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화란 기다림의 미학, 정성의 산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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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란 기다림의 미학, 정성의 산물이다
  • 최향숙 시민기자
  • 승인 2015.06.12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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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작가 이용애 - 민중의 해학이 그림속에서 살아나다.


민화는 조선 후기 서민들 사이에서 유행한 실용적인 그림이다. 서민뿐만 아니라 도화서 화원들도 함께 민화를 그렸으며, 다루는 소재도 다양하고 방법과 형식이 따로 없다. 평범한 소망이나 바람,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가 불로장생을 기원하는 십장생도, 일상의 세시풍속이 내재된 풍속도,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꽃이나 새, 용이나 호랑이 등 및 다양한 소재 속에 내재돼 있다.
 
민화와 함께 20여 년을 살아온 이용애 작가는 민화와 사랑에 빠진 그림쟁이다. 그동안 개인전 6회, 해외아트페어는 7회, 단체전 30여 회, 2002년 한국현대미술대전 입선, 2006년 대한민국 전통미술대전 특선 등 굵직한 수상경력을 가진 중견 민화작가다.
청소년시절부터 그림에 소질이 있었던 그는 홍대 미대에 지원했다가 낙방한 후 꿈을 접고 있던 중 우연히 민화계의 대부격인 서공임 선생을 만나게 된다. 서공임 선생은 민화를 누구나 접할 수 있게 일반화시켜놓은, 요즘 민화 붐을 일으킨 주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민화를 만나기 전 우울증이나 외로움, 고통 속에서 방황하던 때가 있었다. 서공임 선생의 제자가 되어 그림에 집중하면서 비로소 평화를 얻었다. 법당이 가까이 있었지만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큼은 그 자체가 법당이고 평화였다. 이용애 작가는 이게 민화의 매력이라고 강조한다.

그는 민화를 ‘기다림’으로 정의한다. 성급하면 완성하지 못하는 것이 민화다. 물감이 마르는 시간과 거칠거나 엇나간 붓끝, 다시 수정하는 겹겹의 물감이 다 마를 때까지 기다려줘야 오롯한 한 점이 탄생한다. 거기에 정성까지 더해야 그림다운 그림이 나온다. 급하게 사는 세상에 민화는 느리게, 약간 게으른 듯 천천히 그 속에 집중하지 않으면 완벽한 작품이 나오지 않는다.
꽃잎 하나에도 붓질이 수십번 가야 하고 구석구석 크거나 미세한 선 사이를 입체감 있게 그려낼려면 은근과 끈기가 요구되는 에너지 소비가 큰 작업이다. 오방색의 선명하고 독특한 색감은 그 재료가 분체나 석체다.
이렇게 시간과 인내의 싸움이기 때문에 그는 근래에 수많은 민화작가를 배출하는 프로그램들이 우후죽순으로 많아 겨우 3,4개월 배우고 타인을 지도한다거나 하는 것은 별로 반기지 않는다. 그는 스승을 만나 10년을 꼬박 배운 후에 소위 세상으로 나왔다. 흉내내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쳐도 그것을 보고 판단하고 자기 색깔을 만들고 느낌을 담는 것은 시간과 정성과 비례한다고 지적한다. 절에 자주 가면 향내음이 내 몸에 젖어들듯이 민화도 오랜 시간 몸에 배어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작품 - 쌍몽룡도

이용애 작가는 현재 불교미술로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논문을 남겨두고 있다. 안타까운 것은 민화는 우리나라 대학에 박사과정이 없다는 점이다. 그동안은 민화를 우리겨레그림이라고 불러야 된다는 의견도 있지만 채본(바탕그림) 위에 채색만 잘하면 된다는 단순하게 여기는, 그래서 좀 가볍게 경시하는 성향이 있었다. 그래서 서양화나 동양화처럼 자기 이름을 갖지 못한 민화는 최근에서야 공예분야에 속해져서 정식으로 등록됐다. 그는 이것만으로도 좋은 출발이라고 긍정한다.

그는 민화주제를 생활에서 찾는다. 연꽃, 모란, 화병, 호랑이, 용 등 채본에 들어가는 모든 그림은 직접 그려낸 것들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거나 전통속에 있는 것들, 상상속 동물들, 민화는 모든 것을 아우른다. 주제들은 누구나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그는 민화를 오랜 세월 그려오면서 신비로운 경험을 많이 했다. 가령 호랑이를 그릴 때면 기분이 좋아지고 일이 잘되는가하면 용을 그릴 때는 신체에 소소한 문제가 생기는 것을 꼭 미신으로만 여기지 않는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하다보면 저절로 성취도와 발전이 뒤따라오는 것은 당연한 이치 아닌가 한다. 그것을 종교적으로 설명하기보다는 세상의 이치로 본다. 특히 아들 방에 걸어준 어변성룡도(물고기가 변해서 용이 된다)는 붉은색을 경면주사(부적을 만들 때 쓰는 붉은색 물감)로 그렸는데 아들의 일이 더 잘되는 것 같아 괜시리 기분이 좋아진다며 웃는다. 그래서 민화는 종교적 포교로도 훌륭한 방편이 될 수 있고 미술치료로도 적절하다고 강조한다.


작품 - 행복하소서 

동국대학교에서 박사과정을 지도했던 불교회화과 김창균 교수는 “이용애 그림은 붓질하나 흐트러짐 없이 꼼꼼하고 매사에 부지런하고 적극적이다. 그의 그림은 민화가 지니는 상징성과 해학성에 나름대로의 조형언어를 통해 부각시키고자 노력했음을 볼 수 있다.”며 “우스꽝스러운 표현과 원색적 색채를 이용하여 다정다감하면서도 힘이 넘실댄다.”고 평했다.
신항섭 미술평론가도 “이용애의 작품은 전통을 견지하는 가운데 부분적으로 현대적이고도 창의적인 방법을 강구하는, 그의 작업은 민화가 가야 할 방향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했다. 또 “소재를 배열하는 방식에 변화를 주는 실험적 작업은 민화의 재해석이라고 할 수 있을만큼 파격적이다.”고 격찬했다.

이용애 민화작가는 가천대학교에서 1년 동안 학생들을 지도하다 현재는 중구문화원에서 민화반을 지도하고 있다. 또 범패박물관에서 ‘길위의 인문학’ 프로그램으로 초, 중학생들에게 에코가방에 민화색칠하는 체험을 지도하고 있고, kb국민은행 ‘박물관 노닐기’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 연수동 평생학습관에서 초청전시회를 열어 관람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기도 했다. 인천구치소에서 전시회도 했다. 그의 작품은 규방다례, 남구청, 가천대학교, 동국대학교, 범패박물관, 말레이시아, 대만, 독일 등에도 걸려 있다.

지금은 민화의 르네상스라고 한다. 인사동 거리는 민화붐으로 인해 물감이나 붓 매출이 급증하여 상권이 살아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 전국의 평생교육원 같은 곳에 30군데가 넘게 민화반이 개설돼 있다.
이용애 작가에게 앞으로의 꿈은 공무원대상 민화반을 개설하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나라의 얼굴이기에 문화적으로 탄탄하게 무장하고 잘 알고 있어야 자부심도 생긴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소규모 동아리로 시작해서 가능하다면 인천시 공무원들이 우리 고유 민화를 모두 체험하고 그릴 수 있었으면 하는 것이 그의 ‘소박한 꿈’이다.



작품 - 무슨 소식이야


작품 - 우리 이야기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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