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공원, 소래습지 도는 물길 다양한 생태계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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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대공원, 소래습지 도는 물길 다양한 생태계 형성
  • 장정구
  • 승인 2019.09.19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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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장수천 - 장정구 / 인천녹색연합 정책위원장

장수천이 만수천과 만나는 담방마을

 

“월락재천 수상지진(月落在天 水上池盡)”
 우리나라 천주교회의 최초 영세자인 이승훈이 순교하며 남긴 말이다. 양반 집안에서 태어난 이승훈은 북경에서 선교사들로부터 교리를 배우고 ‘베드로’라는 이름의 세례를 받고 한국 최초 천주교회 창설에 참여한다. 예수를 부인했던 베드로처럼 이승훈은 몇 차례 배교와 복교의 과정을 거치다가 1801년 신유박해 때 순교하며 ‘달은 떨어져도 하늘에 있고 물은 솟구쳐도 연못에서 다한다’는 말을 남기며 자신의 신앙을 표현한다. 이승훈 베드로의 집안은 4대에 걸쳐 5명의 순교자를 배출하며 ‘조선 교회의 주춧돌’이 된다. 1981년 경기도 광주 천주교 성지인 천진암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이승훈의 묘는 인천 남동구 장수동 반주골에 있었다. 인천상수도사업본부 남동정수사업소 뒤로 지금은 비석과 가묘가 남아 인천광역시 기념물 제63호로 지정되어 있다. 천주교 인천교구와 인천광역시는 이곳을 이승훈 역사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다.

 장수천은 인천의 하천 중에서 하구가 막혀있지 않은 거의 유일한 하천이다. 인천대공원 호수 갑문에서부터 소래습지생태공원과 소래포구 부근까지 약10km가 지방하천으로 지정되어 있다. 장수천의 본류는 거마산과 성주산의 골짜기에서 발원하여 인천대공원 호수로 흘러든다. 그렇게 계곡에서 흘러온 물보다 팔당댐에서부터 끌어온 한강수를 만나 호수가 된다. 남동정수사업소에 공급되는 팔당원수 중 일부가 인천대공원 호수 유지용수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거마산 서남쪽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수현부락 옆을 지나며 일부 복개되었다가 인천대공원 제2주차장과 제1주차장을 지나 캠핑장 부근에서 장수천 본류로 흘러든다. 이후 장수1,2,3교 등 크고 작은 다리들을 지난 장수천은 인천아시안게임남동경기장과 서창JC, 논현주공아파트와 소래습지생태공원 사이를 지나 소래포구에 이른다.
 

 만의골 은행나무


 장수천의 발원지는 관모산, 상아산, 소래산, 성주산, 거마산 등 자연숲이고 주변으로는 인천대공원 호수, 식물원, 수목원, 습지원, 소래습지생태공원 등 다양한 생태계가 형성되어 있다. 올해 여름 인천대공원 습지에서 멸종위기야생생물2급의 곤충인 대모잠자리와 쌍꼬리부전나비의 서식이 확인될 정도로 생태계가 살아있다. 길지 않지만 상류, 중류와 하류, 기수지역까지 자연하천의 모습을 제법 잘 간직한 하천이다. 여뀌, 물봉선, 고마리, 갯버들, 물억새, 갈대, 칠면초, 해홍나물, 퉁퉁마디, 나문재...... 다양한 식생과 하천 경관을 가지고 있다. 구불구불 갯골을 따라 송도갯벌습지보호지역까지 연결된 물길에는 참게가 살고 농게와 콩게, 멸종위기종이며 보호해양생물인 흰발농게도 산다. 저어새와 검은머리갈매기, 알락꼬리마도요 등 세계적 멸종위기 새들도 장수천에서 지렁이와 게, 물고기를 잡는다. 갯골에 숨은 할미새와 오리, 해오라기와 백로, 도요새들은 수천마리다. ‘조동’초등학교, ‘새골’어린이공원 등 지명이 장수천의 새들과 무관해보이지 않는다. 
 
 바닷물은 하루에 두 번 들어오고 두 번 나간다. 밀물과 썰물로 바닷물이 제일 많이 나갔을 때를 간조, 제일 많이 들어왔을 때를 만조라 하는데 인천경기만은 유독 조수간만의 차가 크다. 그믐과 보름, 즉 사리 때면 조수간만차가 9미터가 넘는다. 달과 태양 그리고 지구가 일직선상에 놓이고, 달과 지구가 가장 가까운 거리가 되는 백중사리 때면 장수천을 따라 밀려드는 바닷물이 장관이다. 브라질의 아마존강과 중국의 첸탄강의 조석해일(潮汐海溢, tidal bore)을 연상하기에 충분하다. 만수천과 장수천이 만나는 곳이 이름이 담방마을인데 만조 때면 바닷물이 마을 앞에까지 담방담방 넘어들려고 해서 담뱅이말(담뱅이말)이라 했다고 장수동(長壽洞) 할아버지들이 이야기한다. 

 장수천 상류 만의골에는 800년 된 은행나무가 있다. 인천광역시 지정 기념물로 곧 국가지정 천연기념물로도 자격이 차고도 넘친다. 매년 은행나무 앞에서 마을의 안녕과 무사태평을 기원하는 당제를 지낸다. 지금도 마을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가는 축제로 당제가 열리는 것은 장수천이 황해로 막힘없이 흐르고 또 바닷물이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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