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이웃에게 빛과 소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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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운 이웃에게 빛과 소금으로…
  • 박영희 객원기자
  • 승인 2012.01.27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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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람 된 이웃] '날개 없는 천사' 최광언 자원봉사자

점점 깊어가는 겨울, 살을 에는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세상을 보듬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기승을 부리는 동장군 기세도 '사랑의 온도'를 꺾을 수는 없나 보다. 듣기만 해도 가슴이 훈훈해지는 말, '날개 없는 천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는 여러 모습을 한 '날개 없는 천사'들이 있다.

연수구 동춘동에 위치한 노인복지시설 '영락요양원'에도 머리가 희끗희끗한 미소천사가 어르신들의 병든 몸과 외로운 마음을 따스한 손길로 어루만지며 사랑을 채워주고 있다.

#나를 거듭나게 한 '자원봉사'

치열한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은 남보다 뒤처지지 않고 앞서기 위해 내 주위를 둘러볼 여유조차 갖기 힘든 세상에 살고 있다.

자신의 진로와 입시를 위한 '스펙'을 만들기 위해, 혹은 특별한 날 겉치레로 봉사하는 현실 속에서 사랑을 품은 진정한 나눔 정신으로 소외된 이웃을 돌보고 보살피는 사람이 있다. 자원봉사자 최광언(56, 연수구 옥련동)씨다.

그는 2004년에 충북 음성군 꽃동네로 회사 봉사교육을 갔던 것을 계기로 자원봉사를 알게 되었다.

당시 회사 동료들과 함께 장애를 가진 상태로 버려진 사람들에게 목욕봉사를 하면서 느낀 여러가지 경험하지 못했던 환경이 그를 또 다른 세상에 눈뜨게 했다.

"자원봉사를 해보기 전에는 이런 봉사가 있는 줄 몰랐어요. 봉사하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는 줄 알았거든요. 나하고는 거리가 먼 남의 일로 알았지요."

그때부터 시작한 자원봉사는 그를 다시 태어나게 했고, 그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그의 삶은 바뀌어 갔다.

#봉사는 봉사를 낳고, 또 봉사를 낳고

봉사시간이 얼마나 되느냐고 물었다. "모르겠네요. 봉사시간이 무슨 의미가 있나요? 그냥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인 걸요." 손에 생긴 습진이 나을 새가 없을 정도로 그의 노고와 땀으로 쌓인 봉사시간은 현재 15,700여 시간이다.

회사 근무조건이 '4인3교대'라서 봉사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음을 행복하다고 말하는 그다.

새벽에 눈을 뜨면 마음은 이미 어르신들 곁에 가 있다는 그는 출근하기 전에 요양원에 들러 배식을 돕고, 퇴근하면 늦은 시간까지 어르신들에게 말동무가 되어 주는 등 이곳에서는 없어서는 안 될 '빛과 소금'과도 같은 존재다.

김형석 영락요양원 원장의 얘기다.

"이 분 같은 봉사자는 아마 없을 겁니다. 이곳 어려움을 아시고 봉사가 더욱 필요한 곳이라며 목욕봉사를 비롯해 어르신들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바닥 물청소와 배식도 해주시고 자비를 들여 후원까지 하십니다. 이곳은 늘 손길이 부족한 곳입니다. 목욕봉사가 아니어도 말벗이 돼 주거나 이야기책과 신문을 읽어드려도 좋습니다. 내 부모님 같은 마음으로 어르신들과 정서적인 교감을 통해 소통할 분들의 손길을 기다립니다."

뜨거운 여름날 목욕봉사와 치매노인들을 비롯해 거동이 어려운 와상환자 노인들의 기저귀를 갈아줄 때 특히 더 힘들지만, 목욕을 시키고 난 후 그들의 무표정한 얼굴이 환하게 웃는 모습으로 바뀌는 것을 보면서 큰 보람을 느낀다.

"가장 마음 아플 때는 어제 씻겨드린 어르신이 아침에 깨웠는데 돌아가셨을 때죠. 날 보고 웃으시던 모습이 떠오르면서 너무 허무하고 슬픔이 밀려와요. 잠깐 왔다 빈손으로 가는 게 인생인 것 같아서…. 봉사를 하면 할수록 재물에 욕심 내지 말고 마음을 비우고 착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들어요."

그는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봉사할 곳이 많다. 연수구청 소개로 희귀병을 앓고 있는 아이들의 목욕봉사를 비롯해 휴일에는 중구보건소를 통해 거동이 어려운 노인들의 집으로 직접 찾아가 재가목욕봉사를 한다. 또 서구에 있는 병원의 정신과병동에서 환자들의 목욕봉사를 하는 등 그의 손길을 필요로 하는 곳을 찾아다닌다.

얼마 전에는 목욕봉사를 하던 중 어르신을 옮기다 허리를 다쳐 물리치료를 받아가며 봉사를 하고 있다. 치료를 받을 때마다 "봉사를 좀 더 젊었을 때 일찍 알았더라면"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한다.

"목욕봉사를 지원하는 봉사자들이 별로 없으세요. 여러가지로 힘들기 때문이지요. 몸을 못 가누는 어르신들을 옮기려면 남자인 저도 힘들거든요. 하지만 어르신들이 목욕하시는 걸 좋아하셔서 쉴 수가 없어요." 그가 몸이 아파도 쉴 수 없는 이유다.

몇 년 전부터는 생활이 어려운 학생에게 후원자가 되어 매달 후원금으로 돕고 있다.

"중학교 2학년과 3학년 학생을 도와주고 있어요. 잘 자라줘서 고맙고 기특하죠. 한 아이는 올해 고등학교에 입학해요. 많이 후원을 못해줘 늘 미안한 마음입니다. 교복도 사주고 책가방과 신발도 사줘야 하는데…." 그는 말끝을 흐리며 수줍게 웃는다.

# "아들아~ 봉사는 진정한 기쁨을 준단다"

최근에는 늦둥이 아들이 그를 도와주고 있어서 더 행복하다.

아빠와 함께 목욕봉사를 하는 최동수(인송중 2년)군. "어릴 때는 아빠를 이해하지 못해서 많이 섭섭했어요. 여름휴가 때라든지 연휴 때에 친구들은 가족과 함께 놀러 가는데 아빠는 봉사만 하러 나가셔서 불만이 많았죠. 이제는 아빠를 이해할 수 있어요.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시는 아빠가 매우 자랑스럽고 존경스러워요. 아빠가 나이도 많으신데 봉사하면서 허리를 다치셔서 걱정돼요. 또 손에 습진이 심하셔서 고무장갑을 끼고 하시거든요. 그래서 제가 시간이 날 때는 아빠를 도와드리고 싶어서 봉사하러 나와요. 이렇게 해보니까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힘든 만큼 보람도 있고 할아버지들께서 말씀은 못하셔도 마음속으로 고마워하시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요." 밝게 웃는 '작은 천사'의 안경 너머로 보석보다 더 값진 땀방울이 흐른다.

그는 흐뭇한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며 말한다. "봉사를 하면서 상대방과 느낌을 주고받으며 교감을 하다 보면 말로 다 표현할 수는 없지만 나누면서 사는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깨닫게 돼요. 무엇보다 가족들이 이해해주고 도와줘서 항상 고맙고 감사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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