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문화저장고, 도시를 누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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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문화저장고, 도시를 누빈다
  • 이장열 기자
  • 승인 2013.03.24 20: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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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지대 사람들 톡톡 인터뷰 (12) 지역문화연구자 이희환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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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화연구자 이희환 박사(47)는 충남 서산에서 태어나서 50일만에 당시 어머니 품에 안겨 서해바다 뱃길을 따라 인천으로 와서, 줄곧 인천에서 살고 있다. 생태학적 측면이 아니라, 장소성에서 보면 이희환 박사의 고향은 인천인 셈이다.
 
이희환 박사의 선친 고향 서산으로 가는 길은 30년 전에는 새벽 일찍 길을 떠나면, 해가 저물 무렵에나 도착할 정도였다고 한다. 지금에야 서해안고속도로가 뚫리면서 인천에서 차로 두어시간 정도면 갈 수 있게 된 게 불과 몇 년 되지 않는 세월이다.
 
아버지 세대의 중심 축인 충남 서산에서 인천으로 옮겨온 순간, '이희환'에게 인천은 삶을 살아가야 할 터전으로 숙명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이치이다. 이 지점에서 일상성의 힘이 놓인다. 부모 세대의 태가 묻은 서산 고향을 떠나 인천으로 온 곡절이냐 물으면 무엇하라. 지금도 매 한가지로 고향떠나기에는 애환이 서려 있기 마련이다.
 
이희환 박사는 1966년산이다. 인천 선인고를 거쳐 한국외대 정외과를 졸업하고, 국문학으로 대학원 석박사과정을 모두 마쳤다. 그의 석사학위논문 '김동석 문학 연구'는 광복기 인천지역 출신 문학평론가 김동석을 인천지역문학사와 한국근대문학사에 다시 불러 낸 연구글로 평가를 받았다. 실증적인 지역문학사 연구의 전범으로서도 이 논문은 1990년대 한국근대문학연구계에서 눈에 띄는 성과로 소장 국문학자로서 학계에 이름을 올리는 계기가 된 논문이다.
 
"2013년도는 김동석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 입니다". 이희환 박사는 인터뷰을 끝내고 지난 간 역사(시간)을 환기시켜주었다.
 
이희환 박사는 인천도시환경연대회의, 인천도시공공성연대 사람과터전 공동대표로 활동해 왔고, 현재는 계간 "황해문화" 편집위원, 경인방송i-TVFM 방송위원, 시민과대안연구소 연구기획실장으로 일하고 있다. 그와 인터뷰는 지난 19일 배다리 위치한 '스페이스 빔'에서 이뤄졌다.

-. '정치학도"가 문학연구자로서 길을 걷게 된 이유
제가 대학을 다닐 때, 분위기가 그랬다.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갈등이 있었다. 현실과 타협한 방식으로서 '문학'을 선택한 것 아닌가 짐작해 본다. 저도 여전히 그 당시 문학을 택했는지 딱히 결정적인 이유를 발견할 수 없다. 대학 때 늘 언저리에 놓여 있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그런 분위가 문학으로 가게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외대 선배인 김남일 소설가가 쓴 '청년일기"를 보면서 문학에 점점 다가갔다.
 
제가 정외과 3학년 때 과 내에 "열린문학관" 문학동아리를 만들어 문학 쪽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대학 때 사회과학적인 내용들이 문학으로 표현된 책들을 관심을 가졌다. 당시 자연스럽게 1930년대 카프문학을 접하게 됐고, 문예잡지들도 대학 3, 4학년때 열심히 들여다보면서 문학연구자로 제 자신의 진로가 불가항력적으로 그 쪽으로 쏠리게 되었다.
 
-. 지역문학사에 대한 관심은 언제부터 시작
1990년 대학 졸업 뒤, 곧장 인하대하교 국문학과 대학원 석사 과정에 지원해서 합격하고, 바로 군대 입대해서, 제대 뒤 1993년도에 대학원에 복학하면서, 본격적으로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때 문학 공부가 재미 있었다. 그때 함세덕이라는 극작가가 인천에서 활동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에 관한 소논문을 쓰면서 인천지역 문학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가졌다.
 
처음부터 인천지역에 대한 연구를 본격적으로 하겠다고 뛰어 든 것은 아니다. 함세덕 관련 논문을 준비하면서, 지역에 관련 자료들을 찾고 하면서, 자연스럽게 지역사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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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연구와 시민사회운동, 둘이 아니다"
 
-. 문학연구자로서 시민사회운동도 함께 하고 있는데, 이유는
지역에 천착하면서 지역 문제도 눈에 들어 왔고, 이런 문제의식에서부터 인천지역의 문화 전반에 대한 비판적 점검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가지면서, 이것을 시민사회운동으로 드러낸 것이 필요하다는 여러 사람들과 1999년에 만든 '인천문화을 열어가는 시민모임'을 만들었다. 이 시민모임에는 현재 홍미영 부평구청장, 박우섭 남구청장, 고남석 연수구청장, 인천문화재단 이현식 박사 , 이용식 인천발전연구원 연구원 등이 참여했고 좌장격으로 인하대 최원식 교수가 자리했다.
 
