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모든 것은 흔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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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모든 것은 흔적을 남긴다."
  • 김영숙 기자
  • 승인 2013.08.14 05: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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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 속에서 발견된 오브제> 기획자 이영욱씨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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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는 뉴타운 건설에 직면한 인천의 재개발지역에 주목했다. 경제개발논리로 사라질 철거현장과 폐허된 풍경에의 관심은 사진가들로 하여금 각자의 오브제를 발견하게 했다. 버려지거나 남겨진 오브제를 발견한 사진가의 시선에서 우리는 무엇을 볼 수 있을까. 사진가들은 우리가 너무나 쉽고 빠르게 옛 모습을 잊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있다.” 16일부터 28일까지 배다리 일대에서 열리는 <폐허 속에서 발견된 오브제>를 기획한 이영욱씨를 만나 전시에 관한 일반적인 이야기를 들어봤다.


<폐허 속에서 발견된 오브제> 전시회를 기획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문화재단에서 기획된 전시를 세 번째 한다. 첫 번째는 <뽕짝, 짬뽕 도큐멘트전>이었는데, 아트플랫폼 뒤편 중구 일대를 사진, 회화, 조각, 영화 등 다양한 매체를 레지던시 지원을 받은 걸 기획했다. 중구 ‘아카이브’를 예술적으로 어떻게 변주할 것인가가 문제였다. 두 번째도 레지던시 프로그램이었다. 인천 전체를 아카이브로 보고 사진을 6개월에 걸쳐 찍었다. 현 시점에서 인천 전 지역을 9개로 나누어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를 고민했다. 세 번째는 단체기획전으로 신청해서 지원받은 것이다. 준비기간을 포함해서 6개월 동안 촬영하고, 네 번 워크숍을 열었다. 인천이 재개발 되는 과정에서 방치된 것을 ‘발견’한다. 사진가나 예술가가 아닌 고고학자, 탐험가 입장을 취하면 다른 걸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이번 전시회에 참여한 작가는 모두 얼마나 되나?

사진작가 38명이 참여했다. 그 이전에는 작가들이 더 많이 참여했지만 과정상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작가와 아마추어의 경계를 없애려고 했다. 사진의 질은 어떻게 잘 볼 것인가를 배제하는 것이다. 이는 훈련된 눈으로만 바라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번 프로젝트에 참가한 작가들은 사진예술가의 입장이 아닌 사건현장을 방문한 탐험가, 수사관, 고고학자와 같은 입장을 취해보기를 제안 받았다. 기획자는 그로 인해 통제되지 않는 형상의 범위들까지 가시화하길 바랐다. 이를테면 평소에는 지나쳐온 건축물의 양식, 버려진 물건의 특이성, 다양한 모습으로 폐허화한 현장과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취향, 삶의 세부흔적까지 포착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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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회에 대한 기대는 어떤 게 있을까?

폐허 현장을 찍은 사진은 많다. 현대 들어 더 많다. 폐허가 주는 이미지에는 우울함과 슬픔 등 없어지는 것들에 대한 멜랑꼴리가 있다. 하지만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봤을 때는 놓치는 게 있지 않을까? 사진은 일차적으로 이미지이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을 포착한 일종의 오브제와 같다. 오브제의 개념을 어디에 둘 것인가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시의 포커스는 사진가 각자에 의해 폐허 속 대상이 사진매체와 어떻게 접촉하고 또 어떻게 전시라는 형식과 연결되는지에 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전시배치를 통해 그 의미가 생산되고 보여질 것이다. 그러면서도 우리는 사진 속 무엇인가를 결코 다 보지는 못한다. 세부적인 대상들은 내 의도에 따라 보게 되는 것이 아니라, 우연히 나에게만 포착돼 드러나는 것이다. 그것은 말로는 표현 불가능한 무엇에 대한 흔적이다. 사진은 다시 오지 않는 부재를, 오직 한 번 ‘현존’했던 무엇을 증명한다. 그리고 그 부재가 아무것도 의미하지 않는 무언가를 증명한다.


인천에서 재개발 되는 곳은 어디인가?

따지고 보면, 인천은 전 도시가 재개발지역이다. 선인체육관 쪽, 가정동 쪽, 재개발되려고 했다고 취소된 곳까지 포함하면 무척 많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 가운데 60% 이상이 인천 출신이다. 아마추어 분들 가운데에는 인천에서 나고 자란 분이 더 많을 것이다. 그들은 인천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고 있을 것이다.


전시회를 준비하면서 힘든 점은 무엇이었나?

번번이 느끼는 거지만 ‘재정적 지원’ 문제가 크다. 인천문화재단의 한계성은 엄연히 있다. 예산편성은 틀 내에서 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진 작업은 프로젝트성을 띠고, 인천이 끊임없이 변하는 걸 봐야 한다. 사진은 돈이 많이 든다. 이번에는 액자를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액자를 하지 않으면 작품이 가벼워지는 경향이 있다. 똑같은 이미지라 하더라도 큰 것 한 장 다르고, 작은 것을 여러 장 전시하는 것도 다르다. 사진 배치에 있어서 순서를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다. 의미의 맥락이 재구성될 수 있다. 다른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좋은 조명, 액자 프레임의 효과를 갖춰야 하는데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다. 시간과 인력을 투자해서 인천이 어떻게 변하는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사진으로 기록되는 순간들은 인천만의 모습은 아니다. 현대의 보편성을 띤 모습일 것이다.

