보존된 생태자원으로 대표되는 날을 고대한다. 그것이 도시의 가치를 빛나게 하는 방법,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길임을 국내·외 사례를 통해 다양하게 보았고 경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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