지역 문화의 올바른 방향이 곧 지역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생각이 밑바탕에 깔려 있었다. 결국 문학연구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능력 범위 내에서 인천지역의 문화를 연구하고 조사하고 접근하는 일을 하게 됐고, 이것이 시민사회운동과 연대로 자연스럽게 나아가게 됐다.
 
2001년에는 '월미산 난개발 저지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에서 월미도 반환에서 역사문화를 복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건물 시설 위주로 접근하는 것에 반대를 하면서 이를 저지하는 노력을 기울렸다. 이런 문제제기에도 역사와 문화 연구에 대한 자료적인 접근이 필수적인 사항이기에 제 나름대로 제 능력 범위에서 역할을 담당했다. 인천시사 편찬이 제대로 되기 위한 의견도 꾸준하게 개진하기도 했다.     
 
제 생각으로는 문학연구와 시민사회운동이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래서인지 제가 이 문제로 고민한 적은 없었다. 제가 할 수 있는 범위와 능력에서 이뤄지는 일들이기에 큰 걱정거리로 삼고 있지 않다. 인천에 발 딛고 사는 사는 연구자로서 지역문화의 미래를 위해서 시민사회운동적 차원으로 밀고 나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발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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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능력 범위에서 인천에 대한 글쓰기와 발언은 계속할 것"  
-. 인천은 어떤 도시인가
여전히 거대도시이며, 확장되어지는 도시이다. 사는 데 바빠서 지역 현안과 도시 미래에 무관심한 것이 여전하다는 뜻이다. 전문가 그룹들도 관심이 없고, 정치하는 분들은 각자 따로 이야기를 한다. 토론이나 광장을 활용하지 않는다. 밀실에서 뭔가를 만들어서 제시하는 식은 예나 지금이나 인천의 모습이다. 개방적인 의사구조가 아니라, 폐쇄된 공간에서 인천의 도시 미래가 결정나는 방식은 인천의 도시 미래를 어둡게 할 뿐이다. 이런 것에 대한 문제제기로 작은 범위내에서도 제가 할 수 있는 글이나 발언으로 현재 인천의 문제를 짚어내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할 생각이다. 

-. 다시 연구자 자리로 되돌아 갈 계획은
시민사회운동을 하면서, 지역사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깊고 넓게 확장시킬 필요성이 있다는 절실함이 들었다. 그래서 2007년 박사학위를 마치고, 곧장 대학에서 연구교수로서 5년 여 동안 학문에만 정진할 수 있는 시간에 갖게 되어서 제 학문의 깊이도 깊어지고 지역사의 풀리지 않은 매듭들을 자료발굴로 단초를 마련하는 등의 연구물을 낸 것이 보람된 시간이었다. 지금은 시간을 갖지 못해서 아쉽다.
 
그리고, 제가 능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지역의 향토사학자들이 많지 않았고, 그래서 연구거리가 그만큼 많아서 제가 연구기회를 가지게 된 것뿐이다. 아직 연구할 대상과 범위가 많은데, 지금은 학교에서 벗어나 있어서 제대로 집중해서 공부할 기회가 현재는 적다.
 
아무래도 지속적인 지역사 연구를 위해서는 주변 여건이 구축되어야 하는데, 이런 여건이 부족하다, 이런 여건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인천지역의 소장 연구자들이 제대로 연구를 할 수 있는 기반과 여건이 마련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지도 고민하고 있다.   
 
-. 올해 계획은
올해는 <김옥균 평전>을 내는 것이 목표다. 출판사와 계약도 맺었다. 2008년에 김옥균 관련 소논문을 쓰는데, 이걸 보고, 밀양에 있는 '부산대학교 점필재연구소'에서 발표를 한 계기가 돼 김옥균 평전을 출간하기로 했다. 원고 마무리 중에 있다.

40대 중반의 나이로 대학에서 벗어나 국문학자로서 지속적으로 인천지역의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연대하는 일은 결코 간단치 않다. 성실함과 부지런함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없는 노릇이다. 그리 간단치 않고 수고로운 일을 지속적으로 이어 나가는 데에는 인천에 사는 사람으로서 인천 사랑이 남다르기에 가능한 일이 아닌가 하는 판단으로밖에는, 그것 말고는 딱히 점칠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 '태'는 묻히지 않은 인천이지만, 뼈를 묻을 태세로 인천의 도시를 기억하고 저장하는 문학연구자로서 이희환 박사의 뒷모습에서는 늘 서늘한 학문적 결기가 묻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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