사진을 통해 ‘말들이 나올 수’ 있다. 정서는 중립성을 띠고 추억이나 기억 같은, 너무나 흔하게 있던 일상을 다시 정지된 사진으로 볼 수 있다. 인문학자들이 모여서 사건들을 만들어 준다. 전시는 일부분에 불과하다. 인천에 아카이브 팀을 만들어야 한다. 관광특구로서 보기좋은 사진을 만드는 건 차별화가 없다. 현재 모습을 더 자세하게 나타내서 고유성을 살려야 한다. 당장은 활용가능성이 적더라도 잠재된 힘이 클 것이다.


전시되는 작품은 몇 점(컷)이나 되나.

600컷 정도 된다. 144컷이 한 작품이 되기도 하고, 한 컷이 한 작품이 되기도 한다. 배다리 일대 7군데에서 전시한다. 배치 효과는 일반적이지 않다. 그동안은 나란히, 수평적이고, 질서정연했지만, 이번에는 공간도 다르고 장소도 다르다. 크기도 제각각이다. 전체적인 문제의식의 맥락에서 다 다른 사회성을 가지면서 한 목소리를 낸다. 다양성과 동일성이 함께한다. 작가들이 폴더에 사진을 올리고 왜 찍었는지 발표했다. 각각의 작가가 보여주는 독자성과 다양성을 살펴보았다. 전시 전체가 작품이다. 연출가 입장에서 보면, 사진가는 무언가를 만드는(make) 게 아니라 취하는(take) 것이다. 사진은 이 세상의 무언가를 발견하는 것이다. 실제로 남겨지고 버려진 풍경도 오브제다. 무형의 공기가 뉘앙스를 준다. 대상으로서의 사물이 아니더라도 충분한 오브제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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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것’은 어떤 의미일까.

‘날것’의 이미지는 쉽지 않다. 사진은 전혀 날것이 아니다. 현실 자체를 가져온 게 아니라, 문화적으로 가공된 것이다. 사진을 통해서 사실이라고 믿고 신봉하는 경향이 있다. 사진을 통해서 정보를 취해서 세계를 이해한다, 문화적인 기존의 것들은 ‘마스크’ ‘분칠’, 이런 것들이 벗겨진 상태다. 가장 날것이 아닌 것, 익혀서 좋은 것들이 있다. 광고사진이나 보도사진이 그런 경우다. 감동을 주고 리얼리티가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그걸 통해서 이해하는 방식이라고 안다. ‘날것’을 먹으면 소화도 안 되고, 골치 아프고 불편하다. ‘생각’하게 하고 ‘문제의식’을 느끼게 한다. ‘어떻게 찍느냐’하는 방법론이 아니라 배치가 중요하다. 어떻게 읽어내느냐는 관객의 몫이 중요하다. 사람들은 익은 것에 대해 익숙하다. 그래서 ‘잘 보는’ 건 중요하다. 사진은 잘 찍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어떻게 읽는가가 중요하다. 사진 안에서 텍스트를 읽어야 한다. 우리 감각을 깨어나게 하려면 사진을 잘 봐야 한다. 무척 중요하다.


앞으로 하고 싶은 기획이 있다면 어떤 것일까.

‘해안선 프로젝트’를 하고 싶다. 산업발달로 달라지는 것들을 찍고 싶다. 그것들은 세계적으로 전반적인 문화일 것이다. 인천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것들을 냉정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사진이야말로 가장 위험한 거짓말을 많이 한다. 그래서 날것을 많이 보여주어야 한다. 해안선이라고 해서 꼭 바다가 나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바닷가 근처에 있는 여관방이 나올 수 있다. 왜 여관방이 형성됐을까, 그곳에 놓여진 물건들, 방안의 공기, 그 안에 묵고 있는 사람들은 문화적으로 ‘흔적들’이다. 그동안 수없이 찍힌 새로 건축된 다리나, 노을 풍경, 야경 등등은 과연 뭘 이야기할까. 그것들은 본질을 알릴 수 없다. 배에 묶인 폐타이어들도 우리나라의 문화가 될 수 있다.

인천의 모습이라고 알려진 게 있다면 해체하고 까서 문제제기하는 사진을 찍을 것이다. 사진은 광경을 미화시키는 것(색채를 입히는 것)은 하지 않을 것이다. 흑백사진이야말로 미화시킨 사진이 아닐까. 리얼하게 해야 하는데, 그건 혼자 할 수 없다. 여러 사람이 지속적으로 작업해야 한다.


일반인이 사진을 찍을 때는 어떻게 찍어야 할까.

'못 찍는' 사진이 매력적이다. 나의 감각으로 찍어야 한다. 의도적으로, 감각적으로 ‘못 찍어야’ 한다. 내가 못 보는 걸 봐야 한다. 대상에 집중해야 한다. 내가 이 대상을 어떻게 선택했나를 고민해야 한다. 내가 누군가를 찍기도 하지만 찍힐 때도 있다. 찍혀질 때는 불안하다. 누군가가 내 모습을 본다는 걸 인정하고, 거기에서 자유로워져야 한다. 내가 내 모습을 제대로 보고 싶다, 사진을 통해 나를 보겠다고 생각해야 한다. 나를 찍는다고 했을 때는, 내가 살고 있는 방, 사용하는 물건, 살고 있는 마을 등등을 생각해야 한다. 그건 이 시대에서 내가 만나고 있는 사람들 이야기다. 우리는 그동안 ‘익은 것’들에 너무 길들여져서 ‘날것’을 만날 수 없고 볼 수 없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같은 경우에는 ‘너무’ 잘 만들어져 내 기술이 필요 없다. 결코 못 보게 만드는 게 많다. 보고, 관찰하고 생각하는 과정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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