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전문예술은 무엇으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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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의 전문예술은 무엇으로 사는가?
  • 이재은 기자
  • 승인 2014.11.13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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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예술인과 예술단체의 역할과 지속가능성’ 포럼 열려


인천의제21이 주최한 ‘문화정책포럼’ 제2차 포럼이 ‘전문예술인과 예술단체의 역할과 지속가능성’이라는 주제로 13일 오후2시 부평아트센터 세미나실에서 열렸다. 앞서 열린 '생활문화예술'을 주제로 한 포럼에 이어 인천의 '전문문화예술'을 점검해보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연속포럼 중 하나다. 

포럼은 최원영 극단 십년후 전 대표의 발표로 시작했다. 그는 예술(인)의 역할과 지속가능성에 대한 정의, 혹은 방법론보다 경험과 사례가 더 도움이 될 것 같다며 ‘극단 십년후의 시작과 걸어온 길’을 설명했다.

극단 이름 ‘십년후’는 최 대표가 스물아홉이던 1984년, 10년 후를 기약하며 친구와 한 약속(친구와 최 대표는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가 돼 만나자며 각각 유학을 떠났다), 그리고 미래의 청사진(꿈)을 가져야 수많은 난간과 장애를 극복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지어졌다. 1994년 창단 목적을 ‘사랑하며 살겠습니다’로 정하고 아름다운 사람 만들기, 아름다운 사회 만들기를 실천하고자 노력했다.

라면 스프에 물을 부어 마시며 연습하면서도 즐거움을 잃지 않던 연습생들을 보며 스스론의 무력감과 ‘어떻게하면 저들의 주린 배를 채워줄 수 있을까’ 고민했다. “현실적인 한계가 부정적인 결과만을 주진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든 사회가 도울 수밖에 없을 만큼 힘을 키우자‘고 새로운 결심을 하게 했으니까요.”

작품제작 원칙은 세 가지로 정했다. 쉽고(easy), 재미있으며(exciting), 관객들의 마음에 ‘찡’하는 진리나 화두거리(universal)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연극계의 주류를 이루는 분들의 관점에서는 이런 건 진정한 연극이 아니라고 비판할 수 있겠지만 남들과 다른 이 원칙을 저희는 지켜보자고 다짐했습니다.”

‘십년후’는 민족설화를 통해 역사성을 세상에 알리고자 노력하며 삼신할머니, 단국신화, 광개토왕 왕자시절 이야기 등을 무대에 올렸다. 첫 작품인 ‘삼신할머니와 일곱 아이들’은 대통령상을 받고, 서울에서 제주까지 총 200회 이상 공연하는 쾌거를 이뤘다.
 

▲ 최원영 극단 십년후 전 대표가 발표하고 있다.


두 번째 발제는 화가이자 문화기획자인 류성환 씨가 맡았다. 그는 전문예술가로서 문화행정을 비판, 지적하며 시 문화예술과와 인천문화재단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문화재단에는 문화에 관심있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예술경영이나 기획을 공부하고 관련 과를 전공, 지식도 있고 문화에 대한 향수도 있는 분들이다. 하지만 자기 밥그릇 챙기기 바쁜 듯하고 뭔가를 해내지 못한다. 재단이라는 환경에 갇혀 현장 예술가들의 고민을 듣지 않는다. 이야기를 들어 달라, 예술인들의 복지혜택과 시스템 개선을 위해 힘 써달라"고 전했다.

이어진 토론에는 전진삼 격월간 와이드AR 발행인, 김주성 (사)한국무용협회 인천시지회장이 참여했다.

전진삼 건축가는 공공의 돈과 예술, 권력이 만나 발생하는 문제의식에 대해 언급했다. “공적 자금이 투입되면 불가피하게 자율적 감시단이 만들어진다. 서류, 평가 등으로 불필요한 감시를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공공의 돈을 사용했다는 증거를 제시받음으로써 관리자의 책임을 옅게 하는 목적인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 마뜩치 않게 생각한다.”

이어 “서울에서 어떤 지원에 대한 심사를 하다보면 인천지역에서 올라온 제안서 등을 특별히 관심을 갖고 보게 된다. 아쉽게도 인천은 제안서의 수도 적고, 경쟁력도 떨어진다. 영향력 있는 단체, 분야, 사람을 더 많이 노출시켜야 한다. 활발하게 활동하는 학자와 평론가들에게 인천의 창조적 콘텐츠와 인력을 많이 알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주성 지회장은 “2년 전에 무용협회 인천지회장을 맡았는데 힘든 점이 많다”며 최원영 전 대표에게 ‘극단 ‘십년후’의 사례처럼 무용 사업을 어떻게 이끌 수 있는지‘ 질문했다.

이에 대해 최 전 대표는 조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액션이 필요하다며 “그 세 가지가 정해지면 바로 행동하라고 말하고 싶다”고 전했다. “첫째, 그걸 하면 나(우리)에게 좋은가 둘째, 나에게도, 공동체(사회, 나아가 인류)에게도 도움이 되는가 셋째, 다른 데서 하는 것과 어떻게 다른가.”

“예전에 시민단체서 활동한 적도 있지만 단체에서 하는 행사 아이템이 비슷하다. ‘연탄 나르기’ 행사를 여기서도 하고 저기서도 한다. 비슷하게 할 것 같으면 다시 한 번 반복하지 말고 인력으로 도와라. 다만 그 일에 다른 점(차별성)이 있다면 무조건해라. 그 일에 미쳐라, 탈진상태가 될 때까지 애쓰면 주변에서 도와준다. 진정성을 알아주는 사람이 분명히 나타나 도와준다.”

김주성 지회장은 직책을 맡은 후 ‘우는 애 젖 더 준다’는 말을 실감하고 있다면서 예술하는 사람이 떼쓰고 울어야 하나, 아니면 자기활동을 열심히 해야 하나, 고민이라고 고백했다.

이에 전진삼 건축가는 협회와 무용을 잘 알릴 수 있는 저널리즘을 만나는 것과 전문기획자(융합, 소통할 수 있는)와의 연결이 이뤄져야 한다. 재능이나 세계관을 환원해주는 역할을 할 기획자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지회장은 “재단이 폭넓은 네트워크를 갖고 있지만 지원과 평가만 할 줄 알지 기획력으로 도와주는 건 별로 없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무용단을 꾸려 활동할 때 그런 점이 가장 힘들었다”고 서운함을 내비쳤다.
 

▲ 전진삼 격월간 와이드AR 발행인이 발표하고 있다.


발제와 토론회가 끝나고 객석에 발언권이 넘어갔다. 포럼에 참가한 고동희 부평아트센터 관장은 “관장으로 재직하니 ‘공공성’에 집중하게 된다. 수입을 늘리는 게 우선일까, 예술을 확대하는 먼저일까, 고민할 시간도 없이 시스템이 후자보다 전자에 치우치게끔 맞춰져 있다. 유료관객이 얼마나 들었는지, 투자대비 성능은 어떤지, 예술을 ‘경영’으로 보고 있는 면이 많다”고 말했다.

인천의제 문화분과 위원이자 [인천in] 이사이기도 한 곽한왕 미디어교육연구소 대표는 “문화계는 다른 사안에 비해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별로 없다. 외부에 많이 알려야 한다. ‘인천in’에서 기획을 만들어 좀 더 깊이 있고 포괄적으로 알리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포럼 좌장을 담당한 박상문 인천의제21실천협의회 상임회장은 “11월 중순에 유정복 시장과 문화예술단체장의 만남이 예정돼 있다”고 언급했다. “민예총, 인천예총, 강화역사문화재단, 인발연, 인천의제21 단체장이 참여한다. 시장이 먼저 만나자고 제안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좋은 질문과 의견을 준비해 문화발전에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

박 상임회장은 “작은 자리가 큰 자리를 만들어낸다”며 “더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심도 깊은 논의가 오고간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이런 자리가 많아야 지역문화가 살아난다”며 포럼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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